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6시경,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부부 동반 만찬, 환송행사에 이어 오후 9시 29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환송을 받으며 승용차에 올라 북측으로 돌아갔다.
분단 역사에서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만나 역사적인 합의문을 발표한 두 정상의 하루를 돌아봤다.
오전 9시 27분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남측 자유의집에서 대기하던 문 대통령이 이동했다.
9시 29분 두 정상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과 소회의실(T3) 사이 군사분계선(MDL)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았다. 문 대통령의 안내에 따라 김 위원장은 MDL에 놓인 콘크리트 턱을 넘었다. 두 정상은 북측 ‘판문각’을 마주보고 한번, 남측 ‘자유의집’을 마주보고 또 한번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이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MDL을 넘었다. 두 정상이 예정에 없던 ‘MDL 넘어갔다 다시 넘어오기’ 깜짝 이벤트를 벌인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함께 ‘자유의집’ 주차장에 마련된 환영식장에서 남측 의장대를 사열했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북측 육해공 의장대를 사열한 전례에 따른 것이다.
두 정상은 공식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북측 리명수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 후 악수했으나, 남측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가볍게 목례하고 악수했고, 정경두 합참의장은 거수경례 없이 부동자세로 악수했다.
김 위원장이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나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밝히자, 문 대통령은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예정에 없던 단체 기념촬영이 이뤄졌다. 리명수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이 그 직후 북측으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두 정상은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었다. ‘북한산’ 그림 앞에서 환담한 뒤 오전 10시 15분경 오전 회담을 시작했다. 남측에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서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약 100분간의 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이 오전 11시 56분경 임종석 실장의 환송을 받으며 승용차에 올라 북측으로 돌아갔다. 경호원 12명이 승용차를 ‘U’자로 감싸고 뛰어가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별도 오찬을 마친 두 정상은 오후 4시 29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3)에서 오른쪽 50m 지점에 있는 잔디밭에서 ‘1953년생 소나무’를 공동 식수했다. 김 위원장은 한라산흙과 한강물을, 문 대통령이 백두산흙과 대동강물을 뿌렸다.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문구가 새겨진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4시 36분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한 뒤 나무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했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게 습지 위에 만든 다리다. 과거 유엔사가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을 번역해 ‘도보다리’라고 부른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원래 일자형이던 ‘도보다리’를 T자형으로 만들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곳까지 연결했다. 새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두 정상은 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
오후 5시 13분 ‘도보다리’ 산책을 마친 두 정상은 다시 ‘평화의집’에 입장했다. 오후 6시경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손을 잡고 높이 들거나 포옹하는 등 포즈를 취했다. 이어 앞마당으로 나와 공동발표식에 참석했다.
오후 6시 17분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평화의집 1층에 나타났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맞이했다.
오후 6시 39분 남북 정상 부부는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남측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34명, 북측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26명이 동참했다. 북측 평양냉면과 남측 신안 가거도 민어해삼편수 등 ‘민족의 봄’이 식탁에도 찾아왔다.
오후 9시 13분 평화의집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영상쇼가 시작됐다. ‘하나의 봄’을 주제로 12시간에 걸친 2018 남북정상회담을 마무리하는 행사였다.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평양으로,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서울로 귀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