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는 경찰병력 8,000여명이 주둔해 외부와의 교통을 단절시키고 연로한 동네 주민들과 종교인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는 가운데 주한미군이 야음을 틈타 유유자적 웃음을 지으며 사드장비를 반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 주권의 능멸을 통탄했고 진밭교에서 평화 염원의 기도를 올리던 원불교 교무들은 급거 상경해 사무여한의 깃발을 꼽고 광화문 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정상덕 교무는 그날 이후 원천무효·위헌 불법의 사드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매일 하루 한편씩 평화의 일기를 써서 나누겠다고 밝혔다. / 편집자 주

정상덕(원불교 교무)

누가 나에게 스승의 날 아침 당신의 스승은 누구인가요? 물으신다면 일초도 망설임 없이 소태산 대종사이십니다, 라고 자신 있게 외칠 것이다.

누가 나에게 그렇다면 스승님이 오늘 당신과 마주한다면 부끄러움 없는가? 다시 물으면 “예” 하고 대답하며 내 삶을 있는 그대로 고백할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대답보다 목소리는 낮을 듯하다.

세 번째로 소태산의 대원력인 모든 사람들이 다 부처로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는가를 물으신다면 두 번째 대답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고개를 다 들지 못할 듯하다.

원기68년(서기1983년) 겨울 원불교 교무의 길을 들어서며 도착한 익산 원불교중앙총부. 긴장된 몇주간의 훈련이 마치는 즈음 깊은 밤 꿈속에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께서 내 손을 잡아주셨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으신 모습으로 잡은 손을 놓지 않으시고 19살 소년을 당신이 원불교 정전을 집필하신 그 방으로 안내하셨다. 그리고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봐주셨다. 이런 과정이 3개월간 지속되었다. 두려움으로 찾아온 출가의 길 망상과 잡념이 떨어져 나가는 일심의 장이었다.

사드의 전쟁무기가 들어오고 있는 성주 소성리가 고향인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는 “나는 평생에 기쁜 일 두가지가 있노니, 첫째는 이 나라에 태어남이요, 둘째는 대종사를 만남이라.” 또 말씀하시기를 “ 모든 사람이 스승님의 은혜를 다 같이 느낄 것이나, 나는 특히 친히 찾아 이끌어 주신 한 가지 은혜를 더 입었노라”하시며 역시 스승에 대한 신의를 다 바치셨다

2002년 영광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을 하면서 삭발을 하던 날 영광체육관을 가득 메운 동지교무들과 눈물로 다짐하며 평화를 노래했다. 그 당시 핵 폐기장을 유치하려던 대표자들과 긴장된 만남이 있었다. 그 분들의 주장중에 하나는 우리는 영광이 고향으로 내 고장 발전을 위해서 유치하려는데 당신은 외부 사람이니 당장 영광을 떠나라는 것이다.

당당한 모습으로 나는 눈을 부릅뜨며 영광은 내 정신을 낳아주신 스승님의 혼이 있는 서린 곳입니다. 이곳은 죽음의 핵폐기물이 놓일 곳이 아니요, 세상을 살릴 생명의 기운이 옛부터 자리해온 성지이니 여기서 나가야 할 자들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들입니다. 당신들이 돈을 쫓는 불나방이라면 우리는 세상을 사랑하는 새 부처님의 꿈을 안고 사는 사람입니다. 하고 말했다. 스승의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일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뿐만 아니라 대종사님은 내가 해외봉사 10년 그리고 청년, 대학생교화 20년, 원불교100년성업회 사무총장을 수행하는 길에서도 항상 마음의 중심에 계셨다.

대종사께서 이루고자 했던 파란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던 그 서원은 내 꿈으로 현재진행형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그 간곡한 염원을 되새긴다.

스승의 날 오후 햇빛을 안고 30년 전 나를 안내했던 당신님의 그 영정앞에 눈을 맞추며 4배를 올립니다. 스승님이 계셔서 참 고맙습니다. 부처님으로 다시 오신 그 은혜 감동입니다.

오늘은 참 행복했다. 나를 원불교로 인도해준 심우(心友)와 함께 그리고 출가의 길로 권하시고 평생을 기도해주시는 심사(心師)님과 함께 스승의 날을 기념하며 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다시 소박하게 평화, 생명, 인권으로 모두가 하나되는 세상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님이 주신 100년기념관 건축일에 온전히 바칠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님을 나의 스승에서 모두의 스승으로 세상의 부처님으로 모시는 일에 안정되고 지혜로우며 정의롭게 정진하련다.

2017년 5월 15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현재 사드철회와 성주성지 수호를 위한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저서로는 『원불교와 인권(공저)』, 『마음따라 사람꽃이 피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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