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프렌즈 등 53개 시민사회단체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베트남 역사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우리에게는 애국의 역사였지만 누군가에게는 학살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베트남전쟁 참전군인을 언급하며 애국을 강조한 데 대해 시민사회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성찰하라고 촉구했다.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프렌즈 등 53개 시민사회단체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베트남 역사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진 스님이 읽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들 시민사회는 "20세기 우리가 겪은 가장 비극적인 두 개의 전쟁. 바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다. 이 두 개의 전쟁은 한국사회에 씻을 수없는 상처를 남겼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통합과 애국을 강조했다. 그러나 통합에 방점이 찍힌 추념사는 정의의 관점에서 균형있는 시각을 제시하지 못했다. 애국과 보훈에 대한 강조로 정작 우리가 겪은 두 개의 큰 전쟁 중 하나인 베트남 전쟁에 대한 성찰을 간과하고 말았다."

▲ 명진스님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들 시민사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성찰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그리고 "이번 현충일 추념사 논란의 한가운데에는 바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의혹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며 "참전 병력수가 전쟁 당사국인 미국 다음으로 많았던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의 피해도 매우 크다. 민간인 학살문제는 20년이 되도록 여전히 의혹으로만 머물러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성찰하고 해결하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이제 더 이상 베트남과의 역사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참전군인의 상처뿐만 아니라 베트남 피해자들의 아픔까지 보듬는 것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의로운 국가의 모습"이라며 정부차원의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이예진 씨는 "우리에게는 애국의 역사였지만 누군가에게는 학살의 역사였다"고 꼬집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예진 '베트남프렌즈' 소속 청소년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 "참전군인분들의 희생과 경제발전에 가려지고 묻힌 사람들 역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애국의 역사였지만 누군가에게는 학살의 역사였다"고 꼬집었다.

"평화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이 베트남 전쟁 당시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베트남 전쟁의 모든 피해자분들에게 사과하여 그 분들이 조금이나마 상처가 치유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유학생인 도 웅옥 루옌 씨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이 일본을 끊임없이 원망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목적으로든 다른 나라게 가서 사람을 죽였으면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며 "한국 군인에 의해서 베트남의 많은 민간인이 생명을 잃었다는 것을 반성한다면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30여 명이 참가했으며, 가수 홍순관 씨가 노래를 불렀다.

▲ 가수 홍순관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전 참전군인은 애국이라고 한 현충일 추념사로 베트남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 언론은 연일 현충일 추념사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한국제품 불매 여론도 일고 있다는 것.

급기야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 12일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발언과 행동을 삼가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고만 밝혔다. 한국과 베트남은 올해 수교 25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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