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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 남긴 북미정상회담 무산...중국 변수 컸나

기사승인 2018.05.25  12: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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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왜 무산됐나?

들어가며: 여지 남긴 북미

22일 한미정상회담과 24일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나는 지금으로선 오랫동안 계획된 이번 만남을 갖는게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고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물론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오직 대화뿐이다. 언젠가 당신을 보게 되기를 정말로 고대한다”며 “이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당신이 마음을 바꾼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라”고 여지를 남겼지만 일단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무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소집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에 열리지 않게된데 대해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북정상간 직통전화(핫라인) 가동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형식으로 나왔다. 김 부상은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조선(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역시 여지를 남겼다.

나아가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 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것”이라면서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적극적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복잡한 국제정치와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개성 등 상수와 변수들이 많아 딱 떨어지는 결론은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간략히 짚어본다.
 

1. 미국측 사정

1-1. 목표 달성 난망

사실상 ‘선 북핵포기’를 염두에 두고 북미협상에 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일괄타결,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고수하자 협상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의 반발은 대체로 ‘우리는 리비아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최대 압박전술을 동원했지만 북한에게는 먹히지 않는 것으로 판명나자 일단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은 건너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북미협상에서 자신의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자 담화에서 “수뇌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탓인지 그 리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결정에 대한 북측의 관측을 전했다.

1-2. 반대세력의 포위

최근 미국을 다녀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미국측 기류를 전달했듯이, 공화당을 포함한 미국 주류사회의 압도적 다수가 북미협상에 회의적 내지는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트럼프-폼페이오가 단독 질주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다.

11월 중간선거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도 있다. 악화된 미국내 여론을 무시하고 노벨평화상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이 문제삼았듯,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인선은 패착이다. 향후 북미관계에서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미협상을 진지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론 돌려세우기는 물론 볼튼을 비롯한 주변정리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1-3. 북측의 빌미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 서신에서 “슬프게도 귀측이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개심을 보건대, 나는 지금으로선 오랫동안 계획된 이번 만남을 갖는게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북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4일자 개인명의 담화를 통해 펜스 미국 부통령을 정면에서 조롱했고, “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했다면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것”이라고 강공을 폈다.

또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4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 며칠간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약속한 대로 회담을 준비하려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북측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물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에 불과했을 테지만.

1-4. 장사꾼 트럼프의 협상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를 지켜본 뒤 당일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다. 챙길 건 챙기고, 손해 본 것도 없는 상태에서 발을 뺀 것이다. 철저한 뒷통수치는 상술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 출신으로서 숱한 협상 경험을 가졌다며 스스로 자랑하던 ‘거래의 기술(the art of deal)’을 북한에게 써먹은 것이다. 상대나 주변에 대한 배려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역으로 트럼프가 수지타산만 맞다면 조만간 다시 북미협상 테이블을 펼쳐 북한을 다시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2. 북한측 사정

2-1. 내부 명분 챙기기

북한은 지난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서를 채택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를 중지”하겠다고 밝혔고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판문점선언에 담았다.

그러나 미국은 ‘리비아식 모델’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북한의 ‘항복’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압박책을 계속 구사했다. 더군다나 ‘맥스 썬더’ 합동군사훈련에 전략자산을 참가시키는 등 압박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북한 지도부로서는 북한 주민과 군부 등에 대해 이같은 상황을 납득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세포위원장대회까지 내부정비를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도 여론의 동향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시켰고, 김계관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발표했다.

2-2 대외 메시지 관리 난맥

북한이 ‘맥스 썬더’ 훈련 등을 문제삼아 남북고위급회담 당일인 16일 새벽 회담 무기 연기를 발표하고, 같은 날 김계관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을 문제삼았다. 특히 ‘북미수뇌회담 재고려’ 입장도 밝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발언이 선을 넘은데다 ‘맥스 썬더’ 훈련에 전략자산까지 전개된 데 대한 내외의 비판 여론이 비등해 북한의 지적이 ‘그럴만 하다’고 받아들여졌고, 미국과 한국에 화살이 돌아오는 형세였다.

