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가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이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를 열고 헌법개정을 통해 새롭게 국가기구를 정비했다. 지난 5월 7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노동당을 개편한 데 이어 국가기구를 새롭게 개편한 것이다.

이번 국가기구의 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한 것이다. 신설된 국무위원회는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으로 “국방건설사업을 비롯한 국가의 중요정책을 토의 결정”하게 된다.

국무위원회란 이름은 지난 7차 당대회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에 신설된 정무국과 일치시킨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정무국이 당적으로 지도하고, 국무위원회가 정책을 집행하는 구도다.

국무위원회의 기능과 역할

국가기구로 신설된 국무위원회는 1972년 사회주의 헌법 개정과 함께 “국가주권의 최고지도기관”으로 만들어졌던 중앙인민위원회를 연상시킨다.

중앙인민위원회는 국가의 정책과 집행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역할을 하면서 중앙인민위원회의 위원장인 ‘공화국 주석’을 보좌하는 기능을 하다 1997년 헌법개정으로 김일성 주석이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되면서 폐지되고, 그 역할은 이때 신설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로 넘어갔다. 대외적인 국가수반의 역할도 주석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하게 됐다.

대신 김정일은 중앙인민위원회의 산하 기관이었던 국방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해 국방위원장 직함을 가지고 최고영도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은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과거 중앙인민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기능과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1972년 이전 최고인민회의가 휴회 중일 때 최고주권기관으로 기능했던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의 역할로 그 위상이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맡고 있는 대외적인 국가수반의 위상은 유지됐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휴회 중의 최고주권기관이라는 북한 헌법 제112조 규정은 이번에도 바뀌지 않았다. 1972년 중앙인민위원회가 설치되면서 폐지된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시기에도 대외적 국가수반은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이 맡고 있었다.

즉 신설된 국무위원회는 기능적으로나 의사결정구조 측면에서는 중앙인민위원회와 유사하고, 최고영도자와 대외적 국가수반이 분리됐다는 측면에서는 1972년 사회주의헌법 개정 이전 시기 및 1997년 개정헌법 이후시기의 기구편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국무위원회의 인적 구성에서도 그런 측면이 나타난다. 국무위원회 위원장에는 물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추대됐다. 신설된 국무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로서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하며 단순히 국무위원회의 사업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전반사업을 지도”하고 국가의 주요간부를 임명,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 새로 구성된 국무위원회. [자료사진 - 통일뉴스]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가 선출됐다. 국무위원으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가운데 선전담당 김기남을 비롯해 군수공업 담당 리만건, 대남 담당 김영철, 국제 담당 리수용, 그리고 리용호 외무상,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뽑혔다. 당과 내각의 핵심인사, 군 행정책임자, ‘정치보위기관’ 책임자가 망라된 셈이다.

국무위원장의 권한 강화

김정일시대 ‘국가주권의 최고 군사지도기관이며 전반적 국방관리 기관’이던 국방위원회의 권한과 비교해 볼 때 국방위원회의 경우 “국가의 전반적 무력과 국방건설사업을 지도한다”라고 규정됐으나, 국무위원회는 '국방건설사업을 비롯한 국가의 중요정책을 토의 결정한다'로 축소해 ‘국가의 전반적 무력 건설 사업’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로 권한과 임무가 이관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시에는 국방위원회가 폐지됐지만 전시에는 국무위원장이 ‘국가방위위원회’를 조직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전 헌법에서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한의 하나로 “국방 부문의 중요 간부를 임명 또는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이번에 신설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국가의 중요 간부를 임명 또는 해임”한다고 변경해 국방 부문에만 한정됐던 인사권 행사 범위를 전 영역으로 확대했다. 최고인민회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권한이 국무위원장에게 이관된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주요 간부 인사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인선안을 받아 노동당 위원장이 결정했지만, 임명의 주체가 최고인민회의(최고인민회의 상임위)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집중된 셈이다.

