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21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본인은 지속적으로 ‘제2의 북한바로알기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이 전제 하에 본인은 ‘제대로 된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 수령국가체제’라는 큰 주제를 갖고 왜곡된 북한이해를 바로잡고자 (이슈가 있을 때마다) <통일뉴스>에 정기 기고 글을 게재하고자 한다.

동시에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폴 북미선언 이행과정에서 있을 수도 있는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정론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아내고자 한다. 또한 이미 사문화되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생명력과 위력을 가지고 있는 분단적폐의 제도적 주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데도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이번 연제의 큰 타이틀은 ‘북한의 수령체제에 대한 이해와 오해(들)’이다. (1)제1편은 ‘백두혈통에 대한 이해와 오해’이고, (2)제2편은 ‘북한은 왜 수령제 국가체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이고, (3)제3편은 ‘북한의 수령제 사회에 대한 옳은 이해: 수령과 우상화를 중심으로’이고, (4)제4편은 ‘수령제사회주의도 사회주의이다’로 끝맺는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필독을 권한다. / 필자 주

 

필자는 본인의 졸저, 『수령국가』(선인, 2015)에서 북한의 수령체제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놓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는 북한의 수령제 사회에 대해 사회주의체제의 특수성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김일성 왕조국가로 인식하는데 급급하다.

그 중심에 백두혈통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있다. 잘못된 이해라함은 백두혈통은 원래 개념적으로도 없는 개념이고, 설령 개념화를 해내더라도 김일성의 직계가계, 혹은 외가가계와 연결되어 있다 하여 저절로 형성될 수 있는 그런 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렇게 해석하지 않고, 수령의 ‘핏줄’ 혈통으로만 보려는, 즉 ‘혁명의 명맥을 잇는다’는 사회정치적 개념으로 보지 않고 생물학적 개념으로 왜곡하는 오류가 그것이라는 말이다.

다시말해 백두혈통은 김일성의 혁명사상에 의한 ‘혁명적 동지애와 의리’의 신념(사상, 이념)체계, 즉 ‘정치적 혈통’을 일컫는 것이고, 그 혈통은 다름 아닌 김일성에 의해 영도되어진 항일무장투쟁에서만 유일하게 형성되어진다. 이른바 혁명전통이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그 조합으로는 ‘주체의 혁명위업’과 ‘백두의 혁명정신’, ‘김일성의 혁명사상’ 이렇게 3가지가 and적 방식으로 유대되고, 후대로까지 순응적으로 이어져가는 그런 혁명전통이 곧 주체의 백두혈통이 된다는 말이다. 정확하게는 ‘주체의 혈통(강조, 필자)’을 일컫는다.

그 근거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혁명전통강좌-김일성종합대학 강의록>(서울: 극동문제연구소, 1974), 16쪽에서 항일무장투쟁과 혁명전통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첫째, 항일무장투쟁이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는 데서 핵심적인 작용을 했으며, 둘째, 항일무장투쟁 당시 항일투사들의 김일성 수령을 충성으로 떠받드는 모범을 따라 배울 수 있고, 셋째, 혁명전통이 당과 혁명의 역사적 뿌리이고 귀중한 재부라 했을 때 항일무장투쟁만이 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둘째, 함치영 또한 자신의 저서, <계속혁명에 대한 주체적 리해>(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2) 83~84쪽에서 혁명전통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서술해 놓고 있다.

혁명전통은 “노동계급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완성할 수 있게 하는 고귀한 재부이며, 자주위업이 명맥을 이어 나가게 하는 혈통”이고, 이러한 인식은 “혁명전통이 조선노동당이 혁명을 추동해 나가자는 역사적 뿌리이자, 혁명위업을 완성하기 위한 실천적 밑천”이다.

셋째, 또 다른 저서 김재천의 <후계자 문제의 이론과 실천> 159쪽에서도 혁명전통을 다음과 같이 해설해 놓고 있다.

