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서운 한파 속에 14일 오후 2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터에서 '박종철 3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87년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민주)혁명의 불꽃이 올랐고, 6월 (경찰 최루탄에 피격돼) 7월에 숨진 이한열 열사를 통해 절정에 달했다.”

함세웅 신부는 14일 오후 2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현재 경찰청 인권센터) 마당에서 열린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제’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는 30년 전 열사가 전두환 독재정권 하수인들의 물고문으로 숨을 거둔 곳이다.  

함 신부는 “저희들이 덜 깨어났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민주주의를 이룩하지 못한 채 미완의 6월 항쟁으로 끝났”으나 “30년이 지난 올해 숨져간 모든 의인들의 삶을 묶어서 재현되고 있는 촛불혁명을 꼭 완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는 남영동 고문현장의 화신이다. 친일, 독재, 부패, 반통일의 집약이 박근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모든 악한 정치인들의 집약이 박근혜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이름으로 이들을 타파하고 기필코 혁명에 가까운 아름다운 민주주의, 통일공동체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

▲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열사가 물고문을 받고 숨진 곳이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김세균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회장은 “감히 한국현대사를 시대구분한다면, 1987년 6월 항쟁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겠다”고 말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전을 민주주의 이전의 체제라고 한다면, 6월 항쟁 이후는 오늘날 박근혜가 한국 민주주의를 무참하게 짓밟고 있지만 더 이상 짓밟을 수 없는 거대한 방벽을 쳐서 오늘날 촛불혁명이 평화혁명의 형태로 전개될 수 있는 조건을 부여해줬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불의와 부정, 독재와 반민주에 항거할 수 있는 국민적 저항력을 길러 어려움 속에서도 밑으로부터의 투쟁이 줄기차게 일어나게 만들었다”며 “오늘 2017년 촛불혁명은 바로 그 바탕 위에서 일어나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 백기완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백기완 선생은 “종철아 니가 다시 일어나야겠어 일어나서 온 몸이 촛불이 되어 우리 겨레의 앞날 인류의 앞날을 밝혀주어야겠어”라고 열사에게 말을 건넸다.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이번에야말로 나라다운 나라 만들자 내년에 여기에 올 때 종철이 앞에서 자랑스럽게 ‘우리는 해냈노라’고 자랑하자”고 호소했다. 

“오늘, 항쟁의 거리에서 1987년을 생각해본다”는 임수빈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이 나라 역사의 굽이굽이에 민주화를 만든 선배님들의 투쟁이 있었고, 87년 6월 민주항쟁이 있었으며, 그 항쟁의 서문에는 박종철 열사가 계셨다”고 기렸다.

그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배웠던 선배님의 삶과 죽음을 다행스럽게도 그 선배님의 모교에 함께 입학할 수 있어 더욱 가까이 추모할 수 있어서 그 87년을, 민주주의의 역사를 떠올릴 수 있어 더 감사한 마음”이라며 “부끄럽지 않은 후배이자 동지가 되어 행동하는 것으로 가장 진실된 추모를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열사의 형 박종부씨는 “제가 좋아하는 운동가요 ‘어머니’는 ‘어머니 해맑은 웃음의 그날 위해’라고 끝을 맺는다. 이제 다시는 죽 쒀서 개 주지 말자. 반드시 승리해서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해맑은 웃음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서울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6월민주항쟁30년사업추진위원회’는 오는 6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성공회대강당에서 ‘6월 민주항쟁 30년 기념식’과 오후 6시 서울광장에서 ‘6월 민주항쟁 30년 국민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정성헌 상임공동대표는 “낡고 낡은 저 기득권지배체제를 퇴진시키면서 ‘우리 모두가 살고 싶은 나라’를 건설하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통합 실천할 것인가”를 기념사업의 화두로 던졌다.

▲ 이애주 교수가 진혼굿춤으로 열사의 넋을 달랬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노래패 ‘우리나라’는 열사가 생전에 즐겨 불렀다는 ‘그날이 오면’과 ‘다시 광화문에서’를 들려줬다. 추모영상물 “박종철은 살아있다!” 상영에 이어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의 진혼굿춤으로 추모제가 마무리됐다. 

이호윤 서울대민주동문회 회장의 사회 아래,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 저 죽음을 응시해주기 바란다.”로 시작하는 1987년 1월 17일자 <동아일보> 칼럼으로 박종철을 부활시켰던 김중배 선생,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찾아 열사의 영정 앞에 꽃을 올렸다. 헌화를 마친 이들은 오후 3시 40분부터 열리는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와 민주승리 국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 마석 모란공원 박종철 열사 묘소에서 30주기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이에 앞서 마석 모란공원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약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박종철 열사 30주기 묘소참배 행사가 열렸다.

김학규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행사에는 열사의 형 박종부씨,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를 비롯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장남수 유가협 회장 그리고 김세균 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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