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내 가슴은 늘 세상의 아픔으로 멍들어야 한다

기사승인 2017.08.10  11:30:29

공유
default_news_ad1

- <간서치의 둔한 서평(108)> 김용택의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나서면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등교소리가 들려오고, 아이들을 챙겨주는 선생님들, 학교보안관 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도 들립니다. 아파트 단지 앞이기에 출근을 위해 나가는 차들이 많아, 보안관 아저씨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여행용 카트를 끄는 것처럼 책가방을 끌며 오는 아이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들이 정겹습니다. 가을 운동회는 또 얼마나 요란한지요.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이내 아파트 단지를 들썩이게 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항상, 어느 때고 아이들이었습니다. 늘 그렇게 해맑고 즐겁고, 사소함에 기뻐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변한 것은 세상이고, 어른이고, 또 다시 세상일 따름이죠. 언제나 아이들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 김용택 글 / 김세현 그림,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문학동네, 2010. 3. [자료사진 - 통일뉴스]

섬진강 선생님 김용택 시인은 이런 아이들과 평생을 함께 살았습니다. 시골 조그만 초등학교에서 많지 않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소박한 삶이 시가 되었고, 예쁜 글이 되어 알려졌습니다. 사람들은 시인의 글로 위안을 얻었고, 선생님은 아이들로부터 행복과 기쁨을 얻었습니다.

어느 해 여름 선생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4대강이 무참히 파헤쳐질 때였습니다. 인터뷰를 위한 만남이었지만, 기실은 꼭 한 번 뵙고 싶었기에 욕심을 부렸습니다. 원래는 제가 아닌 사람이 만나러 가는 것이었지만, 사정이 생겼고, 뜻하지 않게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아닌, 승진과 개인적 출세에 눈이 어두워, 거기에 더 많은 정성을 쏟는 선생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을 만들어버린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마구 파헤쳐지는 강과 산을 무참해 했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망가지는 자연. 이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는 인간의 죄악이었습니다. 평생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살아온 선생에게 지금의 세상은 무참함 자체일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만큼 세상을 사랑했고, 망가지고 더러워지는 그 만큼 세상을 사랑했습니다. 잊혀지는 것들을 사랑했고, 서러운 것들을 기억하려 했습니다. 그것이 시인의 마음이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선생님의 마음이었습니다.

자연이 언제나 인간에게 포근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때로 무서운 재앙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앞에 인간은 늘 초라했고, 겸손했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가야 했던 우리들은 딱 그만큼 겸손하고 슬기로울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눈조차 어지러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무책임하게 만들어놓은 굴레 속에서 아이들도 점점 어른의 눈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언제 다시 우리들은 아이들의 눈을 가질 수 있을까요. 농부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농사꾼들은 예술가들이었고, 쟁이들이었고, 자연을 가장 잘 이해하는 생태주의자들이었다. 또 위대한 시인이었다. 말하자면 농사꾼들은 세상과 자연을 종합하고 해석하고 정리, 응용, 적용할 줄 아는 철학자였던 것이다.”

“더디고 느린 삶, 오래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은 나를 그리움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자연에서 얻은 삶에 대한 깊고 깊은 통찰의 힘은 자연을 닮았다. 농사를 짓고 사는 농부들이 생태와 순환의 이치를 삶에 적용하는 힘은 놀랍다. 인격은 지식이 다가 아니다. 외워 답을 쓰는 그런 공부가 아니다. 인격은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농사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곡식을 가꾸어 거두는 일같이 진지하고, 그러한 진정성 속에서, 땅을 고르듯 마음을 고른 불변의 인간성이 길러지고 땅에 뿌리를 둔 나무처럼 세워지는 것이다.”

자연과 함께 한, 자연을 닮은 아이들과 함께 한 선생님의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선생님의 스승은 오히려 아이들이었다는, 그리움과 따뜻함과 연민과 사랑이 있었던 삶. 우리는 조금은 엇나간 지금의 모습을 선생님의 글을 통해 다시 잡아나갑니다.

아름다운 아이들의 글과 선생님의 글 그리고 예쁜 그림까지 함께 한 소중한 책입니다. 선생님의 서명도 받은, 제 보물 중 하나입니다.

간서치 tongil@tongilnews.com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