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는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을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 살육의 광풍이 불었다. 그리고 2018년 70년, 아직 4.3은 우리 역사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70년을 맞아 ‘제주4.3’이 역사의 한복판 광화문광장에 들어선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4.3’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는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사무실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0주년을 또 한 번의 분기점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70주년은 10주기의 마지막이다. 앞으로 기념을 하겠지만, 당시 직접적인 피해자와 생존피해자, 1세대 유족, 당시 태어나신 분들은 고령이다. 미해결된 것을 매듭짓지 못하면 결국 살아계실 때 문제를 해결할 길을 잃어버린다. 70주년을 넘길 수 없다는 절박한 문제”라는 것.

1978년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으로 ‘4.3’이 세상에 알려지고, 1988년 6월항쟁 이후 ‘4.3 진상규명운동’이 대중화된 데 이어, 1998년 범국민위원회가 본격화되면서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4.3’ 정주년은 의미가 있던 해. 

이제 70주년인 2018년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4.3’을 제대로 알도록 하기 위한 역사 자리매김 운동의 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3 정명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제주도에 머문 ‘4.3’이 아니라 ‘4.3’의 전국화라는 의미가 있다. 박 운영위원장은 “국민의 70~80%가 ‘4.3’이 무엇인지 알고 공감하고,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로 매듭짓도록 해야 한다”며 ‘4.3 정명(正名)운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박찬식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 운영위원장이 말하는 ‘4.3 정명운동’은 ‘4.3’의 역사를 재조명하자는 취지이다. 국민이 ‘4.3’을 제대로 알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인권적 측면에서 ‘국가 공권력의 잘못으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는 정부 공식 입장을 넘어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게 2차 목표이다.

“대한민국 역사 자리매김은 억울한 학살의 피해 객체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 민중들이 무엇인가 했기 때문에 학살이 이뤄졌던 것이다. 그럼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바랐는가 하는 역사 주체로서의 조명이 필요하다.”

‘4.3’은 당시 제주도민들이 제대로 된 나라, 분단을 극복한 통일된 나라를 원해 싸우다 발생한 일, 제주도민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려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된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던 역사라는 의미를 재조명하자는 것.

그는 “20~30년이 지나면 제주도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죽었다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통일 유공자”라며 “‘정명운동’을 본격화해야 한다. 20년 동안 ‘4.3’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덮어버린 역사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게 70주년의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제주4.3특별법’ 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별법에 따라 진상조사는 이뤄졌지만, 희생자에 대한 배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법에 따라 작성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총론으로 구체성이 결여된 측면이 있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는 당시 미군정 하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책임 규명도 담겨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주요 골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데 힘든 점이 있을 터. 그래도 박 운영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 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주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참가해 사과한 데 이어, 문 대통령도 오는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과거 9년 동안 제대로 불리지 못한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가 공식 제창될 예정이다.

‘4.3’ 70주년을 앞두고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분주하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정명운동’으로 ‘4.3’을 대한민국 역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특히, ‘4.3 주간’(4월 3일~7일)의 마지막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3 70년,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주제로 국민문화제가 열린다. 분향소와 정보관도 설치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특별전도 마련된다. 모두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4.3주간'에 많은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그러나 걱정도 있다. 7일 국민문화제에 앞서 6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일이기 때문. ‘태극기부대’가 서울 시내 곳곳에 쏟아져 나와 행사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자칫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행사가 열릴 위험이 있다. ‘서북청년단(서청)’은 학살의 주역이었고, 지금도 ‘서청’이라고 하면 치를 떠는데, 소위 ‘재건 서청’을 만들어서 깃발을 날리는 사람들이 있다. 행사를 어찌해야 할지 걱정되는 상황”이라면서 “이럴수록 많은 분들이 함께 행사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교사들은 4.3 계기 수업을 하고, 시민들은 분향소나 박물관을 방문하고, 국민문화제에도 참가해 민주국가, 문명국가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제주4.3항쟁 70주년 광화문 국민문화제’는 오는 7일 오후 6시 반부터 서울 광화문 북광장에서 열린다. 낮 12시부터 광화문광장에 ‘4.3 예술난장’도 마련됐다. 추모공간과 정보관은 3일부터 7일까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다. ‘4.3특별전’은 오는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다.

전국적인 분향소도 설치된다. 다음 달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대전, 대구, 대전, 광주 등 20개 지역에서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다.

▲ '제주4.3 제70주년' 주요행사 포스터. [자료제공-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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