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을 위로하고 한.베트남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인 '베트남 피에타'상이 27일 처음 공개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을 위로하고 한국과 베트남의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인 '베트남 피에타' 상이 27일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담은 '평화의 소녀상' 옆에 나란히 섰다.

'한베평화재단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노화욱)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재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담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김운성 씨 부부의 '베트남 피에타'상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이날 발족한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 종전 41년(4.30)을 앞두고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고엽제 등으로 피해 입은 참전군인의 현실을 직시하고, 전쟁상처 치유 및 동아시아 평화와 상생을 위해 결성된 단체다.

여기에는 노화욱 극동대 석좌교수, 강우일 천주교 주교, 이정우 전 경북대 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명진 스님, 정지영 감독 등 6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추진위를 결성했다. 

'한베평화재단'은 △평화운동 확산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올바른 역사관을 통한 미래세대 평화교육 실현,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연구.출판, 아카이브 활동, △한베문화예술교류를 통한 평화.화해.협력 증진,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진실규명 및 피해자 지원, △참전군인을 아우르는 고통의 연대 △동아시아 평화와 상생을 위한 아시아 시민연대 등의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피에타' 상을 '한국군 민간인 학살 50주년 위령제'가 열리는 올해 내 한국과 베트남에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시민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피에타' 상은 높이 150cm로 망자를 기리는 프로메리아 꽃, 베트남 상징동물인 물소와 국화 연꽃 위에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 노화욱 추진위원장이 한베평화재단 발족 취지를 담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화욱 추진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살 50년을 맞는 이때, 베트남전 종전 기념일인 4월 30일에 즈음하여 올해를 평화의 원년으로 삼고, 동아시아 평화의 염원을 담아 한베평화재단의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여 한국과 베트남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와 상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베트남에서 출발하여 한반도를 적시고 동아시아로 뻗어가는 평화의 물꼬를 트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유학생인 응우옌 응옥 뚜옌 씨는 "베트남에는 여전히 전쟁의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과 베트남이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이전에 있던 전쟁의 기억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과 한국의 청년이 전쟁의 기억을 딛고 이제는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평화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 '베트남 피에타'를 조각한 김서경 씨가 조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다큐영화 감독인 이길보라 씨도 "베트남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어떤 국가 폭력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싶다"며 "전쟁이 발발했을 때 가장 먼저 죽게 되는 사람들, 전장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이 곳에서 전쟁과 평화의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있었던 기억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국가폭력이었는지, 이 전쟁의 기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며 "그래야 미안하다고 말도 할 수 있고 평화라는 단어도 함께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베트남 피에타'를 조각한 김서경 씨는 "아가들의 죽음을 위로하고 전쟁으로 사라진 억울한 죽음들과 사라진 자연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담아 부디 저세상에서라도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분들을 향한 진정 어린 사죄와 반성의 메시지도 담았다"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는, 우리는, 국가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 구수정 베트남사회적기업 '아맙' 본부장이 한국정부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베트남 전쟁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성명서도 발표됐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등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휴화산처럼 양국 관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며 "베트남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베트남 전쟁에 대한 한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은 지금까지 이 전쟁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성찰도 반성도 없었다. 어느 민족이든 역사적 과오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사를 부인하는 것은 미래에도 똑같은 과오를 반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과 다름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베트남과의 정의로운 화해를 통해 한국이 동아시아 평화의 허브로서 세계 평화를 실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는 국가로 자리잡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한국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베트남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가지회견에는 명진 스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정지영‧김조광수 영화감독,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구수정 베트남사회적기업 '아맙' 본부장 등 1백여 명이 참가했으며, 가수 홍순관 씨의 '마지막 자장가' 노래, '보잔(무명아기)을 위한 자장가' 여성 헌화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 가수 홍순관 씨가 노래 '마지막 자장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기자회견은 여성의 헌화 퍼포먼스 '보잔(무명아기)을 위한 자장가'로 마무리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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