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 민족이 같이할 수 있는 그런 행사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더 연구해보기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6.15공동행사가 당초 알려진 공동보도문과 달리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확인되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아쉬움을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정상이 최근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6.15공동행사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무산된데다 그간 6.15민족공동위원회라는 민간조직이 주도해온 민간 위주 행사를 남북 당국이 무산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수석대표(단장)로 한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 발표 18돌을 의의있게 기념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문서교환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6.15 남북공동행사는 행사 자체는 개최하지 않는 방향 쪽으로 일단은 의견을 모았다”면서 “문서교환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의미있게 행사를 넘길 것인가 하는 것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오늘 논의된 것을 토대로 해서 더 정리해서 마무리지을 예정”이라고 공동보도문과는 다르게 밝혔다.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전반적으로 평화 프로그램이 진전되는 가운데 6.15민족공동행사가 성사될 것으로 생각해왔고, 준비도 했었는데 이런 결정으로 인해서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참 아쉽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러 가지로 대회를 조직하는데 집중할 수 없었던 사실은 이해가 되나, 그래도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민족공동행사는 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분산 개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더 연구해보기로 했으면 좋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회담 장소에 대해서는 “우리는 평양으로 장소를 예정하고 있었고, 북이 남쪽에서 하기를 바랐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다”며 “남쪽에서 한다면 서울도 있고 평창도 있고 거론한 데는 몇 군데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은 6.15공동행사는 당국, 민간, 정당, 사회단체, 의회 등이 참여해 남측지역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오전까지 남측지역에서 하면 서울 혹은 평창에서 하려고 이야기가 다 됐다”며 “그런데 회담을 진행하면서 다른 회담 날짜를 잡다보니 너무 일정이 빡빡했다. 그래서 6.15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측은 6.12북미정상회담은 물론 14일 군사회담, 18일 체육회담, 22일 적십자회담이 이어지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 일정이 빡빡해 북측지역 개최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6.15남측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상태에서는 진위파악이 우선이다. 입장을 밝히기는 조심스럽다”며 “내일(2일) 오후 2시 내부 회의를 거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석대표의 현지 브리핑에서 말한 그대로다”며 “여러 다른 일정들 때문에 이 행사를 어떤 방향으로 해나갈지 더 의견을 교환해 보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6.15공동행사가 ‘판문점 선언’에도 명기된 점에 대해서는 “남북이 서로 협의하는 거다.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이 그런 게 아니다”며 “취지에 맞게 행사를 해나가는 방향으로 협의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민간 소식통은 “남북회담 일정을 이렇게 잡은 것을 보면 남북 당국이 둘 다 6.15공동행사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른 전문가도 “남북이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을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문제”라고 짚고 “가뜩이나 ‘민간 패싱’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실제로 남북이 민간 패싱하는 거다”고 평가하고 “어쨌든 공동보도문에는 결론이 난 게 아니니까 민간이 좀더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서 남북이 움직이도록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2008년 금강산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6.15공동행사가 10년 만에 열릴 기회를 맞았지만 정작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사실상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힘으로써 6.15남측위원회를 비롯한 민간 통일운동의 대응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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