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호 / 6.15산악회 회원

 

▲ 6.15산악회 신년 산행에서의 단체 사진. 현수막 역시 평창동계올림픽이 통일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하는 바람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사진-유영호]

지난해는 개인적 사정뿐만 아니라 지난 3월 초 발목을 크게 다쳐 일체 6.15산악회의 산행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발목 상태가 그런대로 갈만 할 듯하여 함께 하게 되었다. 매년 신년산행은 항상 그렇듯 평창동에서 출발하여 형제봉을 넘어 정릉방향으로 하산하는 경로이다.

이날 산행참가자는 총 23명이 함께 했으며, 사정상 뒤풀이에 2명이 추가로 결합했다. 또 산행 멤버로 항상 나오시던 최고령자이신 유기진 선생님(94세)이 뜻밖에 불참하셨을 뿐만 아니라, 6.15합창단 회원 김태훈 님이 9살, 11살짜리 아들 둘을 데리고 오면서 졸지에 평균연령이 확~ 낮아지게 되어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2018년 신년산행은 1월임에도 너무도 따뜻한 날씨여서 마치 3~4월 산행처럼 봄소풍 가듯 즐거운 발걸음으로 시작되었고, 항상 그렇듯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간다’는 모토 속에 우리는 천천히, 쉬엄쉬엄 산길을 걸었다.

▲ 어린 아들과 함께 온 6.15합창단원들이 인사하는 모습. 인사 후 노래 ‘반갑습니다’를 다함께 불렀다. [사진-유영호]

형제봉을 넘어 조금 내려와 즐거운 점심식사가 시작되었고, 식사 후에는 항상 그렇듯 6.15산악회만의 특징이랄 수 있는 산상강연이 있었지만, 강연 전 참가자들끼리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6.15합창단 단원들은 집단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치레로 노래를 한 곡 불렀다. 노래 제목은 남북 모두가 다 아는 노래 ‘반갑습니다’였다. 아마도 곧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 때 참가하는 북측선수단을 생각하며 부른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날은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산행이다 보니 각 단체의 대표들의 덕담이 이어졌다. 범민련남측위 이규재 의장과 통일뉴스의 이계환 대표 등. 그리고 이어서 양심수후원회의 권오헌 명예회장의 산상강연으로 이어졌다.

▲ 신년산행을 맞이하여 좌로부터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 이규재 범민련남측본부 의장의 덕담에 이어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의 ‘산상강연’이 이어졌다. [사진-유영호]

산상강연은 2018년을 맞이하여 새롭고도, 격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남북관계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북미정세의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해 북의 핵무장이 완성되면서 북미관계는 질적인 변화를 일으켰으며, 이런 정세 속에서 북의 신년사를 통한 남북관계의 변화 역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듯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어 있던 지난 10년간의 남북관계는 북의 신년사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것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금 마음가짐을 다져본다.

산상강연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니 산행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우리를 위하여 뒤풀이 장소를 미리 찾아 예약해준 박윤경 씨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 덕분이 뒤풀이장소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바로 갔다. 

▲ 산행을 마치고 정릉동 대진여객 버스 종점 앞 뒤풀이에서 이규재 범민련남측본부 의장님이 “넘 맛있어 또 드시고 싶다”는 음식점 ‘남한강매운탕’의 요리^^ [사진-유영호]

나는 마침 뒤풀이 장소에서 이규재 범민련 의장님과 마주 앉게 되었는데, 의장님이 뒤풀이 장소에서 먹은 민물매운탕이 너무 맛있다며, “이렇게 맛있는 매운탕은 정말 오랜만이예요”라는 것이다. 그러며 선생님이 주로 계신 영등포에 위치한 범민련 사무실에서 이것을 또 먹기 위해 정릉까지 오기는 너무 멀다며 아쉬워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마치 봄날의 산행 같았던 등반 길부터, 다 함께 즐거운 식사뿐만 아니라 현 정세에 대한 산상강연, 그리고 맛난 뒤풀이까지 즐거운 산행이었다.

버스 안에서의 대화– 남북대결과 평창동 개발

뒤풀이를 마치고 바로 그 앞이 종점인 110번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마침 내 옆에 6.15합창단원인 서효정 씨가 앉았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홍제역까지 이 버스가 지나가는 길은 정릉-국민대-북악터널-평창동-상명대-홍제역이었다. 그래서 버스로 빨리 지나가는 길이지만 평창동 일대의 도시개발이 바로 1968년 소위 1.21사태라 불리는 북의 무장대에 의한 청와대 습격과 관련된 것이라는 숨은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1968년 이 사건을 겪은 박정희로서는 놀라 까무라칠 일이었다. 바로 청와대 집무실에서 불과 몇 백미터 안떨어진 곳까지 북의 무장대가 완전무장을 하고 자신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 후 대통령 경호실장, 수경사사령관, 서울시장 등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에 따라 그 후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고, 을지훈련이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이북으로 곳곳에 탱크방벽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장 김현옥은 당시 그렇게 쉽게 북의 무장대가 휴전선부터 청와대 근처까지 대한민국 군인과 경찰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눈에 띄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 북쪽으로 도시개발이 전혀 안된 채 산림으로 우거져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청와대 북쪽을 개발하여 민간인들이 많이 살고 유동인구를 늘려야 그것이 안전망으로 작동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결과 청와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칠궁이 축소되며 궁정동에서 창의문을 지나 세검정으로 넘어가는 도로를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김현옥 서울시장은 청와대 북쪽으로 크게 순환도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도로계획 때문에 1971년 북악터널이 완공된 것이다.그리고 청와대 뒤로 당시까지는 숲으로 우거진 수 십만 평의 평창동이 택지로 개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위 ‘북악스카이웨이’라 불리는 도로 역시 같은 이유로 서울시장 김현옥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우리는 이처럼 당시 1970년 전후로 개발된 바로 그곳, 북악터널과 평창동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인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잘 모를 뿐이지 이처럼 우리나라는 도시개발조차 남북대결에 따른 분단비용이 그대로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 2014년 12월 26일 6.15산악회 권오헌 선생께서 홍제동 보안수사대에 출두하며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사진-류경완]

이러한 분단비용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탄 버스가 홍제역에 다다랐을 때 마침 ‘홍제동 보안수사대’를 지나고 있었다. 바로 이곳은 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1987’의 배경이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면, 바로 이곳 역시 그와 똑 같은 홍제동 대공분실이다.

더욱이 남영동 것은 이제 박종철 고문치사 이후 더 이상 대공분실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곳 홍제동 대공분실은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 6.15산악회 회장님이신 권오헌 선생께서는 지난 2014년 12월 압수수색을 당하고 바로 이곳 홍제동 보안수사대에 출두하여 조사를 받았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곳곳에 남북대결의 흔적과 그에 따른 분단비용을 지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2018년 새해에 남북통일의 대통로가 열기기를 기대하며 새해 신년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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