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3박5일 간의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이 되고나서 첫 해외 방문이자 첫 한.미 정상회담인 것입니다.

그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멈칫하던 한미관계를 추슬러야 할 방미이지만, 정상회담 의제에 북핵 문제, 사드 문제 그리고 한미 FTA 재협상 문제 등 난제가 수두룩해 악전고투가 예상됩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캐릭터도 주요 변수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청와대는 구체적 사안에 대한 성과보다 양국간 신뢰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조차 제대로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할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어느 나라나 외교의 근원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또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제1 목표로 설정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도 국정의 모든 중심에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인 셈입니다. 이는 특히 통상 문제 등에서 보호무역주의로 나타나 자칫 외교에서 고립주의로 흐를 공산이 큽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택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에 맞서 유럽연합도 ‘유럽연합 우선주의’로 변화할 조짐이 있으며, 중국도 사실상 ‘차이나 퍼스트’(China First)라 할 수 있는 뿌리 깊은 중화주의가 언제고 폭발해 대국주의와 패권주의로 나아갈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돌이켜 보면, 현대적 의미에서 ‘제일주의’(First)의 효시는 북한일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1986년에 ‘우리민족제일주의’를 주창한 바 있습니다. ‘우리민족제일주의’란 현대판 ‘DPRK First’인 셈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담화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 ‘우리민족제일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제기했으며, 이어 1989년 연설 <조선민족제일주의 정신을 높이 발양시키자>에서 구체적으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내놓습니다.

‘조선민족제일주의’라는 단어에서 얼핏 자기 민족만이 최고이고 타민족을 멸시하는 식으로 짐작하기 쉽지만, 김정일은 “우리가 내세우는 민족제일주의는 인종주의나 민족배타주의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미리 안전망을 쳐둡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민족제일주의’를 흉내 낸듯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21세기 나치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통신은 “미국 제일주의는 그 악랄성과 잔인성, 배타적 성격에 있어 지난 세기의 파시즘을 능가하는 미국판 나치즘”이라고 비난한 것입니다.

나아가, 통신은 ‘아메리카 퍼스트’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짓밟아도 무방하다는 극단적인 침략사상, 배타주의를 선동하는 반동적 사상조류”라며 “히틀러의 세계정복 구상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방법에 의한 세계 제패를 공언하여 국제사회와 자국민들의 규탄을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각 나라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흐름 속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어떤 입장을 표명해야 할까요. ‘미국 우선주의’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을 제기하면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름 아닌 ‘코리아 퍼스트’(Korea First)입니다.

‘코리아 퍼스트’란 남북관계 개선의 주인은 남북이고 통일문제 해결의 주인도 남북 우리민족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잘 아는 트럼프이기에 ‘남북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코리아 퍼스트’가 대선 때 우려가 된 한반도 문제에서 ‘코리아 패싱’을 극복하는 방편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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