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헌(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민족 최대 명절 추석연휴가 끝나가고 있다. 온 나라가 부모형제, 가족, 친척을 찾아 이른바 민족대이동으로 야단법석이었다. 마치 귀소본능인 것처럼 그렇게도 분주했던 일상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저마다 가슴 부푼 설렘으로 고향길을 재촉했었다.

추석은 또한 결실의 계절이다. 땀 흘려 애써 가꾼 한 해 농사가 익어가는 절기이다.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곡 햇과일로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며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반가운 얼굴들과 명절음식을 나누면서 밀린 이야기로 평화롭고 행복한 웃음판을 벌인다. 수천 년 이어오는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의식이고 도덕예절이며 몸에 밴 풍습들이다.

명절인데도 고립무원에 있는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

그런데 이렇게 즐거운 명절을 맞고서도 가족 친척들이나 정든 고향을 찾지 못하는, 그래서 명절이 더욱 가픔 아픈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남북으로 흩어져 살며 애타게 가족 친척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들이다.

이렇게 가족들이 남북으로 갈려 고통을 겪는 사람들 가운데는 전쟁시기도 자연재해도 아니면서 인위적으로 가족들과 생이별되어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고립무원의 북 해외식당 종업원(북 종업원)들이 있다.

이들 북 종업원들은 지난 4월 8일 통일부 당국의 이른바 ‘집단 탈북자’로 발표된 뒤 일사불란한 입국과정, 전례 없는 신속한 입국발표, 석연찮은 탈북동기, 국정원 직원의 개입설 등으로 ‘기획탈북의혹’이 증폭되고 있었다.

그리고 입국 4개월이 지나고 있었지만 정부당국의 입국발표 말고는 그들이 신병이나 직접 의사는 철저히 숨겨지고 있었다. 북측의 가족면담 요구도 변호인들의 접견 요청도 거절당했으며 인신보호법에 따른 인신보호구제청구 법정에도 나오지 않았다. 유엔인권 최고사무소, 국가인권위원회,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등의 면담요청 등도 모조리 거부당했다.

그리고 탈북자들에게 적용되는 일정기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합동신문센터) 조사를 마치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센터(하나원)로 옮겨 사회적응교육을 받게 되는 통상절차도 어기고 하나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상세내용 통일뉴스 2016. 7. 15 참조).

이처럼 북 종업원들에 대한 물샐 틈 없는 격리 차단 조치들은 ‘기획탈북의혹’을 넘는 실제상황인 것으로 믿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게 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국가기관이 개입된 반인권 반인륜 범죄로 정부당국의 사죄와 피해배상 본국(가족)으로의 송환,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을 터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들어 이 ‘기획탈북의혹사건’에 변수가 생겼다. 북 종업원들이 당국의 조사를 마치고 사회로 내보내졌다는 정부발표가 있었고 북 식당지배인 ‘ㅎ’씨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을 방문하는가 하면 <한겨레신문>에도 전화를 걸어와 이른바 ‘탈북이후’의 동태를 말하는 등 ‘탈북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기획탈북의혹’을 제기한 단체와 언론사를 보란 듯이 휘젓고 다닌 것이다.

한 마디로 ‘기획탈북의혹’을 해소하고 자진탈북을 확신케 하려는 시도로 보였다. 과연 이 같은 사태가 정부당국의 의도대로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의혹’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알아보기로 한다.

정부의 ‘북 종업원들 사회배출’ 발표의 자가당착

먼저, 북 종업원들의 사회배출 발표이다.

지난 8월 16일 통일부당국자는 “탈북경위 등에 대한 유관기관의 조사를 마친 류경식당 종업원 13명은 지난 주(8월 7일~13일 추정) 1주일에 걸쳐 순차적으로 사회로 배출됐다”며 “그 밖에 구체적인 사항은 신변보호를 위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아시아경제 8.16). 이들은 보호센터에서 그룹으로 나눠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 곳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전국 각 도시에 분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국정원도 같은 날 ‘사회배출’ 사실을 확인하고 ‘신변안전’을 이유로 그 밖의 동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한편 ‘집단탈북’ 주모자로 알려진 북 식당지배인 ‘ㅎ’씨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배출 여종업원’에 대한 통일부 발표와 국정원 확인 내용을 재확인하면서 특히 사회배출된 북 여종업원 12명 가운데 1명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내 새끼(그는 여종업원들을 자기 식구인양 그렇게 불렀다)들 중 하나가 속을 썩인다. 울화통이 터진다. (나머지는 연락이 가능한데) 한 새끼가 잠적했다”고 충격적인 말을 했다(한겨레신문 2016.9.3.).

