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교무)


서울시 동작구 현충로 111.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은 원불교 창립100주년을 기념하여 정신개벽의 혼을 담아 건축 중입니다.

건축언어로는 <해 닮은 일원상> 혹은 <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 물질 개벽에 발맞춰 정신의 개벽시대를 알리는 한강변의 비상등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018년 5월 31일 현재 지하 4개 층을 완성하고 전체 공정률 34%를 달성중입니다.

원불교 중앙총부 일부가 자리할 지상 10층의 본관동과 서울교구청, 한강교당이 자리 잡을 지상 3층의 종교동으로 나뉘어져 있는 태극문양으로 연결된 하나의 건축물입니다.
 
초여름 30도의 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건물이 지어지는 건축 현장에서 염불(나무아미타불)을 외우고 영주를 독송합니다. 

▲ 노동이 곧 하늘임을 현장의 뜨거운 태양아래서 깨닫습니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행복을 비는 저의 기도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철근 이음 작업을 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 한 분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일부가 될 부분을 맡아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저 분은 집으로 돌아가면 한 가정의 가장이고 집안의 어른일 것입니다. 그 가정의 가족들 건강도 함께 기도하며 처처불상의 살아있는 부처로 다가옵니다.
 
현장을 다시 한 바퀴 돌며 콘크리트 타설 중인 노동 형제들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바라봅니다. 레미콘 트럭에 이어진 고무의 압송 호스를 타고 내려오는 콘크리트 덩어리는 산처럼 무겁습니다. 저의 작은 기도에서 저분들은 세상 시름 다 짊어진 관세음보살로 보입니다.
 
서울 하늘을 바라보다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 작업중인 노동자에게 안전 기도를 전합니다. 어릴 적 하늘에 있다고 믿었던 그 하느님과,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의 앉은 자리가 겹쳐집니다. 
 
내화(耐火)페인트 작업 중인 지하에는 환풍기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지만 페인트 냄새는 좀처럼 가시질 않습니다. 방독면을 쓴 채 작업하는 손놀림을 멈추지 않는 노동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세차게 돌아가는 환풍기 날개에 저의 기도를 함께 보냅니다. 
 
노동은 진실입니다. 밥이고 평화입니다. 진실한 노동의 땀방울을 편의와 이익을 위해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가르는 것은 평화가 아닐 것입니다. 

평화는 모두가 주인인 자리입니다. 노동은 정직을 품은 신성(神性)입니다. 누가 법당에만, 예배당에만 신이 있다고 했습니까? 노동이 곧 하늘임을 현장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깨닫습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은 노동자 한 분 한 분의 뒷모습을 소중히 기억할 것입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은 노동자 한 분 한 분의 망치소리를 잊지 않고 새길 것입니다. 
 
노동은 평화를 이루는 몸이며, 이미 우리는 일원으로 하나입니다. 
 
2018년 06월 02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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