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련 응원단 1진으로 속초에 도착한 박정희 씨가 80년만의 고국 방문 소식이 <통일뉴스>에 전해진 것을 보고 어깨춤을 추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박창술 객원전문기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태어나신 이 고향땅에 오니까 감개무량하고, 아무런 거슬림 없이 그냥 받아준 우리 조국에 와서 참 기쁘다.”

일본에서 태어나 80년 만에 부모님의 고향, 남녘 땅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박정희(80) 할머니는 흥겨운 어깨춤이 절로 난다.

초급학교 2학년 나이에 일본 땅에서 해방을 맞아 한국말이 서툴다는 박 할머니는 자식들 세 명은 모두 조선학교에서 가르쳐 한을 풀었다.

9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평창 동계올림픽 응원단 1진 105명 중 최고령자인 박 할머니는 공항에서 단일기를 들고 “남북은 하나! 우리는 하나! 조선독립 만세!”를 외쳐 이미 <통일뉴스>에 도착 기사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박 할머니는 “김치랑 반찬이랑 하나하나가 입에 딱 맞는다. 고향에 온 기분이다”며 “여기 오니까 많이 발전해서 일본하고 똑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통일뉴스>에 실린 자신의 사진을 보고 소녀마냥 좋아하며 태블릿PC에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 일본 각지에서 출발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총련 응원단 1진 105명은 8일 속초 숙소 인근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결단식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박창술 객원전문기자]

8일 들어온 1진 105명, 9일 입국하는 2진까지 모두 180명의 총련 응원단은 각 단체와 지역에서 골고루 참가했고, 젊은 세대들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남북 고위급회담 실무회담에서 “남과 북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응원단 활동도 보장한다”는 합의에 따라 전격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총련 응원단은 김포공항에서 버스편으로 속초 숙소에 도착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결단식(結団式)’을 가졌다. 이들도 도쿄와 오사카 등 곳곳에서 모여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것.

▲ 처음으로 남녘땅을 밟았다는 리전미 씨가 소감과 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박창술 객원전문기자]

재일조선인의학협회(의협)에서 일하고 있다는 리전미(36) 씨는 “조선적(朝鮮籍)이고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며 “거의 다 조선학교 출신인데 나는 일본학교 다니고, 일본이름 쓰고, 일본 사람같이 살아왔는데 대학생 시기 ‘류학동’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조선사람으로 살아나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리 씨는 “통일하기 전에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런 기회가 있어서 올 수 있게 돼 반갑고 정말 기쁘다”며 “뭔가 처음에 온 것 같지 않고 역시 자기 고향이다”고 기쁜 마음을 전하고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한국 분들하고 많이 교류도 하고 그러한 분위기를 가져가서 다시 재일교포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 처음으로 총련 명찰을 달고 방한한 리동제 평통협 회장. 2006년 광주 6.15민족공동행사 이후 첫 방문이다. [사진 - 통일뉴스 박창술 객원전문기자]

남북해외 교류 과정에서 자주 만났던 리동제 재일조선인평화통일협회(평통협) 회장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2006년 광주 공동행사 이후 십여년 만이고 총련 명의로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는데 북남 합의에 따라 이렇게 참가한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더라”고 말했다.

리 회장은 “통일 분위기도 조성하고, 우리 민족은 하나라는 것을 크게 알리는 좋은 기회다”며 “우리가 이걸 디딤돌로 해서 분위기를 바꿔나가는데 이바지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지고 나섰다. 영하 20도고 나이도 들었지만 박차고 나왔다”고 각별함 심경을 밝혔다.

특히 “일본에서는 상당히 올림픽 문제를 가지고 북남을 깎아내리는 그런 분위기가 좀 있다”며 “그러나 여기 와보니 그야말로 분위기가 올라가 있다”고 즐거워했다.

▲ 처음 남녘 땅을 밟은 응원단을 이끌고 있는 배익주 총련 부의장. [사진 - 통일뉴스 박창술 객원전문기자]

이번에 총련 응원단 단장을 맡은 배익주 총련 부의장은 “평창 올림픽이 우리 민족의 슬기와 용맹, 특히 위상을 크게 떨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아래 북남관계가 개선되고 조국통일의 돌파구를 여는 데서 역사적인 계기가 돼 주면 좋다는 그런 마음으로 응원단 활동을 힘차게 벌이겠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짧은 기간에 180명이 참가하게 됐고 오늘 처음 만나고 있다”며 “이것은 재일동포들의 통일 열기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어서 대단히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정부 시기 고향방문 때는 연장자들을 우선 배려하느라 처음으로 남녘 땅을 밟았다는 배익주 단장은 “역시 우리 민족끼리 말도 통하고, 우리 역사와 문화도 같고, 우리가 참 한겨레라는 것을 남쪽 땅에 와서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자주 올 수 있도록 북남관계가 개선되고 통일이 성숙돼 가면 참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총련 응원단은 9일 오후 4시 ‘고려건국 1100년 기념 남북공동 평창 특별전’을 관람하고 8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 10일 오후 4시 황영조체육관에서 진행되는 남북해외 공동응원에 참석하고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를 응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자아이스하키 경기 티켓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은 11일 서울로 이동해 12일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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