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 『마고력』 저자

 

이걸 어쩌나 싶다.
기자들의 자질을 얘기하던 어느 분은 “예전에 기자들은 기존 인터뷰는 다 공부하고 와서 30분 핵심 질문만 했는데, 요즘 기자들은 찾아보면 다 있는 인터뷰를 2시간씩 해댄다”며 기자들 수준이 낮아졌다고 개탄을 했다.

워낙 매체가 많아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솔직히 <한겨레21>은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내 기대가 보편을 무시하고 과했나?

문체부 장관의 역사관을 둘러싸고 도종환 님은 자기를 향한 공격에 ‘한단고기는 아예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마치 그것이 무슨 면죄부나 되는 듯이 말했다. 헐... 광장에서 만났던 어떤 후배님은 도종환을 옹호하는 시위를 해야 한다고 핏대를 올렸었는데, 저 기사를 본다면, 황당하겠군 싶다.

아니, 책읽기를 싫어하는 나 같은 이도 읽은 한단고기를 ‘아직도’ 안 읽을 정도로 게으르고 무지한 사람이 이다지도 많단 말이야?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느끼며 우쭐해져야 할지, 이 무지한 이들이 한심해야할지 좀 애매하다. 뭐 이런 야릇한 경우가.

무려 네 편이나 되는 관련 내용을 읽어봤다.
뭐야? 주장만 있고, 주장의 근거가 없잖아.

<한겨레21> 주장대로라면 내가 처한 특수성 때문에 듣고 싶지 않아도, 소위 많은 ‘유사역사’를 들어 봤지만, 이렇게 주장만 있고, 주장의 근거가 없는 경우는, 그런 기본도 안 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주장과 근거가 틀리든 말든.

예를 들어 낙랑성 얘기를 들어 ‘유사’ 운운하는데, 그것이 왜 ‘유사’가 되는지 그 이유가 없다.

이유를 설명 안한 <한겨레21>의 논리라면 너무 당연하여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경우 밖에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 죽는다. 해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진다 같은.

그런데 미안하지만, 기자님들이 현안에 바빠 공부하지 않는 사이, 나같이 게으른 보통 국민들도 전 국민의 기본 교양서들을 대충 찾아서 읽어봤다. 서점에 가보시라.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역사가 ‘유사’가 아니라 ‘주류’로 빼곡히 꽂혀 이미 국민들을 다 깨워 놨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거랑 다른 말을 해! 그러니 쟤네는 역사가 아니라 역사 비스무리한 유사인 거짓 역사가 아니야!’

그게 지금 한겨레21 기자들의 논리 기반인데, 헐... 많이 바쁘시겠지만 기자님들 공부 좀 하세요! 그런 정도로는 씨도 안 먹힐 만큼 국민들이 공부를 해서, 기자들 말씀이라고 ‘아 그렇구나!’ 하지 않는답니다.

‘아니 내가 잘못했다면 다 된 거지, 뭘 더 하라는 거야?’라고 끝끝내 청와대에서 버티던 어떤 분처럼 시대착오적인 공부 수준이에요.

그리고 친일파라든지, 국수주의자라든지..가 마치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의 근거인 것처럼 말하는 논조라니. 그건 그거고요, 주장이 옳지 않으면, 그 근거를 대야하는 거예요. 그건 기본이잖아요? 아무리 친일매국노라도 시를 잘 쓰는 것은 잘 쓰는 거지, 친일매국노라서 잘 쓰는 시가, 안 잘 쓰는 시가 되나요? 지금의 논조가 그런 수준이랍니다.

그리고요, 한국학을 좀 어렵게 말씀하시는 노자라는 분을 빌어 <한겨레21>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가’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나’를 잘 알지는 않지요. 노자라는 분이 논리적이고, 계급적 관점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가 단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거라는 건 착시고 착각이에요. 모르시는 <한겨레21> 기자님들은 속지만, 그냥 기본 교양서라도 읽은 국민은 속을 수 없거든요.

‘“수십 년 후면 단군 실재론을 학교에서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게 노자라는 이의 주장이고 보면, 이 주장만 봐도, 그가 얼마나 단군에 대해 무지한지 기본적인 사서를 좀 본 사람이면 다 안답니다.

죄송하지만, 단군의 조선(보통 고조선)은 물론이고, 고구려, 백제, 신라는 물론, 고려, 조선에서 조차 단군은 실재하지 않은 적이 없답니다. 모르셨죠? 조선실록은 믿으시죠? 조선조에도 단군을 평양의 숭녕전에서 매년 제사를 지냈지요. 세조는 마니산에 올라 천제까지 지내고요. 단군이 신화가 된 적은 일제강점기 밖에 없답니다.