“그것은, 항일혁명투쟁이 유일한 역명전통으로 되는 것은 김일성의 영도 하에 진행된 항일혁명투쟁이 참된 지도사상인 주체사상의 기치 밑에 진행된 혁명투쟁으로서 인민의 반일민족해방투쟁의 주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항일혁명투쟁의 시기에 시작된 혁명전통은 주체형의 혁명적 당의 역사적 뿌리이며 그 대를 이어주는 주체의 혈통(강조, 필자)이 된다.”

이상과 같이 김일성 종합대학 강의록, 함치영, 김재천의 주장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논리적 맥락은 자신들의 혁명위업 완성에 유일한 (정치적) 자산은 혁명전통이고, 그 전통이 곧 주체의 혈통인데, 그 혈통은 다시 백두산을 근거지로 했던 항일무장투쟁에서 형성된 수령중심의 일심단결의 정신에 기초한다는 논리적 구조가 그것이다.

했을 때 ‘백두혈통’은 남한사회가 만들어낸 정치적 용어이지 북한용어가 아님도 알 수 있다. 북한의 저서 그 어디에도 백두혈통이라는 용어가 없음이 그 증거이다. 동시에 대한민국 통일부에서 운영하는 「북한정보포털」에서도 백두혈통은 검색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철저하게도 남한적 용어이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나쁜 분석법이라는 것이다.

해서 백두혈통은 위 정의에서 확인되어지고 있듯이 주체의 혈통으로 개념화되어야 하고, 그 개념 또한 수령의 ‘핏줄’ 전통이 아니라, 정치적 의미의 ‘주체의 혈통’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하는 것이다.
 
좀 더 부연하면 주체의 혈통은 김일성의 항일혁명투쟁 노선을 수용하느냐 마느냐에 있다는 말이다. 즉 김일성의 사상, 이념, 노선과 일치하는 것, 그것이 곧 주체의 혈통인 것이다. 그래서 항일무장투쟁만이 북한의 혁명전통이 되는 것이고, 그 혁명전통이 당과 혁명의 대를 이어주는 핏줄기, 다시 말해 혁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줄기로 순결하게 이어주는 명맥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주체의 혈통이라는 정의가 이렇게 이념적이고도 사상적인 것인데도 주체의 혈통을 그렇게 해석하지 않고, 수령의 ‘핏줄’ 혈통으로 왜곡하여 생물학적 개념으로 이해하려는 것은, 제아무리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분명 번지수를 잘못 짚은 오류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예들은 우선 일명 ‘장성택 종파사건’(주1)을 국내언론들이 취급하면서 가장 많이 다루었던 개념 중의 하나가 ‘백두혈통’이었는데, 그 시각에 바로 ‘핏줄’ 혈통으로 이해한 ‘불편한’ 진실이 담겨져 있다. 바로 주체의 혈통에 대한 잘못된 분석이 그것이다.

실제 남한에서 통용되는 백두혈통의 정확한 개념은 주체의 혈통이고, 그  본질 또한 '혈연적 가계'의 의미라기보다는 '정치적 혈통'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위 정의에서 이미 확인하였다. 해서 김일성 주석과 같은 핏줄로 연결되어 있다 하여 주체의 혈통이 되는 것은 아니며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 과정에서 당시 ‘김일성 사령관’과 ‘항일전사’들 사이에 맺어진 ‘혁명적 동지애와 의리’에 기초한 신념(정신, 이념)체계라는 것이 그 본질이다.

시간이 흐르지만 그러한 왜곡, 편견, 오류는 극복되지 않는다. 남북정상회담, 세기의 회담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 그렇다. 
 
