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화 / 종주대원

일자: 2018년 1월 14일(일요일)
구간: 추풍령 - 금산 - 사기점고개 - 작점고개
거리 및 시간: 8.7km(접속구간 없음), 4시간 35분
산행 인원: 7명(운전봉사 2명)

 

▲ 월류정을 품고 있는 월류봉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작년 겨울 태백산 눈산행에 덥석 따라 나섰다가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원’이 되었다.

진달래 철쭉이 흐드러진 봄날 꽃길, 무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며 걷던 덕유산, 운해의 묘기와 단풍에 넋을 잃고 걷던 가을 지리산, 잠시 쉬어가는 충청, 경북의 아기자기한 봉우리. 그렇게 사계절을 걷고 또 다시 겨울. 

계절과 날씨에 따라 요술부리듯 변화하는 자연, 순수하고 매력적인 대원들과의 대간길은 일상에 지친 내게 주는 위로의 선물이다. 지금 나는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백두대간 완주를 꿈꾸며 길을 걷는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될 것이기에.

2018년 새해 첫 산행

이번 산행은 추풍령에서 작점고개까지 총 8.7키로 4시간 반으로 대간 중 가장 짧다. 해발 고도 또한 낮고 평이해 여유롭게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 이날 운전봉사를 한 변광무 대원 부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며칠째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폭설이 내렸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멋진 눈꽃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서 집을 나선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주욱 늘어선 관광버스와 등산객들로 분주하다.

정예대원 7명이 하나둘 도착하고, 운전봉사 할 변광무 대원이 아내와 함께 도착했다. 변광무 대원이 운전대를 잡고 사당역을 출발하여 9시 50분경 들머리 추풍령에 도착하니 공기가 싸하다.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산행채비를 하며 변광무 대원이 집에서 직접 끓여온 보이차를 마시니 푸근한 마음이 전해지며 몸도 따뜻해진다. 추풍령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변광무 대원 부부와 우리 종주대원들은 작점고개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 들머리 추풍령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지난 산행 땐 지나쳤으나 오늘 추풍령 표지석 받침대에 “88 서울올림픽 성화 봉송기념”이라 새겨진 걸 보니 엄마남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떠오른다.추풍령은 ‘김천직지사에 머물던 사명대사가 고개를 지나는데 바람이 마치 가을바람처럼 신선하게 불었다하여 가을바람 추풍령이라 불려졌다’고 한다. 추풍령 고갯길이 아니라 노래비, 조형물, 장승이 서 있는 소공원 느낌이다.

올림픽은 체제와 이념을 뛰어넘는 셰계평화의 제전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이 남북이 하나 되어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기운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 본다.

이번 산행 며칠 뒤 남북단일팀, 마식령 스키장에서 훈련, 금강산에서 올림픽전야제 등 님북 간에 몇 가지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반가운 뉴스가 나왔다.

다시 시작된 이 화해의 분위기가 이어져 지리산에서 시작한 종주대가 백두산 장군봉까지 갈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희망해 본다.

일제 강점기 상처를 드러내고 있는 금산

추위도 한풀 꺾이고 날씨가 푹하다. 눈은 바닥에 낮게 깔린 정도로 눈꽃산행 기대를 배신한다. 추풍령에서 영남대로를 건너, 농가를 따라 조금 걸으니 산길 입구 계단이 나온다. 계단으로 진입하여 10여분 정도 오르니 금산 200미터 사기점고개 4키로 이정표가 있다.

오늘 우리가 걷는 이곳 마루금은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며 충북영동군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라 한다. 숨을 고르고 조금 걸으니 금산이다.

▲ 금산 정상은 철망으로 덮여있고 ‘등산로 아님’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금산 정상은 철망으로 덮여있고 ‘등산로 아님’이라고 쓰여 있다. 금산은 일제강점기 채석장으로 깎여서 반쪽만 남은 꼴이 되었다. 훼손된 산을 뒤로하고 좁고 가파른 길을 내려간다.