강단사학을 이끌었던 이병도가 죽기 전에 양심선언을 했지요. 신문에 대서특필로, 사실은 단군은 실재했다고. 그랬더니, 제자들이 자기 스승이 미쳤다고 했어요. 그건 아시나요? 죄송하지만, 그냥, 기자님들이 보통 국민보다 게으르고 무지하신 거예요.

솔직히 식민사관이라고 공격받는 이들이 드디어 새로운 신조어-유사역사, 국뽕-를 만들어, 자기 논리로 돌파하려는 것에 <한겨레21>이 낚였나 싶어요. 아는 게 없으면 설득되고 동조될 수밖에 없거든요. 공부하지 않으면 당연하죠. 반박할 근거가 없는데. 그래서 <한겨레21> 기자님들이 당한 거 같네요.

그리고 그 기사의 논리들이 얼마나 허술한지... 이게 기사 맞나 싶네요.
예를 들어 동북아역사재단 지도 얘기하다가, 다 폐기하니 버린 돈이 아깝다로 가는데요, 참 많이 아쉽네요. 학문은 진리의 문제지 예산의 문제가 아닌데, 진위의 문제는 대충 넘어가고, 어디서도 유용성이 있었고, 어디서도 유용성이 있었고... 학문은 유용성을 따지는 예산 청문회가 아니잖아요? 논점이 한참 엇나갔어요.. 에궁.

또 ‘언어의 유사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마치 상당히 비과학적인 것처럼 다루는데, 언어란 민족의 유사성을 따지는 데 아주 중요한 기본적인 학문 방법이에요. 인디안이 우리와 말이 유사하고, 짚신에 절구에, 망태기... 마치 우리나라 시골 풍경 같은 삶의 도구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럼 달리 뭐라고 설명할 건가요? 공간적으로 너무 떨어져 같은 민족이 아닐 것이다? 미국에 가서 사는 우리 교포는 너무 떨어져 우리 민족이 아닐 것이다?

또 ‘투라니즘’의 터키가 전 문명의 시초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우리가 수입했다는 논리, 『한단고기』가 중국을 증오한다는 논리,.. 참 얘기하고 싶은 게 많은 데, 일일이 거론하기엔 야릇한 관점의 논리가 수두룩하네요. 참 대략 난감...

글구 기사를 보건데, 소위 말하는 유사... 쪽을 취재하지 않으셨네요. 했다면 이렇게 편파적이고 앙상한 기사를 쓰지는 않으셨을 테니. 취재는 안 해도 좋은데 ‘유사’라는 역사는 얼마나 들어보고 공부하고 이 기사를 쓰셨는지요? 노자란 이야 외국인이니 몰랐다고 치고요.

제 기사를 쓰던 기자가 처음엔 제가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었는데, 며칠 뒤 기사를 보니, 틀린 말없이 기사를 썼더군요. 기본 머리가 되니, 공부하면 되는 거지요. <한겨레21> 공부하세요! 그 기자도 그러더군요. 단군요? 신화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럼 고조선은 어떠세요? 그랬더니, 그건 괜찮아요... 하더군요.

청동기 유물이 있는 고조선이 역사인데, 그 나라를 세운 사람이 신화라니 그게 말이 되나요? 그런 비논리가 말이 되나요? 누가 비논리인지, 왜 그런 비논리가 됐는지, 곰곰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세요. 그게 식민사학이에요. 기형적 생각이지요.

자 그럼!
그 간단한 것에서 누가 소위 ‘유사’인지 아셨지요?

의심하세요!
학문은 끝없이 자기를 의심하고, 기존의 앎을 의심하고, 궁구하는 거예요.
거기서 뉴턴이 나오고, 아인슈타인이 나오고, 유사역사였던 식민역사를 벗고 실증역사가 나왔죠. 일제를 거치며 학문적 기득권을 가진 그들의 견고한 것 같은 식민논리를 깨는 건 실증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의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가설이 있고, 지금 실증 역사 쪽엔 실증을 놓고 가설의 백가쟁명이지만.

그러니 죄송한데, 유사역사는 식민역사에요.
 <한겨레21> 기자님들, 얼마나 게으른지 아셨지요?
그 정도 유사 식민역사에 국민은 속지 않는답니다. 그러니 기자님들도 속지 않게 공부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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