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분신, 9일 입적한 정원스님 시민사회장 영결식이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나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지난 7일 박근혜 탄핵을 외치다 분신한 정원스님이 남긴 말이다. '민주, 정의, 평화의 수행자 정원스님 시민사회장'이 1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행됐다.

이날 낮 서울 혜화동 서울대학병원에서 출발한 영구는 조계사를 지나 스님이 분신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으로 이동했다. '박근혜 즉각 퇴진', '위안부 합의 폐기' 등의 만장 속에서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가사를 두른 스님의 영정이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영결식에서 최종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추모사를 통해 "당신에게 부처는 민중과 중생일 것"이라며 "민중의 뜻을 높이 받들고 중생의 고통을 제몸에 새기는 일이 부처의 뜻이고 정원스님의 애타는 발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 몸을 불살라 부처님에게 바치는 희생, 소신공양, 그 길에 나선 정원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며 "박근혜 퇴진을 그 넘어 중생을 위한 세상을 불러오자. 정원스님이 밝히신 소신공양 촛불의 뜻"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도철스님도 "정원스님이 모셨던 부처는 민중이었다. 억압받고 고통받는 민중들이었다"며 "스님의 화두는 적폐를 청산하는 처절함이었다. 스님의 소신공양이 박근혜 정권의 아집과 거짓, 어리석음을 멈추게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통탄도 멈추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영결식 참가자들이 정원스님이 생전에 외친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호상을 맡은 박교일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상임대표는 "스님은 우주의 원소로 돌아가시며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이 땅에 새로운 물결이 도래하여 더러운 것을 몰아내고 새판 새물결이 되기를 희망하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촛불을 든 모든 시민이 새로운 물결이 되어 스님의 뜻을 이루도록 하겠다. 스님이 남겨 놓으신 뜨거운 사랑을 실천하도록 하겠다"면서 "스님은 결코 돌아가신 것이 아닌 우리와 늘 함께 하고 우리의 승리를 기원해주고 계신다"고 고인을 기렸다.

영결식에는 가수 지민주의 추모노래, 시인 송경동의 추모시로 이어졌으며, 스님들의 염불 속에서 헌화가 진행됐다. 정원스님은 벽제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서울 종로구 구기동 금선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 영결식에서 스님들이 염불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정원스님 영정 앞에서 절을 올리는 스님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정원스님은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7년 해인사로 출가했다. 이후 1980년 광주학살 및 불교법난에 저항하는 불교탄압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했고, 6월항쟁에도 참여했다. 1989년 인간성회복추진운동본부 창립 발기인으로 동참, 북한에 헌옷보내기 운동 등을 펼쳤다.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반대, 광우병 미국 수입쇠고기 반대, 한명숙 전 국무총리 구속반대,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박근혜 퇴진운동 촛불집회 등에 참여했으며,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계란투척, 2016년 한.일 위안부 합의 반발 외교부 화염병 투척미수 등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지난 7일 밤 10시 30분경 "한일 군사협정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내란사범, 즉각 물러나라",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경찰의 공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등의 글을 남기고 분신을 했으며, 9일 입적했다. 

▲ 정원스님의 생전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정원스님이 외친 구호들이 만장에 걸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정원스님의 영구가 벽제승화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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