이어 “몇몇은 연락이 되고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속 썩이는 하나는 기다려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 종업원들이 보호센터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 보호센터에서 (민변을 종북이라고 비난했기 때문에) 민변을 만나면 부모들이 죽는다고 생각해서 극히 밖에 나오는 걸 두려워한다. 공개되는 걸 무서워한다”고 설명했다(한겨레 같은 날 보도).

정부당국의 이 같은 사회배출 조치는 시민사회가 제기한 ‘기획탈북의혹’을 해소하고 특히 민변의 변호사접견 요청에 대한 법적 근거를 없애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이해된다. 바로 북 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 했고 탈북자들이 통상적으로 거치는 보호센터조사(정착교육 포함)를 마쳤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유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고, 사실상 구금시설인 보호센터에서 사회배출 되었기에 변호인 접견이나 인신보호구제 청구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선포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로 ‘기획탈북의혹’이 해소되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정부당국의 자가당착일 뿐이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먼저, 북 식당지배인 ‘ㅎ’씨 말고는 종업원 어느 누구도 자진탈북 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음으로, 이들 북 종업원 12명의 행방이나 자유의사는 여전히 사회로부터 격리차단 되고 있다. 당국에서 북종업원들을 그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지난 4월 8일 정부는 북 종업원 13명과 그 가족들의 신변안전 따위는 전혀 무시하고 신속하게 이들의 탈북사실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었다.

또한 왜 자진탈북 했다는 사람들을 사실상의 구금시설에서 전례 없는 4개월이 넘게 수용하고 있었단 말인가. 북 식당지배인 ‘ㅎ’씨를 제외한 종업원들은 ‘매우 불안해하는’ 또 다른 보호센터에서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알려졌듯이 보호센터에서는 밀폐된 독방과 CCTV로 감시를 받으며 허락 없이 독방에서 나올 수 없고 가족이 탈북 했어도 만날 수 없으며 조사기간 운동시간도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백을 강요받고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는 등 공개된 구금시설인 경찰서, 유치장, 검찰이 관리하는 구치소, 교도소보다 더욱 밀폐된 시설이다. 이런 시설이었기에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등 많은 탈북자 간첩사건이 조작되었고 이들이 최종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새로 옮겨진 곳이 또 다른 보호센터인 조사와 감시 통제장소가 아니란 것을 정부당국이 현실로 보여주지 않는 한 기획탈북의혹은 해소가 아니라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북 식당지배인 ‘ㅎ’씨 돌출행동의 의도성

다름으로, 북 식당지배인 ‘ㅎ’씨의 돌출행동의 의도성이다.

‘ㅎ’씨는 8월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방문했고 8월 말엔 <한겨레신문>과 전화인터뷰를 하는 등 ‘기획탈북의혹’을 제기하고 보도한 단체나 언론사에 거침없이 접근했다, 여기에서는 이미 보도된 <한겨레>와의 인터뷰 내용 중 앞에서 밝힌 ‘사회배출’ 부분을 제외한 ‘ㅎ'씨 말과 ’북 종업원집단탈북‘ 사건을 잘 아는 소식통, 그리고 <한겨레>의 판단기사 등을 종합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국정원 직원의 탈북개입문제이다.

“국정원 직원이 6만 위안을 줘 북한 종업원 탈출시켰다.”  (한겨레신문 2016.9.3)

기사제목만으로도 북 종업원의 집단탈북에 국정원이 개입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 종업원의 기획탈북의혹은 처음부터 국가기관의 개입설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이 기사제목은 탈북의혹을 넘는 실재성을 받침하게 되었다.

기사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국가정보원 요원에게서 6만 위안(1000여만 원)을 받아 말레이시아 비행기표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들이 4년여 북한식당 근무 중 알게 된 이 국정원 요원은 ‘제3국을 통해 가라’며 탈출방법도 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정원 직원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도 자주 찾아 갔다는 것이다”로 나왔다. (한겨레 인터뷰 기사)

“13명이 말레이시아 공항에 내려 한국대사관에 들어갔다가 당일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에 말레이시아 특수경찰로 보이는 30여명이 호위해 줬다고 한다. (한국)여권이 마련되어 있었고 공항에서 출국심사 없이 비행기에 탄 것으로 알고 있다.” (탈북사건 잘 아는 소식통)

다음으로 탈북배경, 입국과정에 대한 ‘ㅎ'씨의 발언이다

<한겨레>가 “정부는 북한식당에 대한 ‘대북제재’ 때문에 집단탈북 했다고 했는데?”라는 질문에 ‘ㅎ’씨는 “무슨 상관이 있나, 우리는 그렇게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남한의) 어르신( 윗분)들은  그렇게 (대북제재와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ㅎ'씨는 정부의 입국사실 공개에 대해서도 “여기 들어왔는데 공개시켜 놨다. 우릴 공개할 줄 몰랐다. 하필이면 왜 우리만 공개하냐고 생각했다, 처음엔 괘씸했다. 이제는 좋게도 생각하려고 한다. 조국통일 위해서 했다고 생각한다. 북이나 남이나 정치 이기는 사람 있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었음을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ㅎ’씨는 탈북이유나 과정에 대해 물을 때마다 “아무 것도 말할 게 없다”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ㅎ’씨와 북 종업원들과의 관계이다.

