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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한페이지를 쟁취하였다’

기사승인 2017.08.04  21: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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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오사카 고교무상화 재판 방문기*

28일 오전 11시, 오사카 지방법원 2층 재판정.
재판장이 판결문의 첫문장을 낭독하자, 원고석에서 여러 사람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셨습니다. 옆자리의 한 어머니는 눈물을 쏟아내셨습니다.

“뭐라고 말한 겁니까?”
“우리쪽 요구가 받아들여졌어요.”
방청석이 술렁이는 가운데 재판장이 판결문을 모두 낭독하자,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방청석 한쪽에 곱게 치마저고리를 차려입고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있던 조선학교 학생들이 얼싸안고 눈물을 쏟았고, ‘조선고급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연락회·오사카’, '고교무상화로부터 조선학교 배제에 반대하는 연락회‘(이하 연락회) 관계자들, 학부모들, 변호인단도 눈물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재판정 안팎이 모두 웃음과 눈물과 박수와 환호성으로 뒤덮였습니다.

오사카 지방법원의 재판장은 1. 조선학교를 무상화에서 배제시킨 것은 부당하다 2. 조선학교에 대해 고교무상화 제도를 적용하라 3. 재판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불과 며칠 전인 19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일본정부와 보수언론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원고측 패소 판결을 했기 때문에, 사실 오사카 재판에서도 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컸다고 합니다.

수년째 이어지던 고교무상화 배제 관련 재판에서 처음으로 이겼기 때문에 더 감격적인 결과였습니다. 변호사들이 감격에 차 ‘승소’ 깃발을 들고 기자들 앞에서 재판 결과를 설명하는 사이, 재판장 주변에 모여 있던 학부모, 선생님, 학생들, 일본 사회단체 회원들, 연락회 관계자들, 오사카, 히로시마, 도쿄, 아이치, 후쿠오카 등 재판중인 일본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몽당연필’, ‘부산 동포넷’ 회원들을 비롯하여 한국에서 방문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서로 얼싸안고 감격을 함께 나눴습니다.

재판정에 들어가지 못했던 분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근처 강당에서 간단한 재판결과 보고모임이 열렸습니다. 강당의 좌석이 모자라서 빈자리 곳곳에 사람들이 빡빡하게 서 있는 가운데, 변호인단이 재판결과를 우선 설명해 주었습니다.

   
▲ 일본의 대표적 인권변호사 니와 마사오 변호사(단장)를 비롯한 오사카 재판 변호인단. 조선학교 졸업생으로서 변호사가 되어 변호인단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제공 - 시민모임]

이번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납치문제 등 정치외교적 의견에 기초해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배제한 것은 교육기회 균등을 목적으로 하는 고교무상화제도의 취지에 위배된 부당한 조치라고 인정하였고, 애초에 민족교육을 위해 총련이 조직되었고 조선학교 설립에도 기여한 만큼 총련과 조선학교 양자의 관계는 민족교육을 위한 협력관계로 인정된다, 말,글,역사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민족교육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북측에 우호적인 교육내용 역시 민족교육이라는 목적에 따른 것이지 그것이 총련의 부당한 지배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고도 인정하였다고 합니다.

또 산케이신문 등 일부 우익언론에서 주장했던 수업료가 다른 목적으로 쓰인다던가 이사회 이사록을 위조했다던가 하는 것들은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였다고 합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히로시마, 도쿄, 나고야, 후쿠오카 지역의 학부모님들, ‘연락회’ 분들의 소감이 이어졌습니다. 1월 오사카 보조금 재판** 패소, 7월 19일 히로시마 고교무상화 재판 패소, 일본사회의 우경화 분위기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 질 것으로 판단했다는 고백(!)들이 곳곳에서 나왔고, 조선학교의 민족교육을 인정하였다는 점, 재판부가 인권과 교육권의 견지에서 상식적인 판단을 내린 점에 대해 뜻깊다고 말하셨습니다.

조선학교 이사장님은 민족교육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쁘면서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차별정책 속에서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이 가장 마음에 밟힌다고 말씀하셔서 모두를 울먹이게 하였고,

히로시마의 학부모 한분은 히로시마 재판부의 판결은 사법부가 한 차별적이고 적대적인 ‘헤이트 스피치’였다고 비판하면서 히로시마에서도 더욱 힘내서 반드시 항소심에서는 승리하겠다고 다짐의 약속을 하시기도 하였습니다.

‘연락회’의 한 대표는 지난 히로시마 재판을 보면서 일본사회의 양심이 죽었다고 한탄했는데, 이번 재판을 통해 일본 사회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저녁, 보고대회가 열린 구민회관 강당의 800석 쯤 되어보이는 자리가 꽉 들어찼고, 모두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보고대회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것은 재학생 대표의 인사였습니다. 재학생 대표는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조선학교만 배제되는 것에 대해 왜 우리만 인정받지 못하는지 안타까웠다 면서 이번 재판 결과를 통해 ‘이 사회에서 살아가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은 느낌’이라고 하였습니다. “인권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학교에 다니겠습니다. 우리학교를 우리가 지키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하는 학생의 말이 우리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한페이지를 쟁취하였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재일동포 차별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상식적으로는 당연하지만 그동안 일본사회에서는 당연하지 않았던 판결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앞으로 9월에 열리는 도쿄 재판이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히로시마 재판에서는 패소했지만, 오카사 재판에서 승리하면서 민족교육을 인정받은 성과가 있기 때문에, 도쿄 재판까지 승리한다면 일본 정부의 동포차별정책에 확실히 쐐기를 박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날로 심해지는 일본 아베 정부의 차별정책에 제동을 걸 상식적인 판결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동포차별에 대해 한국정부도 마땅히 역할을 해야 합니다. 조선학교와 동포들에 대한 차별은 일제 식민통치의 역사로부터 기인한 문제이며, 조선학교는 민족교육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서 함께 보호해야 마땅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해외동포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아베 정부의 동포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연대현수막. [사진제공 - 시민모임]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일본 고교무상화 제도 배제 등 차별에 항의하여 금요행동을 진행해 온 지 2년 반이 되었습니다. 우리 동포들, 아이들의 인권과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각주>

*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만을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배제한 것에 항의하여 재학생들과 학부모가 직접 나선 가운데, 현재 히로시마, 오사카, 도쿄, 아이치, 후쿠오카 지역에서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에서는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배제에 반대하는 일본의 각 ’연락회’들과 연대하여 지역별 고교무상화 재판에 연대 참여하고 있습니다.

** 오사카부와 오사카시에서 지자체 차원에서 교부하던 보조금을 부당하게 중단한 것에 항의하여, 보조금의 교부 재개를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지난 1월, 조선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1심에서 패소하였습니다.

오사카=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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