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이 속속 사실로 확인되는 가운데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도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직접적인 이해 관계 당사자인 개성공단기업협회측은 26일 사실관계를 조금 더 확인한 뒤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이사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으로서는 사실이라면 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입장발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26일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증언을 인용해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으며, 2~5명이 참석한 비선모임의 주제는 “한 10%는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일이지만 나머지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게 대부분”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통일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 당시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정책기조가 변경된 것은 청와대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준희 대변인은 이에 대해 “북한이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했고 2월 7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을 했고 개성공단의 전면중단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중단결정을 한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발표 당시의 정부입장과 마찬가지로, ‘(2월)10일 오전에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 것’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10일 오후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하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통일부는 ‘개성공단은 제재수단이 아니’라며 체류인원 축소 수준의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당시에도 뜻밖의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통일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제재 외에 정부가 단독으로 취할 수 있는 제재방안으로 개성공단 폐쇄 및 중단이 끊임없이 거론됐지만 그때마다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선을 그어왔었다.

홍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인 1월 22일 연두 업무보고 브리핑에서도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분명한 위치가 있고 그런 것이 두루 이해가 됐기 때문에 그동안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국제적인 공감대 속에 운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개성공단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또 북한의 장거리로켓이 발사된 2월 7일에도 개성공단과 관련된 조치는 “핵실험 이후 650명 수준으로 축소한 하루 체류인원을 500명까지 추가로 축소”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끝난 지 3일 만에 앞선 정책 기조와는 완연히 다른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전격적으로 발표됐으며, 그것도 설 연휴 마지막 날 개성공단 기업들이 원부자재와 완성품 등을 들고 나올 시간적 여유도 없이 결정된 것이어서 지금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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