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동자겨레하나 회원들이 강제징용 사죄배상을 요구하는 만장을 들고 광화문을 행진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한일‘위안부’합의와 관련된 정부 부처의 태도가 연일 문제가 되며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시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제강점기 시절의 강제징용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당초 3월 1일 서울 용산역 앞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추진해왔으나 국토부의 반대로 불발돼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이하 겨레하나) 노동자 회원들로 이루어진 노동자겨레하나에서는 <전국 1만 노동자 역사주권 선언운동>과 함께 일제강제징용 사죄배상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을 밝혔다.

3.1절 98주년을 맞은 1일, 서울과 울산, 부산, 경남에서 ‘노동자 역사주권 선포식’을 진행했고, 지역별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 1일 광화문 광장에서 ‘친일역사 청산하자’는 내용을 담은 만장 50여개와,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이다’, ‘강제징용 사죄배상하라’는 구호 등이 적힌 피켓 50여개를 드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 3.1절 광화문에서 벌어진 노동자 겨레하나의 만장 퍼포먼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노동자 역사주권선언 퍼포먼스에는 대학생들도 함께 했다. 사진은 서울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경남에서는 식민과 착취를 상징하는 사슬을 끊는 퍼포먼스와 함께 민주노총 경남본부 신종관 통일위원장이 함께 강제징용노동자 상을 건립하겠다는 연대의 뜻을 밝혔다.

울산은 내년 3월 1일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할 계획이다. 울산노동자겨레하나 한영선 대표는 “강제징용상을 노동자들의 힘으로 건립하기 위해, 1만 조합원 교육과 1만 노동자 역사주권 선언을 진행할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일본영사관 소녀상 앞에서 열린 3.1대회에 노동자 회원들이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태환 부산노동자겨레하나 대표는 “내년 5월 1일에는 영사관 앞에 강제징용노동자 상을 같이 세우겠다. 노동자들이 역사의 주인임을 당당히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남 창원에서 열린 ‘노동자 역사주권 1만인 선언운동’ 선포식. [사진 - 창원노동자겨레하나]
▲ 울산 3.1대회에서 열린 노동자 역사주권 선언. [사진 - 울산노동자겨레하나]
▲ 부산 3.1대회에서 열린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 퍼포먼스. [사진 - 부산노동자겨레하나]

겨레하나 안혜영 조직국장은 “강제징용 문제는 청산하지 못한 친일역사의 문제이며, 또한 착취당한 노동자의 문제이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노동자 역사주권 선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서울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용산역’은 그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다. 당시 노동자들이 기차에 태워져 물건처럼 끌려간 곳인만큼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야하는 장소다. 정부 부처가 일본 눈치를 보며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 국민들의 힘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국민들과 함께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갈 것이다.”

한편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은 남북이 함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안혜영 국장은 “얼마전 북측에서도 강제징용상을 서울과 평양에 세우자는데 흔쾌히 동의한바 있다. 민족의 역사에 남북이 따로 없는 만큼,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있어서도 남북교류협력단체로서 겨레하나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 노동자겨레하나 회원들이 광화문에서 노동자 역사주권선언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식민과 착취를 상징하는 사슬을 끊는 퍼포먼스. [사진 - 창원노동자겨레하나]
▲ 울산 3.1대회에서 열린 노동자 역사주권 선언. [사진 - 울산노동자겨레하나]

 

<노동자 역사주권선언(전문)>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이다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노동자의 삶을 돌이켜본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인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었다. 700만 명이 넘는 조선의 노동자들이 군수 물자가 되어 일본으로, 그리고 일본이 침략한 세계 곳곳으로 끌려갔다. 타지에서 굶어죽고, 병에 걸려죽고, 탈출하다가 맞아죽고,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지만 노동의 대가 한 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은, 나라를 빼앗겼을지언정 민족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우리는 말 없는 노예가 아니라 저항한 노동자였다.
일제의 군홧발에 채이고 맞아 죽은 동료들을 위해 우리는 파업을 조직했다. “한 사람도 탄광에 들어가지 말자”, “회사를 두렵게 여기지 말자” 우리는 기계를 부수고, 탄광을 점거했다.

우리는 나라 잃고 체념한 백성이 아니라 민족 독립을 위해 싸운 저항군이었다.
일본의 총칼에 파업으로 맞섰고, 3.1만세운동의 정신을 이어 ‘조선노동자들의 조직’을 만들었다. 노동자의 주권과 민족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싸워왔다.

우리는 끝까지 조선인이었다.
위정자들은 제 이권에 눈이 멀어 나라를 팔아먹었으나 우리는 조선을 버리지 않았다. 우리의 저항은 전 민족의 저항이 되었고, 1919년 3월 1일 독립의 만세함성은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그 날까지 이어졌다.

해방이 되었으나 노동자들의 삶의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는 친일파들에게 나라의 곳간을 다시 내어주었다. 노동자들을 착취한 전범기업의 역사는 노동자들의 삶을 집어삼키는 재벌의 역사로 되풀이된다. 해방의 역사를 부정하는 이들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운운하며 일본 자위대가 이 땅에 다시 들어오려는 것까지 용납하려 한다. 외세와 손잡은 이들은 한반도에 전쟁 무기를 들여오고, 허울좋은 군사동맹에 군사 외교 주권을 넘겨주려 한다.

결국 뿌리를 뽑아야 한다. 역사의 근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 우리는 식민과 착취의 아픔, 조선인 노동자들의 삶과 저항을 기억하며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에 나서고자 한다.

하나. 우리는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일제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낼 것이다
하나. 우리는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하며 식민지배 사죄없는 일본과의 그 어떤 군사협력도 거부한다.
하나. 우리는 일제강점기 식민·노동 착취의 역사를 왜곡하는 친일 기득권 잔재를 뿌리뽑고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울 것이다.

우리는 침략과 착취로 얼룩진 역사를 민족과 노동이 주인되는 새 역사로 써나갈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역사의 주인이다.

2017년 3월 1일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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