평창올림픽 기간 김여정(김정은 위원장 여동생·노동당 선전 제1부부장)이 방한하였을 때도 똑같이 그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것, 그것 자체가 그 반복을 충분히 증명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장성택 숙청사건 때와 똑같이 보수수구 신문은 물론이고 진보적 언론도 그렇고, 청와대는 물론 진보·보수학자(전문가)들까지 가세하여 김여정을 ‘백두혈통’으로 소개한 것은 분명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더 심하게 말하면 제대로 보기위해 ‘절대’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참으로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고, 지독한 (북한) 편견이다. 골백번 얘기하고 또 하는데도 왜 그렇게 고쳐지지 않을까? 그래서 역설적으로 ‘제2의 북한바로알기운동’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주체의 혈통 개념은 김일성의 핏줄가계 개념이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제대로 된 이해는? 백두의 혁명정신이 그 모체가 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그 정점으로 하는 ‘정치·사상적 혈통’이고, 그런 의미에서의 정치·사상적 집합체이다. 해서 가장 넓게는 당규약과 헌법에 나와 있듯이 주체사상을 계승한 정당, 노동당이 백두혈통의 집합체이고, 좁히더라도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혁명정신으로 신념화되고 무장된 정치세력들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혁명열사릉에 안치된 후손들 중 혁명유자녀학원 등을 거친 인물들이 그들이고, 정치적 의미를 더 가해 좁혀 해석하더라도 노동당 중앙위원 이상의 간부급이 될 것이다.

바로 그 연장선상에서 김여정을 주체의 혈통으로 인식하고 싶다면 김일성의 손녀이기 때문이 아니라, ‘영원한’ 수령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혁명정신을 신념화하고 있고, 노동당 선전 제1부부장의 직책을 수행함에 있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수령의 사상과 의도대로 그 일본새를 구현하는 혁명가이자 당 간부이기 때문에 주체의 혈통으로 이해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사회적 개념으로 확대하여 재해석하자면 주체의 혈통 계승은 수령의 혁명사상과 그 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전위당 ‘노동당’의 영도를 받아 이루어진 시기의 모든 투쟁을 계승한다는 것이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노동계급과 인민대중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고 사회발전을 촉진시키는 것이 혁명전통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라면, 만약 그 전통에 위배되는 행위를 그 어떤 자가 했다면 그 인물이 제아무리 수령의 ‘핏줄’이라 하더라도, 또 주체의 혈통이라는 개념범주에서 그 역할이 주어졌고 일을 해왔더라도 그는 혁명의 배반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해서 장성택(김경희), 아니 수령의 육친적 아버지, 혹은 그 할아버지, 그 아들, 손자라 할지라도 주체의 혈통에 깃든 사상세계(사상·이념·노선)와 실천의지를 가지지 않는다면 결단코 주체의 혈통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더 확장하여 볼 때 리설주 여사도 수령과의 관계에서 본다면 ‘전사’일 뿐이다.

해서 남한식 표현으로는 ‘영부인’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는 있겠으나 이 또한 어디까지나 남한식 의미로서의 퍼스트 레이디일 뿐이다. 4.27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서 김정숙 여사와 만난 리설주 여사가 "한 것도 없는데 부끄럽다"는 표현은 이를 가장 잘 상징해주고 있는 장면이라 할 것이다.

이래놓고 결론을 내려 보자. 분명하고도 명확하게 결론을 내려 보자. 제 아무리 희망적 사고에 집착에 보고 싶은 것만 보아도 어쩔 수 없이 분명하고도 명확한 것은 2013년 장성택의 처형은 ‘장성택 종파사건’에 따른 반혁명분자에 대한 처벌이었을 뿐이고,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여정이 방한한 것을 두고, 언론보도의 헤드라인 제목을 대체로 “백두혈통 사상 첫 남한 방한”으로 요약할 수는 있지만, 진실한, 혹은 있는 그대로의 보도제목(헤드라인)은 “ 김여정(김정은 위원장 동생) 노동당 선전1부부장 대표단 일원으로 방한” 이렇게 뽑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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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2013.12.8)에서 채택한 장성택에 대한 죄목은 크게 다음과 같다. 먼저는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이다. 둘째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한 반혁명적인 행위이다. 세 번째는 사법검찰, 인민보안기관에 대한 당적 지도를 약화시킨 것이다. 네 번째는 국가재정 관리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이다. 다섯째는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물젖어 부정부패행위를 감행하고 부화타락한 생활이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현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현 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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