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면 전화해요”

▲ 문제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기조강연에 나서 북미정상회담 취소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쇼 MC하던 사람이다. 그리고 부동산 사업을 오래한 분 아니냐. 우리가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가격 안 맞으면 명함 주면서 “생각나면 전화해요” 그거하고 비슷하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5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사)내나라연구소와 우상호의원실이 공동주최한 토론회 기조 강연자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같이 비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신에서도 “당신이 마음을 바꾼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라”고 했고, 이후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문은 열려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을 들었다.

문정인 교수는 “만약 북한이 계속 핵실험하고 미사일 실험발사하는 과정에서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된 상태에서 지금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저는 상당히 걱정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계속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맥락을 짚었다. 억류 중이던 한국계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등 자발적이고 선제적 조치를 취해오고 있다는 것.

또다른 낙관의 근거로 “폼페이오-김영철 커넥션이 살아있고, 미국만 원한다면 언제든지 쉽게 북한하고 대화 채널이 열려져 있다”며 “백악관에서 지금 접촉 인사들을 다 선정해 놓았다”고 전했다. “(백악관) 비서실 차장과 안보실 부보좌관을 중심으로 한 라인업이 돼 있기 때문에 서로 마음만 통하고 지도자가 의지만 모이면 쉽게 채널이 재개될 수 있다”고.

문 교수는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확인된 트럼프 대통령의 ‘트럼프 모델’도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일괄타결, 이른바 ‘원샷 딜’ 일변도에서 ‘단계적 접근’을 언급했고, △‘선 핵폐기 후 보상’에서 북측의 ‘단계적 동시교환’에 가까운 입장으로 바뀌었고, △실무적 준비를 잘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백악관하고 국무부하고 에너지부가 이미 테스크포스팀 만들고 있고, 또 과거에 해놓은 것도 있고 그러니까 준비를 잘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결과는 ‘트럼프 모델’이라고 하는 이러한 형태로 나타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교수는 “지금 이란과 북한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일정과 관련해서 제일 중요한 중간선거가 11월에 있다”며 “이란은 지금 건너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지만 북한은 얼마든지 협상 재개를 통해서 11월 중간선거 전에 어떤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국내정치적으로 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하고 대화재개는 조만간 할 거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북미, 의제 조율과 메시지 관리 실패

▲ 왼쪽부터 문정인 교수, 윤형섭 전 교육부장관, 김영래 (사)내나라연구소 이사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배경으로 “5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을 제의하고 북한에서 받는 걸로 알고 바로 그 다음주에 싱가포르에서 실무자 예비접촉을 하려고 북에 메시지 보냈는데 북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5월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시작으로 한 일련의 대미 강경 메시지가 나온 점을 꼽았다.

“북이 정말 대화에 나올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도 이같은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결정의 첫 번째 이유를 “의제조율이 잘 안된 것 같다”는 점을 꼽았다. “북측하고 충분한 교감이 없었고, 그건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실패 가능성이 클 것”이고, 시간을 갖고 의제조율을 한 다음에 정상회담을 갖자는 참모들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두 번째로는 “미국이나 북한 전부 다 메시지 관리하는데 실패한 것”를 꼽았다. 존 볼튼 국가안보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리비아 모델’ 등을 언급했고, 김계관 1부상과 최선희 부상 등이 공개비판에 나선 것을 지적한 것.

세 번째로는 “펜스 부통령이나 존 볼튼 안보보좌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미국 언론보도를 인용, “폼페오를 한 축으로 하고, 펜스.볼튼을 다른 한축으로 해서 여느냐 마느냐 논쟁을”했고, “네오콘들이 이번 사태에서 유리한 고지를 가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현장에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기로 했다가 언론인만 초청한 것에 대해 “미국 측에서 의구심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자제와 미국의 전향적 자세 주문

▲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빈주당 박병석, 김한정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 교수는 조속한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남북미 3자에 대한 주문사항을 내놓았다.

먼저, “북한의 자제”를 주문했다. “미국이 저렇게 공격적으로 나왔다고 해서 북한이 다시 군사적 도발로 간다면 파국이 올 것”이란 조언이다.

문 교수는 “다행히 오늘 아침에 김계관 제1부상이 내놓은 담화를 보면 상당히 정제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아서 발표한 담화”라고 전제하고 “상당히 정제됐고 세련됐고 젊잖고, 그리고 미국과의 대화의지를 강력하게 표시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북측이 이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사실상 무슨 공세적 행동을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저런 식으로 계속 비핵화의 구체적 행동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게 되면 미국으로서도 결국 대화에 나올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중재외교는 아니더라도 촉진외교는 해야 한다”며 “우리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하고도 이야기하고 이렇게 하면서 판을 살리는데 적극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정적 함의가 담긴 중재자 보다는 촉진자(facillitator)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더 나아가서 남북미 3개국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거냐”며 “지금 당장 좌절은 있지만 내가 볼 때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계속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이제 숨고르기 좀 하고, 미국이 조금 더 전향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에 백악관 쪽에서 다른 메시지, ‘잘 될 것이다’, ‘곧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여러 군데에 보내고 있는 것 같다”는 동향도 전했다.

문 교수는 2차 북중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이 경계심을 보내고 있는데 대해 “북한을 비핵화 하든 종전선언하든 평화체제를 하든 나는 중국은 처음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며 “중국과 같이 해야 북한의 비핵화도 빨라지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도 빨리 올수 있는 것이지, 지금 중국 같이 크고 가까운 나라가, 휴전협정에 서명 당사국 중 한 국가가 배제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환경이 아니라고 본다”는 논지를 폈다.

나아가 “미국하고 중국 사이에 갈등, 대립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충분히 이런 것들 잘 협력해서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열기가 식어지기 전에 북미정상회담을 빨리 열어서 나가는 것이 좋지 않으냐”며 “실망할 필요는 없다. 희망을 가지자. 단 조금 인내심을 갖고,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적 힘을 합쳐서 우리 정부에 힘을 조금 실어주자”고 호소했다.

나아가 “정부와 정치권과 관계없이 평화의 촛불은 계속 들어야 한다”며 “시민의 힘은 살아있어야 되고 평화를 향한 시민의 힘은 항상 표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김영래 내나라연구소 이사장이 개회사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영사를, 윤형섭 전 교육부장관이 축사를 했다.

이날 문정인 교수의 기조강연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렸고, 문정인 교수는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자격이 아니라 개별 학자로서 발표한다며 교수 직책으로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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