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5.24조치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남북경협기업들이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무기한 농성에 재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여기 1,146개 남북경협 기업이 있다. 우리에겐 갈 곳이 없다. 오늘 우리는 다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

정부의 5.24조치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남북경협기업들이 16일 무기한 농성에 재돌입했다. 지난달 100일 농성을 마무리했지만, 정부의 보상대책이 나오지 않아 한달 열흘 만에 다시 거리에 나온 것.

'남북경협기업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본부'(남북경협 비대본, 본부장 유동호)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을 위한 농성돌입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남북경협기업인은 인생의 절정기 대부분을 경제협력의 최전선에서 보냈다"며 "그 중 경협이 중단된 최근의 9년은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로서 그 피 같은 시간을 차디찬 돌바닥 위에서 보내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많은 기업인은 자식과도 같은 사업장을 가보지도 못한 채 익숙치 않은 다른 생업의 현장에서 자리를 못잡고 방황하고 있다"며 "북한 전역에서 남과 북의 사선을 넘나들며 민족의 평화와 미래비전을 실어 날랐던 1천여 개의 남북경협기업은 개성공단과 달리 몇몇 큰 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작고 영세한 기업들"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가진 것이 별로 없기에 있는 것을 모두 던져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북에 던진 이들은 이제 남은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밖에 없다. 분명한 건 여기서 밀리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성장 뒤로는 천길 낭떠러지 뿐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도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겐 갈 곳이 없다. 오늘 우리는 다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 오늘 돌입하는 농성은 마침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동호 본부장은 "신속하고 완전한 피해지원이 실현되는 날까지 결사항전의 각오로 다시금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여기..1,146개 남북경협기업이 있습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동호 본부장은 "남북경협기업은 민족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평생을 바쳐 일했다"며 "더더욱 큰 상처는 정부의 형평성에 어긋난 차별대우에 의해 생겨난 남북경협기업의 깊은 절망과 분노"라고 일갈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경우 2004년부터 시작된 의류.봉제 중심인데다 전면중단 조치이후 정부가 5천 2백억 원을 지원했다는 것. 이에 반해 1988년부터 시작된 남북경협은 섬유.농수산.전기.철강 등 다양한 산업이 고루 분포됐고, 개성공단에 비해 기업수가 10배, 투자규모가 3배임에도 정부 지원이 하나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유 본부장은 "아무 잘못없이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으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국가"라며 "신속하고 완전한 피해지원이 실현되는 날까지 결사항전의 각오로 다시금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2007년 6월 평양 모란봉구역 개선문동 북새거리에 남한식 치킨집 '락원 닭고기 전문식당'을 열었던 최원호 씨는 "쪽박찼다. 거지가 됐다. 평양 가서 닭장사하면서 투자했다가 쪽박찼다니까 누가 하라고 했느냐는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남과 북이 나눠먹을 통닭 팔려고 치킨집을 만들어놓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식당을 오픈하자마자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누가 보상할 것이냐. 정부로부터 1원짜리 받은 적 없다. 이게 나라인가."

최 씨는 "제 열정과 전 재산을 투자해서 만든 재산을 뺏겼지만 정부는 책임을 안진다"면서 "그러나 꿈이 있다. 다시 열리는 날, 평양 가서 2호, 3호점을 만들 것이다. 먹거리로 마음을 나누는 통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남북경협인들은 개성공단 피해지원과 동일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정부는 남북경협기업의 생존권을 즉각 보장하라!"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 자리에 함께한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설훈 국회의원은 경협기업의 피해보상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으며, 50여 남북경협인들이 모여 개성공단과 같은 수준의 보상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남북경협 비대본은 이날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100일 철야농성 때와 달리 이번에는 비닐천막을 치지 못해, 말그대로 풍찬노숙에 들어간 것.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들에 대한 보상책 마련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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