국무위원장의 북한 헌법상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은 5년(헌법 제101조)이다. 따라서 앞으로 5년마다 최고인민위원회를 통해 임기를 연장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일시대 선군정치의 상징적 기관이던 국방위원회의 폐지는 김일성시대로의 회귀, ‘당-국가체제’의 정상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2009년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결정된 직후 후계체제 수립을 추진하면서 당과 내각의 정책담당자가 폭넓게 참여한 가운데 새로운 정책 방향을 논의,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확정된 기본 정책방향은 김일성시대의 당과 국정 운영시스템을 기본으로 하면서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본 방향이 지난 7차 당대회와 이번 국가기구 개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가기구로 승격

▲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새로 구성된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국방 건설을 비롯해 통일․외교․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기능과 역할을 부여받은 국무위원회는 앞으로 노동당의 정책과 노선을 국가기관차원에서 협의․심의하고 집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무위원회 신설과 함께 당의 외곽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국가기구로 승격시킨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논란이 된 ‘통-통라인'(남 행정부의 통일부와 북 노동당의 통일전선부)의 위상에서 나타난 불일치를 해소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식 국가기구로 삼아 남북대화와 교류의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통일부 장관과 조평통 위원장 또는 부위원장이 대화의 상대가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대남 업무를 관장하는 조평통을 외곽기구에서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시킨 것은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제시한 ‘통일 과업' 관철을 위해 통일전선 공세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향후 이 기구로 대남 정책․대화 관련 조직을 일원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앞으로 남북 대화를 원활하게 진행하고자 미리 체제 정비를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내각이 아닌 국무위원회 산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앙인민위원회 산하에도 통일정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대남담당비서(현재 당중앙위 부위원장)가 위원장을 맡은 사례가 있다.

다만 실무 총괄부서인 서기국이 폐지돼 북한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기능이 축소된 측면도 있다. 북한은 최근 그 동안 대남교류를 담당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화해협의회 등 당의 외곽단체들을 축소 내지 해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국무위원회 산하로 들어간 것이 사실이라면 과거 중앙인민위원회가 있던 시기처럼 필요에 따라 국무위원회 산하에 외교위원회, 경제정책위원회 등을 설치해 정책협의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 건설에 집중하면서 대외, 대남관계 개선 모색

▲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제를 완성한 북한은 우선 인민경제 활성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번 국가기구 개편을 통해 4년여의 과도기를 끝내고 당, 정, 군에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제’를 확고히 한 북한은 앞으로 경제 활성화와 이를 위한 대외환경 조성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대내적 조건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북한은 우선 인민경제 활성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회의에서는 지난 5월 당 7차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을 철저히 수행하기로 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조선노동당이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철저히 수행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까지 채택됐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목표는 “인민경제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사이 균형을 보장하여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부문별 균형 보장’을 강조한 이유는 2012년까지 모든 경제부문에서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기 직전인 1989년 경제수준 돌파를 목표로 2008년부터 5년 동안 노력했지만 여전히 목표를 달성한 부문과 미달한 부문 사이의 편차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에너지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북한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의 경제-핵 병진노선을 중심으로 에너지 문제 해결과 인민경제 선행부문, 기초공업부문 정상화, 농업 및 경공업생산 증산 등을 중심과업으로 삼았다.

또한 부총리 겸 농업상을 교체하고, 경공업상 출신의 이주오를 새로 부총리로 임명한 것은 농산, 축산, 수산을 3대 축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공업 발전을 통한 소비품 문제의 기본적 해결로 인민생활향상에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둘째로 정부 차원의 대화와 민간 차원의 교류를 중심으로 대남 대화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국가기구 승격은 이를 위한 포석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 6월 9일 ‘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연석회의’를 열고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채택해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 개최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6월 27일에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추진을 위해 북측준비위원회 결성까지 마쳤다.

셋째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탈피와 대외 투자 유치를 위한 외교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용호 외무상의 국무위원 임명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2014년 하반기에 ‘정상외교’를 모색하다 핵실험 쪽으로 선회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정상외교’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북한은 아직까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끝나는 때(평화협정 체결과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시점)가 되서야 한반도비핵화 논의가 가능’하고, ‘조선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 회담은 지금으로써는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추가 핵실험 동결을 매개로 중국,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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