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가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7일 공식 발족했다. 북방위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추진 준비를 중점에 두고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4월 2차 시범운송 사업중 나진항에 도착한 열차에서 석탄을 하역하는 장면. [자료사진-통일뉴스]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일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위, 위원장 송영길)는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국가와 협력을 강화해,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 이른바 '나인브릿지(9-Bridge)'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가스, 철도, 전력 등은 북한과의 협력이 필수라는 점에서 북한과의 협력 여부가 주목받는다. 일단, 북방위는 지난 정부 수차례 북방정책을 폈지만, 북한과의 협력에서 번번이 좌절돼 동력을 잃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협력은 뒷순위로 미뤄둔 상황이다. 한.러 간 경제협력이 가속화되면, 북핵 문제 등의 상황변화에 따라 북한과 협력을 추진한다는 것.

하지만 북방위는 먼저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추진에 방점을 두고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도 불구하고, 남-북-러 경제협력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북방위는 지난 6일 북방경제협력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64.2%가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추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방위는 경협강화를 통한 한.러 간 실질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러 협력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나진-하산 물류사업 재추진을 준비한다는 계획.

그리고 동해선 철도연결과 연계해 먼저 강릉-제진역의 1백km 구간을 복원한다는 방침. 이를 토대로 남북관계가 풀릴 경우, 동해선을 통해 북측 나진역을 거쳐 러시아 하산역을 지나 시베리아철도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 러시아 하산에서 북측 나진항으로 석탄을 운송하는 화물기차. 남북간 동해선 철도가 연결되면 러시아 하산으로 이어지는 시베리아 철도가 완성된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도 맞물려있다. 금강산,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남북이 공동개발해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구축’이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즉, 북방위의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추진은 ‘한반도 신경제지도구상’ 본격화인 것.

송영길 위원장은 지난 7일 1차 회의에서 “동해선, 강릉에서 제진까지 약 100키로 정도가 아직 건설이 안 되어 있다. 나중에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복원이 되고 남북관계가 풀렸을 때 시베리아철도 연결을 대비해서 우선 우리가 북쪽 영토에 있는 강릉-제진 간의 동해선 철도를 복원하는 문제가 여러 가지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라며 통일부와의 협력을 당부했다.

물론,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에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걸림돌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를 막는 미국의 독자제재도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이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다. 2013년 11월 박근혜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그리고 포스코, 코레일, 현대상선이 참여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2015년 말까지 3차례 시범운송이 진행됐고,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이니셔티브'를 뒷받침하는 사업이라고 판단해 남북협력기금 투입도 검토했다.

하지만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정부는 그해 3월 독자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중 해운통제를 강화해,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러시아 시베리아산 석탄 등을 철도를 이용해 러시아 포시에트항을 거쳐 하산역을 지나 북측 나진항으로 실은 뒤, 이를 배에 실어 포항, 부산항으로 들여오는 사업이기에, 해운통제에 해당한 것이다.

▲ 송영길 북방위 위원장은 7일 1차 회의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 복원을 위해 통일부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사진제공-북방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한 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하고, 11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중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은 두 번,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은 한 번 시험발사됐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어,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쉽게 재추진하기 어려운 실정.

그러나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관심도가 높고, 박근혜 정부 당시 ‘5.24조치’ 예외사항으로 분류된 데다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도 정부가 추진한 전례가 있으므로, 재추진을 준비하면 향후 본궤도에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방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우리가 대륙으로 나가는 철도연결의 중요한 관문”이라며 “새로운 사업이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 국면에서도 우리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중단됐으니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핵 문제가 걸려있어서 그런 게 조금 어느 정도 해소까지 아니지만,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여건조성이 되고 나면 시간은 늦어진다.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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