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28합의'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이 28일 오전 공식 설립됐다. 이날 현판식에서 윤병세 외교장관, 유명환 전 외교장관, 김태현 재단 이사장, 강은희 여가부 장관(왼쪽부터)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지난해 일본군'위안부' 합의(12.28합의)에 대한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의 '일본군'위안부'재단(화해치유재단)'이 28일 출범했다. 일본 정부가 오는 8월 중 출연할 것으로 보이는 10억 엔(약 107억 원)은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이라는 인식은 여전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바비엥스위트3에 위치한 '화해치유재단' 사무실에서 첫 이사회를 갖고 현판을 달았다. 이어 약 350m 거리에 있는 바비엥스위트2 지하 그랜드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가 출연할 10억 엔이 지금까지 정부가 설명한 사실상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이라는 인식을 확인했다. 지난 5월 재단 준비위원회 발족 당시에도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이라고 말해 뭇매를 맞은 바 있다.

▲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 바비엥스위트 2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단 출범을 공식화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김태현 이사장 "10억 엔으로 할머니 삶 좋아질 것"

김태현 이사장은 "지난 5월 준비위 출범 이래 총 3차례 회의 개최등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최근 재단 등록 행정절차를 마무리했다"며 "오늘 1차 이사회 및 재단 출범 현판식을 가졌다"고 재단 출범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지난 한일간 합의로 피해자분들의 상처를 치유할 희망을 불씨를 찾았다. 어렵게 찾아낸 불씨를 합의를 둘러싼 논쟁으로 마저 꺼트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희망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노력하는 모습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또한, "재단 설립의 목적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존엄을 회복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일본 언론이 제기한 장학사업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특히 "합의내용에도 소녀상과 10억 엔은 전혀 별개"라고 강조했다. "소녀상과 연계해서 10억엔이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위안부' 피해자의 희망'은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이 아니라 '10억 엔'을 치유금, 일종의 '목돈'으로 활용하기 원한다고 했다. 사업 내용 관련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할머니들이 쓰고자 하는 게 다르다. 할머니마다 정말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걸 통해서 삶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각각 용도가 다르다. 그런 것을 채워서 하나의 소망이 생기고 희망이 생긴다.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지원해야 위로받고 소망도 생기고 긍정적으로 사시는게 목적이다. 용처 파악을 위해서 맞춤형 지원을 할 것이다."

그는 '12.28합의'를 반대하는 피해자들에게도 '돈'을 줘서 마음을 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처음에 반대하시는 분도 구체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지원을 해드리자 재단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달라지셨다. 무엇이 부족한지 성심성의껏 해드렸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됐다. (반대하는 분도) 언젠가는 저희와 함께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재단 출범 기자간담회에 앞서 대학생 10여 명은 행사장에 들어와 재단 설립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그는 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피해자가 '소수'라고 주장했다. 나눔의 집을 방문한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이 만난 피해자 2명 중 1명이 찬성했다고 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쉼터' 거주 피해자와의 만남은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김 이사장이 주장한 찬성했다는 분은 손님이 와서 반갑다고 한 것뿐이지 찬성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지난달 28일 김태현 이사장이 방문했을 당시, 구체적으로 '12.28합의'나 재단에 대한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93세의 피해자가 무엇을 알고 찬성 이야기를 했겠느냐는 것.

안 소장은 "찬성과 반대를 떠나서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힘든 것 아니냐. 그 분들은 정치적으로 정부관료에 가깝다. 민간재단이면 중립성이 있어야 하는데, 외교부와 여가부의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 솔직히 무늬만 민간이지 속은 정부기관"이라고 꼬집었다.

정대협 측도 지난달 29일 김태현 이사장의 면담 요청에 대해 피해자들이 거부한 것일 뿐 정대협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쉼터에 거주하는 김복동 할머니는 "합의를 파기하고 대통령이, 일본정부가 우리에게 사죄한다는 답변을 가지고 오면 만날 것이다. 파기하지 않으면 절대로 만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발족한 '화해치유재단' 이사진에는 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소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과 당연직으로 장병원 외교부 동북아국장, 이정심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이 이름을 올렸다. 준비위에 참여했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작년 12월 한일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따라서 재단이 출범하게 된 만큼 오늘 출범한 재단을 통해서 모진 인고의 세월을 견뎌 오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시는 동안 이분들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재단이 출범한 만큼 사업실시 과정에서 피해자 분들의 의사가 보다 명확하게 표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대협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화해치유재단' 사무실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읽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재단 발족 첫 날부터 진통..대학생들 시위에 김 이사장 '캡사이신' 세례

'화해치유재단'이 발족한 이날도 반대 목소리는 여전했다. 대학생들은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와 시위를 벌였으며, 김태현 이사장은 '캡사이신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경 대학생 10여 명은 기자간담회장으로 들어와 "할머니들은 25년간 사죄받기 위해 싸워오셨다. 그깟 10억 엔 필요없다.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지키는 소녀상을 지켜주세요"라고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김태현) 위원장님 어디계십니까. 재단설립을 위해 거들먹거리며 졸속으로 만들어진 사무실에 현판을 달고 이곳에 와서 기자들 앞에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한일관계 모두 청산되었다. 일본은 이제 전쟁할 수 있도록 보통국가가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선포하려고 하셨습니까"라고 질타했다.

30여 분간 진행된 이들의 시위는 경찰의 강제해산으로 마무리됐으며, 기자간담회는 당초 계획된 시간보다 늦게 열렸다. 대학생들의 구호 속에서 외교부와 여가부 관계자는 팔짱을 끼며 비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재단 설립 반대를 외치다 여경들에 의해 끌려가는 대학생.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김태현 이사장은 캡사이신 세례를 받아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30분간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마친 김태현 이사장은 건물 후문으로 나가다 20대 초반 남성으로부터 캡사이신 세례를 받아 긴급 후송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화해와치유재단'이 공식 출범한 이날 사무실과 기자회견장 건물 밖에서는 정대협 등 시민단체들이 모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강덕경, 강순애, 김순덕, 황금주, 이옥선,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의 피해증언을 읽었다. 그리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어이 박근혜 정부는 역사정의를 저버리려 하는가. 10억 엔으로 거래를 끝낸 정부의 막장 질주가 오늘 화해치유재단 출범 강행에까지 이르렀다. 정의도 인권도 올바른 과거사 청산도 모두 실종되었다. 피해자의 권리를 한낱 돈의 문제로 전락시키며 제 손으로 살아있는 역사를 봉인하는 박근혜 정부의 광기가 낳은 화해치유재단을 반대한다." 

(수정,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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