그러나 곧 이어 17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입장발표가 잇따르자 ‘적신호’가 켜졌다. 북미간, 남북간 물밑조율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더구나 ‘합리적’ 북측의 반격이라도 ‘급과 격’이라는 기본요건에 미달된 것 아니냐는 역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풍계리 취재 한국 기자단을 길들이기 한 것도 남측 국민들의 눈길을 거슬렸다. 북한 내부의 메카니즘에 뭔가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고개를 든 계기가 되고 있다.

2-3 남북카드와 북중카드 혼란

남북정상회담 이후 단 한 차례의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핫라인)이 가동되지 않았다. 남북고위급회담은 무기 연기되고 풍계리 국제취재진 중 한국 기자단만 베이징에서 고려항공에 탑승하지 못했다.

심지어 22일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남북 정상간 핫라인은 가동되지 않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새벽 NSC 상임위원 긴급회의에서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남북 정상간 핫라인 계획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북측이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맥스 썬더’ 훈련이나 태영호 발언, 탈북자단체 대북전단 살포 등 북측으로서는 불만을 가질만한 사안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북미회담을 앞두고 남북 채널을 제쳐둔 것은 심각한 실책일 수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직후 전격적인 2차 북중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남, 대미 자세에 변화가 느껴진 대목이 주목된다. 북한이 중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얻자 안이해져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 미국과 한국에 대해 ‘전화기를 꺼두고 구닥다리 성명전을 재개한’ 것이 무리수가 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 한국측 사정

3-1. 보수세력 딴지걸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입만 열면 <조선일보>는 문장 앞뒤 다 자르고 문맥에 맞지도 않는 자극적 제목을 뽑아 성토했다. 수구언론과 수구정당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성토에 가세했다. 문정인 특보가 물러나면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려질 것은 뻔한 일이다.

수구언론과 종편 등에서는 북한 관련 ‘가짜 뉴스’들이 범람하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입장들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협상 등에 대해 대놓고 비난했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3-2. 청와대 상황관리 한계

4.27 판문점선언에는 5월중 장성급 군사회담, 6.15공동행사, 8.15이산상봉, 아시아경기대회 공동진출 처럼 일정이 구체적으로 시한이 명기된 합의와 고위급회담, 적십자회담, 연내 종전선언,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등 촉박한 수많은 합의들이 포함됐다.

청와대는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한 차례 열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구성도 가동도 되지 않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성공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북측이 적극 호응해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에서도 천명했듯이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성공과 판문점선언 이행 등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들을 청와대가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3-3. 남북라인, 한미라인 미작동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하여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신뢰를 굳건히”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같은 합의는 먼 과거가 된 느낌이다.

더구나 남북고위급회담마저 열리지 못해 공식적인 당국간 협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훈-김영철 라인까지 작동 여부가 의심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정의용-맥매스터 라인이 볼튼의 등장으로 새로운 상황을 맞았고,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버팀목이 돼 왔다. 그러나 22일 한미정상회담 이틀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해 사실상 한국의 바람을 일축했다.
 

나가며: 중국 변수 주목

지난 22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인 기자들과의 문답을 갖고 “김정은이 두 번째 시 주석과 만난 다음에 내가 보기에는 김정은의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에 대해서 나는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고 불편한 감정을 솔직히 드러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다들 놀랐다”며 문 대통령에게 동조발언을 유도했다. 한미에 사전통보 없이 북중이 ‘짝짜꿍’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드러낸 셈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미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선언을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에 중국을 명시적으로 제외한 것이다.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롄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뒷문이 열렸다’고 판단해 대북 압박책이 효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길고 넓게 봤을 때 남북미 3자 구도로 북한을 끌어들임으로써 중국과의 대치전선을 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북한이 중국을 끌어들여 4자구도가 됨으로써 무망해지자 북미정상회담에 급격히 흥미를 잃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에도 김계관 1부상의 담화에도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는 살아있다. 북미 양국 모두 내부를 다독이며, 중국 변수를 잘 처리해야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과 의지가 국내는 물론 북한, 미국, 중국 등에게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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