▲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8일 오전 도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미 국무부]

8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의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비핵화’ 범위를 둘러싼 표현상의 혼란이 이어졌다. 

6~7일 평양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9시간에 걸친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8일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썼다. 북한이 극도로 거부감을 보였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표현을 가급적 피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 따라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무기와 물질, 시설, 계획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모든 범위의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화학.생물학 무기 포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dismantlement)”라는 문구를 반복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명시된 공식적 표현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다른 표현이 다른 의미인가’ 하는 질문은 받은 폼페이오 장관은 “어떠한 차이점도 없다”고 해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라며 “우리는 지난 이틀 간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완전한 비핵화’의 범위에 대해 긴 토의를 했다”고 알렸다. 

▲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8일 도쿄에서 만났다. [사진제공-외교부]

폼페이오 장관은 “그들은 이것이 넓다는 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기 체계에서 분열성 물질, (플루토늄) 생산 시설, (우라늄) 농축 시설, 일련의 무기와 미사일까지. 이것이 광의의 비핵화다. 북한 사람들은 알고 있고 바뀌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그들은 검증 없는 비핵화가 의미 없음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완전한 비핵화에는 검증이 연계되어야 한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3국 외교장관들은 ‘완전한 비핵화’, ‘안전보장 제공’을 두 축으로 하는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에 공감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근거한 대북 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 구축, 안전보장 제공은 나란히 가야 하고,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우선 비핵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때까지는 제재가 유지될 것”이며, “우리는 일련의 대화 프로세스에 고무되어 있지만, 프로세스만으로는 기존 제재의 완화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 장관은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강조했다.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비롯한 한미연합군사연습 잠정 중단은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에 긍정적이고 신속하게 관여하도록 고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노 일본 외무상은 3국 공조를 강조하고, ‘납치 문제’를 부각시키려 애썼다.

▲ 8일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의 광경. [사진제공-외교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첫 북미 고위급 회담의 성과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앞으로 몇 일 그리고 몇 주 동안 선의의 생산적인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 협의가 열린다. 미사일 엔진 시험장 파괴를 다룰 실무회담도 합의됐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정확한 (비핵화) 시간표가 작성되기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은 잡혀있지 않았다”며, “우리는 김영철 및 그의 팀과 이틀 일정으로 일하기 위해 그곳에 갔고,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앞길은 어렵고 도전적이며, 비판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이룩한 것을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일 같은 동맹국,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평화는 노력할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남북미 세 지도자가 합의한 방향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하고 “북.미 대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반면, 고노 외무상은 방북 성과에 대해 별다른 평가를 하지 않았다.    

7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미국을 비난한데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그 보도에 주목한다면 나는 미쳐버릴 것이나 그렇게 하는 걸 거부한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성취하고자 결심했고 김 위원장의 약속에 의지하고 있다”면서 “그러한 요구가 강도적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시된 사항이라는 것.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제기한 △정전협정 체결 65돌(7.27) 계기 종전선언 발표 문제, △북미관계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 실현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현송월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의 미국 공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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