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 거친 ‘말전쟁(war of words)’을 벌이는 와중에 ‘북.미 뉴욕채널’을 가동해온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CNN>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경고 발언을 쏟아냈다고 12일 보도했다. 

그는 “이 남자(김정은)는 자신이 한 것으로부터 무사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만약 그가 괌이나 미국 또는 동맹 영토 어느 곳에 대해 어떤 것을 하던지 그는 그것을 정말로 후회하고 빠르게 후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소재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화염과 분노” 발언이 불필요하게 한반도에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도 “충분히 강하지 않았다”고 우긴 바 있다.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내 말의 무게를 완전히 이해하길 바란다. 내가 말한 것은 내가 뜻하는 바”라며 그 성명의 중요성은 “매우 명확하다”고 변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가능한 조치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발 더 나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군사적 해법이 장전됐다(locked and loaded)”고 위협했지만, 국방부가 한반도로 군함이나 군대를 이동시키거나 한국 내 미국인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격렬한 발언’과 ‘부족한 준비’가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팀과 회의 직후 외교에 기회를 제공하는 보다 자제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날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예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보다 평화적 해법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공언했다.

NSC 회의에 참석했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한 전체 전략의 일부라고 방어했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실효적인 움직임을 끌어내려면 (두 측면이) 결합된 메시지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이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하는 것은 북한에게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납득시켜서 우리의 (외교) 노력을 지원하려 하는 것이다.”

지난달 4일과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둘러싸고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북한 문제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지 않고, 북한 정권 교체 등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중국과의 타협을 이끌어낸 바 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셉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 간 ‘뉴욕채널’이 가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10일 북한은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한데 맞서 “조(북)미 사이에 유일하게 존재하여온 공식접촉통로인 뉴욕 조미접촉통로를 완전히 차단한다”고 통지한 바 있다. 

올해 6월 오토 왐비어 씨 석방 교섭 과정에서 재개된 이 뉴욕채널이 웜비어 씨 사망 이후에도 북한에 억류 중인 김동철 씨 등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 교섭 통로로 꾸준히 가동되어 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 측에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8일 캐나다 총리 특사가 방북하자, 9일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병보석’ 명목으로 전격 석방한 것. 임 목사는 지난 2015년 1월 북한 당국에 체포되어 국가전복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동시에, 지난 9일 김락겸 북한 전략군 사령관이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사격방안을 최종완성하여 공화국 핵무력의 (김정은) 총사령관 동지께 보고 드리고 발사대기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8월 하순에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시작된다.

북.미가 타협할 시간이 열흘 가량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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