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5월의 평화를 온 몸으로 느끼고자 다시 소성리를 찾았다.

사드 원천무효를 알리는 소성리 평화바람 미사가 왜관수도원 황동환 신부님 주관으로 300여 명의 신도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열렸다.

미사 후 조용한 소성리 마을 논길을 걷다가 개구리 울음소리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개구리 소리가 멈춰 버린다. 낯선 존재의 접근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걸까? 아니면 수줍음인가?

어린 시절 보았던 그 개구리를 만나보고자 조용조용 몸을 낮춰 논길 을 따라 논 가운데로 들어갔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개구리를 쫓아 놀던 기쁨을 되새기고자 마음이 급하여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한 번 숨은 개구리들은 보이지를 않는다.

마음을 멈추고 조용히 논두렁에 앉았다. 해질녘에는 만날 수 있겠지 하며 숨 쉬는 것도 조심하며 기다렸다. 10분쯤 지나고 우렁찬 왕개구리 소리에 맞춰 개굴개굴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알리는 그들의 소리는 초여름 풀벌레 소리, 먼 길 산 속부터 흘러온 물소리와 어울려 자연이 만든 최고의 합창곡이었다.

자연의 품은 언제나 최고의 예술이다. 뮤지컬 못 가본 지가 언제인가 투덜대던 오후의 상념도 바람 속에 사라진다. 다시 일어서니 그 정겹고 평화로운 개구리 소리가 또 멈춘다.

논길을 걸어 나오며 나의 오랜 업장처럼 따라다니는 한 생각이 났다. 남북통일은 언제쯤 올까?

개구리를 만나려 해도 이처럼 조심해야 하는데, 나와 우리에게 통일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80년대 후반 대학논문 주제를 통일로 잡고 여기저기로 여러 스승을 만나러 다닌 적이 있었다.

한번은 소백산 깊은 골짜기에서 천태종 종정이셨던 남대충 큰 스님을 뵙고 통일에 대해 질문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한번 만나 뵈려면 2박 3일 동안 관세음보살 주문을 큰 법당에서 독송을 한 뒤라야 가능했다. 질문을 주고받던 날, 100여 명의 신자들이 주로 하는 질문은 건강과 사업 이야기,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꾸 질문 기회가 뒤로 밀린 뒤에 나에게 기회가 왔다. "청년의 소망은 무엇인가?" 한동안 스님과 눈을 마주한 뒤 나는 당당하게 물었다. "종정님! 남북통일은 언제 오나요? 민주주의는 언제 오나요?" 스님은 미소를 띠며 한참을 더 바라보신다.

"꼭 알고 싶은가?" "예. 그렇습니다."

"지금 통일이 늦어지는 이유는 부처님을 장삿속으로만 이용해 그렇다네. 이 기간이 지나고 진실로 부처님을 마음에 모시는 날이 오는데 그 날이 통일의 날이 될 것이네." 아리송한 법문에 한참을 머뭇거리는 나를 비서진이 손을 잡아끈 뒤에 그 자리를 나왔지만, 벌써 30년째 통일을 기도하는 내게 통일은 아직도 깊은 우물물이다.

이곳 소성리에서 사드의 허구성, 상업성, 불법성을 늘 접하면서 통일을 가로막는 것은 "인간의 탐욕이 그 뿌리로구나"를 다시금 알아차린다.

북한 핵과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한다는 무기체제가 사드라고 하면서도 당당하게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거짓과 불법으로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소한의 환경영향 평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토록 급하게 서두른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안녕이나 평화나 주권안보보다 더 중요한 무엇에 휘둘린 자들이 대선전 안보장사를 한 것이다.

거짓으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의 한바탕 쇼이다. 오직 무기를 팔려는 장사꾼들의 떴다방 같은 사기일 뿐이다.

통일은 언제 오는가?

거짓안보가 지나고 진정성의 새 살이 돋아날 때이다.

그 통일은 서로가 사는 평화와 새의 양 날개처럼 같이 다녀야 한다.

그 통일은 정치인들의 헌법적 임무 수행을 통한 책임과 국민의 참여와 공감으로 이뤄내는 진정 감동의 드라마여야 한다.

 

2017년 5월 20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현재 사드철회와 성주성지 수호를 위한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저서로는 『원불교와 인권(공저)』, 『마음따라 사람꽃이 피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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