그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북 여종업원들을 ‘내 새끼’라고 불렀고 일행 모두를 포괄해 ‘우리 집’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애들은 (나를) 믿으니까 따라왔다. 부모보다 지배인을 따라왔다는 게 이해 안 되지 않냐?”며 줄곧 여성종업원에 대한 자신의 장악력을 강조했다. 또한 “내 새끼들을 못 만나게 할 거면 북한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할 거다”라고까지 했다.

이상이 <한겨레신문>이 보도한(9.3일자) 북 식당지배인 ‘ㅎ’씨와의 전화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그런데 ‘ㅎ’씨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는 시민사회가 제기한 ‘기획탈북의혹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다. 바로 ‘ㅎ’씨는 정부당국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이른바 ‘집단탈북’을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ㅎ’씨 주장에서 눈여겨볼 몇 가지 내용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장하는 말속에는 눈여겨볼 내용들이 있다. 앞에서 기술한 ‘국정원 개입부문’, ‘탈북동기’ 그리고 북 여종업원들과의 관계이다.

차례로 그 의미를 새겨보기로 한다.

먼저 이른바 ‘집단탈북’에 국정원이 개입했음을 확인케 했다. ‘ㅎ’씨는 국정원 직원이 탈북여비는 대주었지만 그를 포함한 종업원들은 자진탈북 했음을 알리려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기획되지 않고서는 바로 그날 비행기를 타게 하고 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에 다녀나왔으며, 한국여권을 준비할 수는 없을 터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획탈북의혹’을 사실로 확인하는데 충분하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탈북배경’과 ‘여종업원들’과의 관계이다. 정부당국은 지난 4월 8일 ‘집단탈북’을 발표하면서 ‘대북제재로 식당이 어려워서’ ‘한류 등 남한사회를 동경하여 귀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ㅎ’씨는 “제재”와는 관계없다고 했고, 동경하여 귀순한 것이 아닌 ‘다들 돈 많이 벌어 집에 가자고 했는데’라고 했다 ‘ㅎ’씨는 여종업원들이 부모보다 자기를 따를 정도였다며 ‘내 새끼’, ‘우리집’이라 했다. 여종업원들이 지배인과의 이 같은 관계 때문에 ‘나를 믿고 따라왔다’고도 했다. 지배인-종업원 관계를 강조하여 부모형제를 떠나온 것을 변명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관계를 악용해 종업원들을 맹목적으로 따라오게 했다고도 유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 기사 가운데 충격적인 데가 있다. ‘ㅎ’씨가 말하는 여종업원 1명이 잠적했다는 부문과 ‘내 새끼들을 못 만나게 할 거면 북한으로 돌려 보내달라고 할 거다’라고 한 말이다. ‘집단탈북’이 동경하여 ‘귀순’했다는 정부발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다.

정부당국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북 종업원 기획탈북의혹사건' 진상 규명해야

이렇게 ‘의혹사건’은 실제 상황으로 다가가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진실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이 중대한 반인권 반인륜 범죄사건을 미궁 속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새벽을 이기는 어둠도 없다. 이들 종업원들이 자유롭게 사회에 나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한 보호센터와 다름없는 구금, 감시, 통제 하에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변에서도 ‘인신보호구제청구소송’이 각하된데 대해 9월 19일 재판부에 항고했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생명. 자유 및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와(3조).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고문을 받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잔인하고 비인도적. 그리고 비열한 처우나 처벌을 받게 하여서는 안 된다(5조)’라고 규정했다.

또한 ‘가족은 사회의 자연적, 기본적인 단체로서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16조 3항)’고 했고,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의 의견을 가지고 이를 발표할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간섭 없이 의견을 가질 자유와 어떤 방도를 통하여서나 국경의 제한을 받음이 없이 정보와 사상을 탐구, 입수,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했다.

<한겨레>가 보도한 익명요구의 소식통은 “여성종업원들이 방송 등 언론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연출하는 이 같은 언론공개로는 진실과 사실을 밝힐 수 없다. 정부당국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의혹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가족과의 재결합,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라도 가족면담, 변호인 접견, 자유롭게 법정에 설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반인권, 반인륜의 오명을 벗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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