낙엽을 살짝 덮은 눈이 얼어붙어 미끄럽다. 아이젠을 할까 망설이다가 좀 더 걸어보기로 한다. 눈길을 30여분 내려오니 다시 오르막이다. 왼쪽으로 추풍령 저수지가 보이고 황토색 맨살을 드러낸 금산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아리다.

금산에서 사기점고개까지는 쭉 소나무 길이 이어져 있다. 언뜻언뜻 보이는 파아란 하늘에 눈이 시리다. 눈길을 걸으니 걸음이 점점 느려지고 체력소모가 심하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장비를 재정리하여 다시 걷기 시작한다.

▲ 아이젠에 붙은 눈뭉치를 털고 있는 전용정 종주대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다보니 아이젠에 눈이 뭉쳐서 걷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대원들은 수시로 뭉친 눈을 털기에 바쁘다. 등산화 바닥에 눌러 붙어 계속 성가시게 구는 눈을 털다 걷다보니 어느덧 사기점 고개에 도착했다.

사기점고개 -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롭고 평화로운 점심

▲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롭고 평화로운 점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아늑한 구릉지에 자리를 펴고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니 오늘 점심도 푸짐하다.

포근한 날씨에 바람도 없고, 갈 길은 짧고 시간은 넉넉하니 느긋한 점심에 웃음 만발. 날씨 하면 떠오르는 조한덕 대원. 오늘의 이 청초한 겨울 날씨는 조한덕, 민성 부자의 기도 덕분이라는 김성국 대원의 말에 모두 동의를 표한다.

오늘 산행에서는 정상을 알 수 없어 정상주는 이 자리서 하기로 한다. 소주, 막걸리 한잔씩 하고 다시 짐을 꾸린다.

▲ 산행 또 산행.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출발 전 사기점 고개에서 바라본 광경- 하얀 눈길과 푸른 소나무 파아란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오래도록 기억될 색의 조화다. 지난 몇 차례 산행은 춥고 날씨 변덕이 심해서 쫒기 듯 점심을 해치우고 걸었는데 오늘은 여유롭다.

사기점 고개 표지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작점고개를 향해 오르막을 오른다. 그리 높지 않은 길인데 점심을 먹고 걷는 오르막길은 늘 힘들다. 내 숨고르기에 집중하며 걷다보니 다시 내리막길, 미끄러지듯 내려오니 작전도로가 나온다.

▲ 막바지 하산길. 심주이 총무가 하얗고 고운 눈에 드러눕고 싶다며 눈밭에 몸을 던졌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힘을 내 작은 봉오리 넘어 임도를 따라 내려오니 작점고개다. 미리 작점고개에 와 있던 변광무 대원부부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우리를 맞이한다.

오늘 선두와 후미가 동시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예상시간 5시간보다 30분 일찍 날머리에 도착했다. 대원들의 산행 실력이 평준화 되어간다는 신호일까?

▲ 날머리 작점고개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달이 머무는 월류봉

오후 2시 30분 이른 하산에 대원들 얼굴에 아쉬움이 남은 듯하다. 산행하는 동안 미리 사전답사를 한 변광무 대원의 안내로 영동 월류봉에 들렀다. 작점고개에서 20여분 가니 달도 머물다 간다는 황간면 원촌리 월류봉이다.

▲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깎아지른 듯한 월류봉 절벽과 풍치 좋은 월류정.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차에서 내리자 대원들 모두 감탄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비경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에 의아해 하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세워진 정자 월류정, 낮게 눈을 이고 있는 다섯 개 봉우리, 기가 막힌 절경이다.

직립한 절벽에 걸려 있는 달의 정경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하니 야간관광이라도 와야 할 듯하다. 백두대간 타면서 덤으로 얻은 월류봉, 멋진 추억하나 사진에 담고 차에 오른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