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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삶은 달걀

기사승인 2017.12.14  18: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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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정상덕의 평화일기(35)

정상덕 (원불교 교무)

 

간식으로 내놓은 삶은 달걀을 한 그릇 받았다.

껍질을 까고 한 입 베어 물고 나니 어린 시절 달걀 하나로도 부자가 되던 날들의 풍경이 필름이 되어 떠올랐다. 

"꼬꼬댁 꼬~꼭~~"
시골집 지푸라기 닭장에서 달걀을 낳았다는 어미닭 울음소리가 안방까지 들린다.

"상덕아~!" 하는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는 달걀을 걷어오라는 신호음이다. "예!" 하고 대답하고는 한달음에 닭장으로 달려가 고무신 가득 달걀을 담는다.
달걀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고 검노란 닭똥과 핏기도 배어 있다.

   
▲ 어머니의 손길처럼 온기가 남아있는 어린 시절 그 달걀은 몸을 살리는 평화였고, 이제 그 생명은 마음과 세상을 살리는 은혜이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어머니는 그 달걀을 물에 넣고 펄펄 끓인 뒤 차가운 물에 담궜다 꺼내어 '호호' 하고 식혀서 내 손에 쥐어준다.
자애로운 '엄마표' 삶은 달걀이다.
신바람이 난 나는 달걀 하나는 입에 물고, 다른 하나는 손에 든 채 가장 친한 친구에게로 바람처럼 달려간다.

어렵던 시절, 삶은 달걀은 귀해서 더욱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노른자를 입술 가득 묻혀 가며 달걀을 먹고 있는 동안에는 세상 어떤 부자도 부럽지 않았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지금이지만 나는 여전히 삶은 달걀이 좋다.
손에 든 달걀에 어머니의 손길마냥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어린 시절 그 달걀은 몸을 살리는 평화였고, 이제 그 생명은 마음과 세상을 살리는 은혜이다.

2017년 12월 14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정상덕 tongil@tongilnews.com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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