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 나는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상호 존경과 신뢰에 기초해 우리가 추구하는 더 나은 길을 닦아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14일 오후 4시 35분(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5시 35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한‧중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측 참석자들에게 이같이 인사했다. ‘모두가 아는 이유’는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도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시켜 발전시키고, 평화·번영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는 아름다운 동행의 새롭고 좋은 첫 발걸음을 함께 내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한‧중 정상이 그간 양국 관계를 가로막아 온 사드라는 장벽을 넘어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어제가 난징대학살을 추모하는 기념일이었다”며 “한국에서 그 행사가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대사를 참석시켜 준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사례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은 중국 국민정부의 수도였던 난징(南京)을 점령해 이듬해 2월까지 대량학살과 온갖 만행을 저질렀고, 중국측은 30만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날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난징에서 80주기 추모행사가 열렸고, 문 대통령은 자신의 국빈방문 일정에도 불구하고 노영민 주중국대사에게 추모행사 참석을 지시했다.

시 주석은 “중‧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인 시기에 처하고 있다”면서 “우호적이고 가까운 이웃 협력자로서 지역 평화 수호와 공동발전을 촉진하는 면에 있어서 광범위한 공동 이익과 넓은 협력의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나는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대통령과 전략적인 소통과 효율을 강화하면서 양측 이익을 심화시키고, 양자 관계를 강화하고, 방향을 정확하게 잘 잡아 중‧한 관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력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특히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 중국은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며 “두 나라는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 올림픽 조직과 준비, 중계, 스포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한국측 관심사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국빈으로 초대해 주고, 따뜻하게 환대해 준 시진핑 주석과 중국 정부, 그리고 중국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어제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도일이었는데, 다시 한 번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5년간 양국관계의 발전을 회고하면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한국은 중국의 제3대 교역국이 되었다. 매일 300편에 가까운 항공편으로 4만여 명의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오늘 정상회담이 그간 우리 양국과 양 국민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통해 이룩한 성과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 정상 간의 신뢰와 우의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양국 간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반을 단단하게 하고 싶다”면서 “양국의 미래성장 동력을 함께 마련하고,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분야의 협력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길 기대한다”면서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확대 정상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김동연 부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영민 주중국대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으며, 중국 측에서는 딩쉐샹 주석판공실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중산 상무부장, 추궈홍 주한국대사,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 등이 참석했다.

이날 정상회담 직전에는 인민대회당에서 공식환영식이 열렸고, 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MOU 서명식, 소규모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이 진행된다.

김정숙 여사는 공식환영식 후 인민대회당 복건청에서 펑리위안 여사와 별도의 차담 일정을 가졌다.

한편, 이날 오전 베이징 시내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 무역파트너십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 중이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중국 측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이번 폭행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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