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비난하며 이날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한 데 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주목됩니다.

이는 지난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4.27 판문점선언에 밝힌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관련하여 미국이 “그 무슨 제재 압박의 결과인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보다 한층 도수가 높은 반발입니다.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시작돼 순항하는 듯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돌출변수가 떠오른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그간 북한의 기질로 보면 이날 북한의 행위가 이해되기도 합니다. 아니 북한의 이 같은 반발이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참다 참다 못해 터졌다고나 할까요.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특히 미국 측에서 나온 그간의 견해들을 보면 가관이었습니다.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에 나온 표현을 빌린다면 “미국에서 대화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즉, 미국 측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 사이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가능하지 않다’, ‘선 핵포기, 후 보상에 따른 리비아 방식’,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아닌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핵과 미사일만이 아닌 생화학 무기의 완전 폐기’, ‘ICBM 완전 폐기’, 심지어 ‘핵포기 시 경제적 보상 제공’, ‘북 인권문제의 의제화’까지 벙어리 말문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2일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을 오는 23~25일 사이에 국제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기한다고 발표했듯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성심껏 분위기 조성을 해온 것에 비하면 미국 측의 대응은 이처럼 이기적이다 못해 천박하기까지 합니다. 대등한 협상이 아닌, 협상 전부터 미국이 승전국 행세를 하며 북한을 패전국 다루듯 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막무가내 식 횡포가 북한에 통할 리 없습니다.

이들 온갖 난무하는 망발들을 가만히 듣고 있었을 북한 측을 생각해 봅시다. 오늘날 미국과 ‘세기의 담판’을 하기 위해 70여년 간을 버티며 ‘주체’와 ‘자주’를 견지해온 북한의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북한의 이번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와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는 미국 측의 망발과 횡포에 대한 경고입니다. 비록 ‘북미 정상회담 재고 가능성’이라는 높은 수위가 담겨져 있지만, 언론매체인 조선중앙통신사의 보도이고 또한 외무성이 아닌 김계관 제1부상의 개인 담화라 그 수준이 절제되고 있어 다행입니다. 당장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을 넘겨받은 미국 측의 대응이 긴박하고 중요해졌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성사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미국 측도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은 결정된 적이 없으며 북미 정상회담 성사는 여전히 희망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트윗 메시지를 자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유효성에 대해 “지켜보자”며 말을 아낀 것이 일말의 안도감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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