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6년만에 당대회가 열렸다. 1980년에 치룬 당 대회 이후, 사회주의권 붕괴, 북한 체제의 유례없는 위기, 북미간 갈등과 타협의 악순환의 지속, 남북관계의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 등, 심각한 내외 정세의 변동 속에 마침내 북한이 당대회를 개최하였다. 당대회는 북한을 이끌어가는 ‘조선노동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앞으로 북한 사회가 나아갈 전략적 노선과 방침이 정해지고, 이를 이끌어갈 지도기관 성원들이 등장하는 최대의 이벤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1박 2일에 걸친 마라톤 사업총화가 있었고, 주요 노선과 방침, 정책 등이 제시되었다. 또한, 앞으로의 북한을 이끌고 나갈 주요 간부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 시대’의 개막이자 동시에 ‘새로운 북한’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앞으로 북한의 당대회를 둘러싼 여러 가지 분석이 제기되고, 논쟁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가 상대해야 할 ‘새로운 북한’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엄밀히 말해 1990년대의 ‘위기’와 결부된 이미지이다. 또한, 2007년 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이후 갖가지 남북 합의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비춰진 북한 이미지이다. 특히, 지난 정권 시기 대북 강경정책과 그에 따른 북한의 대응, 그리고 핵과 미사일 실험 등으로 익숙해진 이미지가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자연스럽게 2008년 이후, 우리는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을 접하기 보다는 정부의 ‘정보의 독점’과 함께 위로부터 주어진 정보만을 근거로 이러저러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또 일부의 북중 국경지역의 현장답사 혹은 소식통의 이름으로 들려오는 소식만을 근거로 북한을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소식과 정보를 종합하면, 북한은 도저히 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특히, 올해 수소탄 시험과 로켓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북중간에도 경제협력이 얼어붙었고, 석탄을 비롯한 철광석과 여타의 무역 거래도 급감하면서 북한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북한의 주된 외화 벌이 창구로 알려진 ‘해외식당’도 폐업과 운영중단 등의 피해를 입고 있으며, 금융거래 중단에 따른 사실상의 송금 중단으로 북한 당국으로의 외화 반입도 심각한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보도들을 접하면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고, 북한은 심각한 재정 및 경제적 피해로 인해 정상적인 국가 활동에 막대한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내부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일부 집단 탈북까지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도 36년만의 당대회를 별다른 탈 없이 치루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어쩌면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심대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으며, 겉으로는 아무런 제재의 효과가 없는 듯 연출을 자행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이야 언제나 연출을 잘하기로 소문난 나라가 아니었든가?

국제사회의 제재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그에 따른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가 과거 북한을 상징하던 ‘이미지’와 결합되어 곧 붕괴할 북한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당대회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이라는 것, 당이 정상적인 상태로 복구되었거나 그렇게 되고 있다는 것, 전통적인 당-국가체제가 정립되었거나 되고 있다는 것 등을 의미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노선과 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내부적인 동력도 어느 정도는 마련되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에게 전달되는 북한 관련 정보에 대해 상당한 비판적 시각의 독해가 요구된다. ‘사회를 보는 거울’로서의 언론이 왜곡된 상을 전달한다면, 거울이 비치는 대상 역시 비뚤게 보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한 이미지가 그런 것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 언론이 북한의 당대회를 맞이하여, ‘서방의 언론보도와 달리 북한의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개선되었다’고 한 보도는 현재 우리 언론을 포함한 서방 언론의 북한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북한’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북한은 자신들의 장기적인 경제건설의 청사진(5개년 계획), 책임있는 핵보유국가로서의 국제사회 의무의 충실한 이행(핵 선제불사용, 핵 이전 및 전파 금지 등), 남북관계의 근본적 개선(통일관련 정책 등) 등을 내놓았다.

그 동안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노선과 방침, 그리고 세계 비핵화를 위한 자신들의 국제적인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의 ‘비정상’을 정리하고 ‘정상국가’로서 자신을 재정립하고 있음을 말한다. 이제 1990년대에 정체된 ‘북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북한’의 등장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중요한 변화를 요구한다. 북한에 대한 인식 등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들의 효용성과 지속성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현재의 제재국면이 과연 지속가능하며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북한과의 대화 단절과 봉쇄가 과연 목표로 했던 ‘북한 길들이기’에 적합한 것인지,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부합하는지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과연 미래의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데서 현재의 제재와 봉쇄가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현재까지 우리 사회는 아쉽게도 ‘새로운 북한’을 맞이하고, 이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대회를 맞이하여 양복입은 김정은의 ‘이미지 정치’에 집중하는가 하면, 일본 언론의 현지에서의 불만이 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북한이 내놓은 노선과 정책은 당장의 고립과 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임시방편의 정책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더욱이 ‘고립된 상황’을 강조하면서 마치 북한의 당대회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으로까지 치부하고 있다. 당대회에서 내놓은 정책을 임시방편이나 현재의 고립과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 놀라운 ‘상상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이래서는 ‘새로운 북한’에 대비할 수 없다.

아마 정부는 ‘새로운 북한’을 상대하기 위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현재의 대북정책을 뒤돌아보고, 당대회를 계기로 북한이 내놓은 제안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그러한 검토가 ‘1990년대의 북한’에 기초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북한 사회는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과거와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번의 당대회는 그러한 변화를 당 차원에서 정리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북한의 당대회는 이제 막을 내렸다. 당대회 결정 사항을 두고 각 분야에서 이를 관철하기 위한 내부 학습과 더불어 이를 구체화하고 정책으로 옮기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 역시 이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그에 걸맞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미지에 갇힌 북한’에서 이제 과감히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문학박사, 2001)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 방문연구원(2002-2003)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위원(2004-2006)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원(2007)
현재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중
 
주요저서로 북한의 개혁·개방: 이중전략과 실리사회주의(2004), 김정일 리더십 연구(2005), 서울과 도쿄에서 평양을 말하다(2008), 북한과 미국: 대결의 역사(번역서,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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