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와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는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한국전쟁 시기 대전지역 민간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상영시간 59분)를 제작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 군대와 경찰에 의해 민간인 7천여 명이 학살, 암매장된 곳으로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대량 학살이 벌어진 근본적 이유, 국가 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국민들이 받은 고통, 연좌제로 또 한 번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희생자 유가족의 삶 등을 담고 있다.

▲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 포스터. [사진 제공 -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이번 다큐멘터리는 올해 1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넉 달간의 작업을 마치고, 18일(금) 저녁 7시 롯데시네마 대전둔산(5관)에서 제작과 시민 모금에 동참한 분 등을 초대해 진행하는 VIP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이날 다큐를 관람한 김난수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회원은 “뭉클하고, 찡했다”고 평한 뒤, “진실이 아직도 많이 안 알려져 있다”며, “이번 다큐를 통해 골령골 사건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가 18일 저녁 7시, 제작과 시민 모금에 동참한 분 등을 초대해 진행하는 VIP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이날 시사회에는 100여명이 참석해 1시간 가까이 숨죽이며 관람을 했다. [사진 제공 - 이상호]

고지현 대전충남녹색연합 시민참여국장도 “단체에서 활동하면서도 산내 골령골에 대해서는 깊이 관심을 못 가지고 살았다”며, “다큐에 유가족 인터뷰가 많이 담겨 있어서 다양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전에서 일어난 일인데, 대전 시민들이 많이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대전에도 이런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석연희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는 “다큐를 보는 동안 (민간인 학살이라는)국가폭력을 당한 이들의 고통이 느껴져서 마음이 힘들었다”며, “‘나의 일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이 제주4.3사건이나 여순사건과 연결되어 있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연결되어 있구나’를 다큐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양성홍 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도 “올해가 4.3항쟁 70주년이기 때문에, 다큐가 의미도 크고, 내용도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평하면서, “유족들이 같은 위치에 있어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4.3 당시 현장을 직접 겪었던 80대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 후속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정진호 PD는 “한국전쟁 당시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제주 4·3사건과 여순항쟁, 보도연맹 가입 등으로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정치 사상범 등을 비롯, 수많은 민간인들이 국가 권력에 의해 대량 학살을 당했다”라며 “당시 최소 1,800명에서 최대 7,000여명이 암매장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은 물론 온전한 유해발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PD는 이어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담은 다큐”라고 말했다.

▲ 다큐멘터리를 제작과 연출을 맡은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정진호 PD.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다큐멘터리는 오는 5월 29일 저녁 7시(현지 시간)에는 영국 런던대학교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 Studies) 초청으로 SOAS Alumni Lecture Theatre에서도 상영된다. SOAS 상영회에는 희생자 유족인 이계성(79), 전숙자(68) 선생이 동행해 생생한 증언을 들려줄 예정이다. 전숙자 선생은 골령골을 주제로 한 자신의 시집 ‘진실을 노래하라’에 수록된 시 두 편도 낭독한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일반 극장에서는 상영하지 않는 대신, 6월 4일부터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의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카카오TV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정진호 PD는 “공동체 상영을 원하는 곳이 있다면 환영한다”며, “필요한 곳이 있다면 원본 파일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PD는 “각 기관이나 단체, 학교 현장 등에서 산내 골령골에 대한 이해 및 우리의 아픈 현대사에 대한 교육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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