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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의 따뜻한 손

기사승인 2018.04.17  10: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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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정상덕의 평화일기(56)

(정상덕 교무)


지난 밤 꿈에서 나는 승합차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불량배들과 오랜 시간을 싸웠다.

1990년대 부교무 시절 몰고 다니던 그 승합차였다.

자동차 열쇠를 주지 않고 내 앞을 막고 있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 때문에 화가 나고 두렵고 답답하였다. 나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그리도 지키고 싶었을까? 물질이었나? 내 자존심이었나? 내 일이었는가?

흐릿한 눈으로 잠에서 깨어나 한참을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꿈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내 힘으로 할 수 없으니 도움을 청하려고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살펴보니, 젊은 시절 찾아뵙던 분이셨다. 

큰 절을 올리면 마음을 챙겨주시고 "나는 자네를 만나서 참 신나는 오늘이구먼" 하시며 수행자의 길에 용기를 주신 큰 스승이셨다. 한번은 소태산 대종사에 대한 추모의 정을 말씀드리니,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참 기뻐하실 제자로세" 하신 큰 어른이셨다. 자주 찾아 뵙지 못하지만 수십 년째 마음으로 모시는 분이다.

"선생님, 제 봉고차를 빼앗은 저 사람들 어찌해야 되나요?" 하면서 스승님 뒤를 따르니, "관청에 말하지 그러는가?" 하시며 내 손을 살포시 잡아주신다.

그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 요란하던 마음까지 녹아내린다. 수행 정진하는 사람들 속으로 나를 안내하는 스승님과 같이 걷는 동안 꿈속 자동차의 시끄러운 이야기는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깊은 밤 꿈은 큰 스승님을 뵙는 행복함으로 다시 깨어났다. 마음을 연하는 스승님은 꿈에서도 내 평화 서원을 다시 챙기도록 결정적인 안내자가 되어주셨다.

   
▲ 전쟁무기 사드를 뽑아내는 평화서원을 굳건히 세우고, 평화감수성을 키우기에 더할 나위없는 성주 소성리에서 생생 약동하는 평화의 봄을 오롯하게 느낀다.[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정산종사 말씀하시기를, "수도인에게 세 가지 스승이 있나니, 말로나 글로나 행동으로써 나를 가르쳐 주시는 사람 스승과, 눈앞에 벌여있는 무언의 실재로써 나를 깨우쳐 주는 우주 스승과, 스스로 자기를 일깨워주는 양심 스승이라. 사람이 큰 도를 이루고자 하면 이 세 가지 스승의 지도를 다 잘 받아야 하나니라." 정산종사 법어 무본편 53장

이번 주말은 전쟁무기 사드를 뽑아내는 평화서원을 굳건히 세우고, 평화 감수성을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성주 소성리에서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생생 약동하는 평화의 봄을 오롯하게 느낀다. 한껏 봄을 담은 풀 한 포기를 꺾으려던 순간, 생명의 향기에 잠시 멈추고 '스승님' 하며 풀과 인사를 나눈다. 이 순간 자연이 스승이고 우주가 나이다.

우리 삶에서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을 어찌 만나지 않고 피할 수 있으랴! 소성리에서 다시 평화를 챙기며 나에게 필요한 회복력은 어디서 오는지 묻는다.

오직 묻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 절망을 직시하며 다시 희망으로 장만하는 성찰의 열정, 참회의 진지함에서 오리라. 이를 알아차리며 다시 태어나는 기쁨을 맛보는 평화의 성지 소성리의 아침이 참 좋다.


2018년 4월 17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정상덕 tongil@tongilnews.com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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