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가 평화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단법인 통일맞이가 시상하는 20회 늦봄통일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강해윤 교무, 김성혜 교무, 김교심 교무, 이해찬 통일맞이 이사장, 김희선 늦봄통일상 심사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금까지 우리가 뭘 했다고 하는 시상이 아니라 이미 지적한 것처럼 지금까지 원불교가 내공만 쌓고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 첫걸음을 내딛었으니까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의 의미로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 상을 감사히 받겠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호를 이름 붙인 '늦봄통일상'의 올해 20회 시상식이 열린 18일 서울 종로구 연지공 기독교회관. 수상자인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원불교비대위, 상임대표 김도심 교무)를 대표해 김도심 교무는 "부끄럽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김 교무는 "성주 소성리 할머니들은 원불교에서 사무여한(死無餘恨, 죽어도 남은 한이 없다)의 깃발을 들었지만 죽은 교무는 없고 사드는 들어왔다고 하시기도 하는데, 죽음으로 사드를 막고 평화를 지킬 수 있었다면 두 번째 순서를 양보할 생각없는 교무들이 여기도 많이 있다"며, 아쉬움은 있지만 "이제 죽는 폭잡고 살 수밖에 없다"고 다짐을 밝혔다.

이어 "지난 9월 7일 임시배치라는 꼬리표는 붙였지만 사드가 들어온 그날 우리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미력한 힘이나마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나를 완전히 내려놓고 앞장설 수밖에 없는 운명적 선택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겠다"고 거듭 각오를 밝혔다.

김 교무는 "오늘 수상을 계기로 통일맞이와의 인연을 더욱 굳게 하겠다"며 채찍인 상은 받고 상금만은 시상 주체인 통일맞이에 다시 드리고 싶다고 했고 이해찬 통일맞이 이사장은 "마음을 잘 헤아려서 귀하게 잘 쓰겠다"며 상금을 받아들였다.

통일맞이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한 늦봄 문익환 목사의 삶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1996년 늦봄통일상을 제정해 매년 상을 수여해오고 있으며, 문 목사가 재직했던 한빛교회 신도들은 헌금으로 상금을 조성해 후원하고 있다.

고 윤이상 음악가와 민가협이 첫해 늦봄통일상을 수상했으며, 고 리영희 교수(4회)와 고 김대중 대통령(8회),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11회), 강정마을회(17회) 등에 이어 지난해에는 이해학 목사(19회)가 수상했다.

이해찬 이사장은 "올해 늦봄통일상 수상자는 아무래도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노력을 해 온 단체로 정하자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사드의 효용성에 논란이 있고 절차적 타당성에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으며, 한미, 한중간 복잡한 문제도 여전하다. 원불교에서 성지수호를 포함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지금까지 성실하게 대응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구조를 만들고 남과 북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문익환 목사님의 평소 뜻이였다"며, 앞으로도 원불교가 이 같은 길에 좋은 활동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희선 늦봄통일상 심사위원장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전쟁위기를 겪으면서 한반도에서 전쟁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곧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으로 드러난다"며, "지금의 시대정신인 평화를 가장 치열하게 실천하고 있는 원불교비대위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또 "늦봄 통일상 수상이 사드 임시배치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비대위에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이날 시상식에는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장영달 전 통일맞이 이사장, 문성근 씨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축사에서 과거 문익환 목사로부터 교회에서 잘 보이지 않던 성경을 감옥에서 읽던 중 비로소 '평화'를 보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평화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이고 이러한 문 목사의 뜻에 비추어 원불교비대위의 이번 수상은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아직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지난 4월 26일 기습적으로 사드배치가 되었을 때에 비해 지난 9월 7일 4기의 발사대가 폭력적인 방식으로 추가 배치된 것은 주민들과 국민들에게 훨씬 심한 배신감을 주었다며, 결코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하는 사드 배치를 통해 '평화는 평화로만 그것을 지킬 수 있다'는 금언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9회 늦봄 통일상 수상자인 이해학 목사는 "종교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평화를 위해 온몸을 다해 일하는 것"이라며, "오랜 원불교의 내공이 열매를 맺는 것 같아 기쁘다. 원불교의 수상은 문익환 목사를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