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마음은 천만 인의 마음이다(노자)


 내 마음의 겨울
 - 나해철

 입김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낸다
 사라진다
 건너가보지 못하고
 소멸이다
 그와 같다
 내 마음


 뒷산에 올라간다.

 고즈넉하다. 

 갑자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애완견을 보며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다시 적막해진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산에서는 낯선 사람들끼리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눴다.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 개가 없으면 서로 무표정하게 지나쳐간다.

 어떤 모임에 다녀와도 사람들은 허전해한다.

 사람들 사이에 서로의 마음이 오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이 ‘겨울’이다.

 ‘입김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낸다/사라진다/건너가보지 못하고/소멸이다’

 우리의 마음이 허공에 티끌처럼 흩날린다.

 ‘마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동그랗게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마을처럼 동그랗게 하나로 모아졌었다.  

 곳곳에 ‘마을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티끌처럼 허공에 흩날리는 마음들이 하나로 모이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을을 살리지 않으면 우리들 마음은 영원히 중음신이 되어 허공을 떠돌 것이다.

 내가 사는 마을 입구에 마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 ‘소란’이 있다.

 어제는 거기서 인문학 수업을 하고 뒤풀이를 했다.

 함께 일을 하고 난 후 논두렁에서 나누는 밥상처럼 즐거웠다.

 우리들 마음이 카페에서 동그랗게 파문을 일으켜나가며 언젠가는 한 마을을 이룰 것이다.

 나는 꿈꾼다.

 마을 골목에서 커가는 아이들을.

 마을 주변의 텃밭에서 가꾼 푸성귀들로 열리는 작은 오일장을.   

 이웃끼리 함께 음식을 나누는 오래된 미래의 풍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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