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집행 수순에 돌입한 2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경찰과 시민들로 붐볐다. 긴박한 상황이 직후의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경찰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 집행을 위해 23일 유족들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유족들은 부검 반대 입장을 재천명하고 면담을 거부했으며 백남기투쟁본부 측도 강력 반발했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부검영장 집행에 앞서 유족들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도착했지만 유족 법률대리인들로부터 반대의사를 전달받고 일단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재신청했던 시신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이 발부되자 이후 6차례 유가족에 부검을 위한 협조공문을 전달했으나 유족과 투쟁본부 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긴박한 상황이 일단락된 후 백남기투쟁본부는 장례식장 앞에서 낮 12시 50분에 기자회견을 갖고 유족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투쟁본부의 입장을 밝혔다.

▲ 백남기 농민의 큰딸 백도라지 씨가 부검을 반대하는 유족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히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투쟁본부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밤을 새우며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는 청년들이 손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유족을 대표해 큰딸 백도라지 씨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까지 못 치르게 하는 경찰들을 제가 만나고 싶겠느냐”며 “저희가 만나기만 해도 협의했다고 명분 쌓고 부검 강제 진행하려는 꼼수인 것 잘 알고 있다. 절대 응하지 않을 거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저희가 선임한 법률대리인을 만나는 거나 저의 가족을 직접 만나는 거나 똑 같다”며 “더 이상 가족들을 괴롭히지 마시라”고 선을 그었다.

백도라지 씨는 “시민 여러분, 경찰은 지금 병원 근처에 경찰버스 수십대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 언제든지 강제로 들어올 수 있다”며 “아버지를 지킬 수 있도록 마지막 가시는 길 편히 보내드릴 수 있도록 힘 모아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정현찬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경찰의 그 말이 신빙성이 없고, 오늘도 집행하지 않는다 하는 것도 신빙성이 없다”며 “오늘 저녁도 그렇고 계속 영장 시한이 끝나는 날까지 시민들과 함께 백남기 농민을 같이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일 변호사가 경찰 측과의 면담 결과를 밝히고 있다. 기자회견에는 기자들이 대거 몰려 질문을 던지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긴박한 상황은 SNS 현장중계로 널리 알려졌다. 박석운 공동대표의 발언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석운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기본적으로 명분을 위한, 부검영장 집행을 위한 모양만들기 꼼수”라며 “어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완결판을 다 만들었지 않나. 아마 그걸 본 모든 국민들은 ‘사망원인 명확하다. 부검 필요 없다. 책임자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투쟁본부 측은 경찰로부터 유족 면담 요청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 없다고 확인했다.

사회를 맡은 손영준 투쟁본부 집행위원장도 “투쟁본부는 그동안 계속 밝힌 것처럼, 부검영장의 집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확인하고 “25일 영장집행 기한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부검영장 집행을 막겠다는 것이 우리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진행된 경찰과 백남기 유족 법률대리인들과의 면담에 대해 이정일 변호사는 “일단 처음에는 경찰 측이 유족의 의사를 확인해 주면 오늘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변호사 분들이 유가족을 만나서 상황을 설명드리고 좀 전에 밝힌 가족분들의 의사를 경찰 측에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이어 “다음에 경찰 측이 노란 천막에서 만나자고 해서 30분 정도 만났는데, 좀 뉘앙스가 달라졌다. 유족이 직접 의사를 표명하면 오늘 영장 집행을 하지 않을 것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좀 전에는 가족이 직접 반대의사를 표명하면 오늘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가족분들이 부검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사를 마지막으로 이렇게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법률대리인들과 세 차례 만났지만 법률대리인 측은 매번 말이 조금씩 달랐다고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홍완선 종로경찰서 서장은 기자브리핑에서 “유족을 직접 만나 부검 안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시면 오늘은 강제 집행하지 않겠다고 전달했다”고 밝히고 “영장은 이미 공개된 상황이지만 영장 공개는 유족에게 직접 공개하려고 한다”고 영장을 법률대리인에게 제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법률대리인을 통해 부검 반대 의사를 전달 받았다”며 “유족 입장은 이미 알고 있지만 유족을 직접 만나 협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강제집행에 앞서 유족을 직접 만나 의사를 확인하려고 했다”고 말하고 “이후 강제 집행 여부는 유족 의사를 전달받은 뒤 판단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는 천주교 신부와 수녀를 비롯해 종교인과 시민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고, 야당 의원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투쟁본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유가족의 뜻에 거스른 영장 집행을 만약 추진한다면 불법이라는 것을 경찰청장에게 분명하게 경고한다”면서 “백남기 어른을 지키는 것이 국민을 지키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 각오로 경찰의 불법적인 영장 집행을 단호히 온몸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또한 “백남기 어르신이 국가 폭력에 의해서 물대포로 돌아가신 것은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도 의학적으로도 또 물리적 실험과정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밝혀졌다”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인정하고, 국민들께 사과하고, 책임을 분명히 묻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그래서 우리 백남기 어르신이 이제라도 편히 가실 수 있도록 그렇게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규현 신부를 비롯해 가톨릭 신부와 수녀들이 노상농성의 앞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과 밖 곳곳에는 경찰의 강제집행에 대비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이 흩어져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노상농성 맨 앞줄에 자리잡은 문규현 신부는 기자에게 “대한민국의 인권과 생명이 이렇게 무참히 짓밟혀지고 숭고히 모실 수도 없는 이 시대, 참으로 어둡고 새로워져야 할 시대라고 본다. 그때를 열어가기 위해서 이렇게 기도하고 있다”며 “강제집행을 하는 한, 우리는 우리의 형제, 존엄한 백남기 형제를 모셔고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장례식장을 지키며 밤샘을 했다는 유난희 고려대 화학공학과 학생은 “익명으로 핫팩, 담요 등 물품 지원을 많이 해줘서 밤샘 농성에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다”며 “밤새고 집에 갔다가 갑자기 9시쯤 경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해 돌아왔는데, 25일까지는 계속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전건우 학생은 “단톡방에서 여기에 있는 친구가 이러이러해 도움이 필요하다 해서 나오게 됐다”며 “최근 백남기 사건 외해에도 최순실 게이트도 있는데, 정확하게 밝히려는 게 아니라 빠르고 강압적으로 진압하려는데 실망해서 부검영장 집행을 막아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