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워싱턴포스트>, 20일 <CBS> 인터뷰를 통해 올해 안에 ‘북핵 동결 프로세스’가 가동되길 희망했다. 

6자회담 참가국 중 이 제안을 가장 반기는 나라는 중국이다.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에 기초해 비핵화-평화협정 회담을 병행하자는 자신들의 ‘쌍잠정-쌍궤병행’ 구상과 겹치는 대목이 많은 까닭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면 한미연합군사연습 축소를 미국과 논의할 수 있다’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에 대해, 21일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은 시종 조선반도 문제의 본질이 안보문제라고 여겨왔다”고 반색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중 고위 외교안보대화에서 중국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면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을 감축하라’는 제안을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감축 대상 전력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7~8일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북한도 거들고 나섰다. 계춘영 인도 주재 대사는 20일 현지 방송 <WION>에 출연해 “특정한 환경 하에서, 우리는 핵과 미사일 시험 동결에 관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미국 측이 대규모 군사연습을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으로 완전히 중단하면”이라고 밝혔다.   

가장 극성스럽게 반대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최근 뉴욕 소재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주최 세미나에 참가하고 돌아온 한 전문가는 “한국과 미국, 중국의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동결’ 필요성은 인정하는 데 반해, 일본 측은 당국자와 전문가 막론하고 ‘동결은 비핵화 포기’라고 반대했다”면서 “동결 프로세스를 가동하는데 최대의 장애물은 일본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에도 ‘북풍’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로 뜬 정치인이다. ‘혐한정서’에 편승하고, 올해 4월에는 ‘한반도 위기설’을 적극 조장하면서 지지율 관리를 해왔다. ‘사학 스캔들’로 최근 지지율이 36%(마이니치신문)까지 내려앉은 아베 총리에게 한반도 상황의 개선이 달가울리 없다. 미국 정계의 거물 존 매캐인 상원의원의 방한 취소를 한미동맹 이상신호로 몰아간 장본인도 일본 언론이다. 

▲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리처드 하스 CFR 회장(왼쪽). [사진-청와대]

미국은 속내가 복잡하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동결’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징후는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승’으로 불리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이 20일 서울에서 “우선 북핵 동결을 목표로” 하라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미국은 또한 지난 21일 중국의 제안을 거부한 데서 드러나듯 동결 프로세스 가동이 ‘사드’로 상징되는 지역미사일방어체계(BMD) 구축이나 동맹국과의 연합군사연습 축소로 이어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태 대변인이 22일 “한미 동맹이 합법적으로 오랫동안 진행해 온 방어적 성격의 군사훈련을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과 동등하게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배경이다. 오바마 전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동결하는 대신 이를 방치하면서 대(對) 중국용 미사일방어체계 및 동맹과의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구실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나 하스 회장 등 인사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에 상응하는 조치로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1991년 12월 남북이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직후인 1992년 한.미는 ‘팀스피리트 훈련(현 키리졸브 연습의 전신)’을 중단한 바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활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불법 활동이고, 한.미의 연합군사연습은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군사연습으로 인해 북한이 안보 위협을 느끼는 현실을 감안하고, 교착된 상황을 풀기 위해 미국이 대범한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공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문 대통령이 ‘연내 동결 프로세스 가동’을 공개적으로 희망한 만큼, 한국 새 정부가 이 구상을 현실화할 책임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여부도 이 프로세스 가동 여부에 달려 있다.

대선기간 문재인 캠프에 관여했던 전문가는 “동결 프로세스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채찍만으로는 안된다. 9년 간 제재.압박으로만 치달은 결과가 지금 목격하는 북한 핵능력의 급속한 고도화”라며, “이제 방향을 바꿔서 (제재와 압박 외에) 당근도 던져야 하는데 북한이 관심 있다고 밝힌 유일한 사안이 군사연습”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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