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낙성동 소재 양심수후원회 ‘만남의집’에서 ‘만남의집 거주 통일애국열사 합동 추도식’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24일 오후 서울 낙성동 소재 양심수후원회 ‘만남의집’에서는 특별한 추도식이 거행됐다. 다름 아닌 ‘만남의집 거주 통일애국열사 합동 추도식’이 열린 것.

‘만남의집’에 거주했다가 세상을 뜬 장기수들을 합동으로 추모한 것이다. 금재성, 최남규, 정순덕, 정순택, 문상봉, 이종, 이종환, 김석형, 김선명 등 모두 9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중 앞의 다섯 명은 ‘만남의집’에 기거하다 별세했으며 뒤의 네 명은 2000년 송환된 이후 북측에서 타계했다.

이날 추도식은 안병길 양심수후원회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됐으며, 첫잔돌리기 순서에는 권오헌 명예회장, 김지영 전 부회장, 김호현 전 회장, 안병길 회장 등이 함께 나섰다.

▲ 민가협 어머니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어, 9명의 고인들에 대한 약력 소개가 진행됐다.

이정태 운영위원이 이종, 최남규, 김석형 선생을, 유영호 운영위원이 금재성, 정순택, 이종환 선생을, 그리고 김길자 운영위원이 김선명, 문상봉, 정순덕 선생을 각각 나이순으로 소개했다.

금재성 선생과 최남규 선생은 북송되기 이전인 1998년 8월 17일과 1999년 12월 11일에 각각 운명했으며, 이종 선생은 “1995년 첫 시집 <독방>을, 1997년에 두 번째 시집 <독방2>를 출간”했으며, 김석형 선생은 <나는 조선노동당원이오>라는 수기를 냈으며, 정순택 선생은 “1921년 5월 8일 충북 진천에서 송강 정철의 13대손으로 태어났다”며 소개되었다.

계속해서 리종환 선생은 “2000년 9월 2일 비전향장기수로 북송됐다가 약 8개월 만인 2001년 4월 30일 79세에 별세”했으며, 김선명 선생은 “43년 10개월을 수감해 세계 최장기수”였으며, 문상봉 선생은 “1946년 중국 팔로군에 자원입대해 조선인들로 구성된 인민해방군 166사에 배치돼 국민당군과 전투”했으며, 그리고 정순덕 선생은 “1963년 입산 13년 되던 해 지리산 내원골에서 토벌대와 전투 중 다리에 총상을 입고 체포”됐으며, 등등의 파란만장한 약력이 소개되자 ‘만남의집’의 분위기가 엄숙해지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추도사가 이어졌다.

▲ 권오헌 명예회장은 “오늘 추모하는 9명의 양심수는 그 삶이 영광이자 고통이었다”며 기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권오헌 명예회장은 “오늘 추모하는 9명의 양심수는 그 삶이 영광이자 고통이었다”며 “그러나 통일조국을 못보고 돌아가셔서 애석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모든 비전향장기수들이 당연히 추모의 대상이지만 오늘 모시는 분들은 ‘만남의집’에 계셨다가 돌아가셔서 직접 장례를 모셨던 분들과 북녘으로 가셨다가 돌아가신 분들”이라면서 “이들 9명은 규정성을 갖는 게 아니라 만남의집에서 직접 모셨던 분들로 상징성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며, 이날 합동추도식이 9명으로 한정된 것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그는 “비전향장기수가 갇혀 있었기에 양심수후원회가 생겼고 이 분들의 석방운동과 후원과정에서 ‘만남의집’을 만들게 되었다”면서 “그리하여 ‘만남의집’은 비전향장기수들과 후원회원들이 특수한 인연을 맺게 되는 공간이었고 분단시대 자주통일의 염원과 지향 속에서 혈연관계 못지않은 인연과 연고를 갖게 되었다”며, 비전향장기수와 후원회원들과의 특별한 관계를 소개했다.

권 명예회장은 “이러한 인연이 있기에 선생님들을 누구보다 가까이 모시면서 정들었던 관계를 영원히 소중히 간직하려고 다시 모였다”면서 “정세가 어렵지만 선생님들의 뜻을 이어받아 통일조국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계속된 추도사에서, 통일광장의 김교영 장기수는 “오늘 가장 기쁘고도 슬픈 날이다. 애국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온 사례가 없다”,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목숨을 바쳐 투쟁해 온 선구자들의 뜻을 이어받지 못하고 그에 상응하는 일들을 못하고 있어 부끄럽다”, 한충목 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선생님들의 뜻을 이어받아 10월 5-6일에 있을 남북해외연석회의 준비모임에 참석해 가장 빠른 시일에 연석회의 소집을 결의하고 실현하고자 한다”며 각각 추도와 결의를 다졌다.

▲ 양희철 장기수가 ‘추모’라는 추도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어, 양희철 장기수는 ‘추모’라는 추도시를 통해 “통일을 이루려고 분투하셨고/목숨마저 던지셨던 님들의 모습/그 자랑찬 업적 그 행적은/잊혀지지 않고 추도합니다”며 낙성대 ‘만남의집’에 낭랑히 울려 퍼지게 낭독했다.

▲ 모성용 전 부회장이 고인이 된 장가수와의 특별한 인연과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양심수후원회의 오랜 후원회원들인 김혜순 부회장, 모성용 전 부회장, 이정태 운영위원이 나서 살아생전에 고인들과 함께 지낸 나날들을 회고하며 각자의 특별한 인연이나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는 ‘고인을 추모하며’ 순서에서는,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류경완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도식은 주최 측인 양심수후원회 회원들을 비롯해 통일광장, 민가협, 범민련 남측본부 등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고도 진지하게 진행됐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