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2,3차 조사결과를 공개하라는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정부를 규탄하고 기지내 오염실태에 대한 공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2, 3차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소송 2심 변론기일인 지난 27일 정부가 시간끌기식 항소 입장을 고수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 평택 이전까지 약 석달 밖에 남지 않은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대한 정화 책임 문제를 따지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기지 내부 오염원 정보 확인을 위해서는 2심 판결선고일인 11월 8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초래됐다.

"정부가 패소한 판결에 항소를 남발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부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반복되는 재판에서 환경부는 '주한미군 측이 한국인들의 대미 정서 악화를 우려하여 끝내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항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국방부와 외교부 역시 민감한 외교사안이라며 항소입장을 고수한다.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시민의 열망을 안고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지만, 용산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9일 용산주민모임과 녹색연합, 민변 미국문제연구위원회, 새민중정당.민중연합당.정의당.녹색당 등 각 정당의 서울시당이 구성한 '용산미군기지 온전한 반환을 위한 대책위원회'(용산기지 반환대책위)와 '불평등한 한미SOFA 개정 국민연대'(SOFA개정 국민연대)는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용산 미군기지 내부오염원 2,3차 조사결과, 공개결정에 항소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없는 주한미군과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한미동맹을 이유로 환경오염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 정부라면 "64년동안 사용하던 오염된 헌집을 치우지 않고, 해외주둔 미군기지 중 가장 크고 현대적이라는 평택의 '새집'으로 이사"하는 주한미군에 기지 오염 책임을 요구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조사한 용산 미군기지 내부 오염원 정보 일체 즉각 공개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 대한 공동 정밀조사 및 위해성 평가 실시 △오염당사자인 주한미군의 책임있는 정화를 요구하고 나아가 △용산 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 △불평등한 한미SOFA 전면 개정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14일부터 기지 이전이 끝나는 12월 31일까지 시민들과 함께 매주 4회 정해진 일정한 코스를 따라 용산 미군기지  온전한 반환과 미군의 책임있는 정화를 요구하는 '담벼락행진'(남영역-전쟁기념관-2번게이트-한미연합사-이태원광장 2.2km)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정부 항소에 따른 2심선고일인 11월 8일이 지난 주말인 11월 11일에는 담벼락행진에 나선 시민들과 함께 용산기지 온전한 반환을 위한 미군기지 인간띠잇기 행동을 진행하며, 10월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한달간 20만명을 목표로 청와대 국민청원운동을 전개한다.

한성 서울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장은 "깨끗하게 치우고 깨끗하게 나가라"는 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SOFA개정국민연대 권정호 변호사는 용산 미군기지를 포함해 국내에 산재한 미군기지의 오염 현황을 설명한 후 '한미동맹의 적폐'라고 일갈한 후 정부는 지금이라도 항소를 취하하고 주한미군에게는 11월 기지 이전문제를 다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개최 전이라도 기지 오염현황 공동조사와 오염치유를 위한 공동대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굳게 잠겨있는 용산 미군기지의 자물쇠를 뜯고 들어가 오염실태 조사를 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문제는 2000년 한강 독극물 방류, 2001년과 2006년 녹사평역 및 캠프 킴 인근 유류 유출 사고, 2015년 탄저균 반입실험을 비롯해 최근 미국 정보자유법(FOIA) 절차를 통해 확인된 84건의 유류 유출 사고까지 끊임없이 발생했다.

기지 외곽으로 오염된 지하수가 계속 흘러나가는 것이 검출되자 한국정부와 주한미군은 공동으로 사우스포스트 안팎에서 세차례 오염조사를 실시했으며, 2015년부터 시작된 시민사회의 정보공개소송 결과 지난 4월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1차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명하는 판결이 이어졌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한국 사법부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주한미군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차 조사와 2,3차 조사가 같은 목적으로 진행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고집하면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용산 미군기지 바깥에서 오염조사와 정화작업이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서울시도 미군기지 내부의 오염원 실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며, 10년 이상 정화작업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지 바깥인 녹사평역 주변 지하수에서는 2016년 기준으로 1군 발암물질인 벤젠이 587배, 캠프 킴 주변에서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 512배로 나타나는 등 유류 오염물질이 고농도로 검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은희 용산 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대표는 "최근 서울시가 기지 외곽 6곳에 대한 오염조사를 발표한 바 있으나 문제는 여전히 기지내부에 대한 공동 정밀조사가 시급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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