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의 연속 발사 성공으로 국제무대에서 북을 축으로 하는 정치구도가 펼쳐지고 있다고 재일 <조선신보>가 2일 보도했다.

미국이 '화성-14'형의 시험발사를 '도발'로 몰아붙이면서 북에 대한 압박강도를 최대한으로 높이겠다고 하고 있지만 "국제무대에서는 대국들도 외면할 수 없는 조선의 전략적 지위를 반증하는 사변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먼저 북의 전략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북미대결구도가 완전히 바뀐 것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증거로 '화성-14 쇼크에 휩싸여 기진맥진한 미국의 모습'을 꼽았다.

미 국방부가 '화성-14'형을 ICBM이라고 결론을 내린 후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에 대한 '레드라인을 설정하진 않겠다'고 밝힌 것은 "핵보유국 조선의 보복공격이 두려워 군사력 행사를 상정조차 할 수 없는 미국의 속사정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며, 북이 미 본토에 대한 타격능력을 세계에 과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속수무책이라고 조롱했다.

신문은 또 북을 둘러싼 주변 대국들의 힘겨루기가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는 데도 주목했다.

'화성-14'형 시험발사 후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일변도 노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히면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조혈맹'을 내세워 한국의 '중국역할론'에 기댄 대북 제재강화 요구를 거부했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외무성 순회대사를 북에 파견해 북러의 긴밀한 연계를 과시했다.

트럼프는 '조선 대 세계의 모든 나라'라는 대결 구도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으나 "대미관계가 악화되고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첨예화되는 조미(북미) 핵대결구도에 편승하여 자기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최근 북의 정치・군사・외교적 공세 배경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식화한 '전략적 요충지론'이 있다며, 이를 "김정은시대의 조선은 그 비관론(열강의 축장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정학적 숙명론)에 종지부를 찍었다. 어제는 힘이 약해 남의 나라에 짓밟혔지만 오늘은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수 없는 당당한 강국으로 솟아올랐다. 그 높이에서 보면 조선은 지정학적으로 대국들을 다스릴 수 있는 유리한 전략적 요충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북한은 그와 같은 전략적 지위에 입각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주시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유관국의 움직임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화성-14 쇼크' 이후에 나타난 국제정치의 흐름을 '조.중.러'대 '미.일.남'의 냉전구도 부활로 보는 것은 잘못된 관점"이라며, "새로운 힘겨루기를 시작한 다른 대국들도 조미대결전의 총결산을 내다보고 움직이고 있다. '조선의 승리'가 확정된 다음에 예견되는 것은 냉전시대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국제질서의 창출"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한)반도에 초점을 맞춘다면 낡은 질서의 타파는 북남관계발전과 통일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남)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는 등의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은 "대미추종에 환장이 되어 조선의 전략적 지위가 달라진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반증자료"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세계 정치구도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때 그 중심에 놓인 조선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고 적절하게 행동한 나라가 질서재편에서 먼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며, 남한 당국이 북에 대한 반감이 체질화된 미국, 미국에 편승해 군국주의 야망을 실현하려는 일본과 보조를 맞출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