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협상’ 가능성을 제기한데 대해 한·미 양국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 중단과 유엔안보리 결의 등 의무 이행, 비핵화 의지 등을 요구하며,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공언하는 반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조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화는 열려있고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징후를 무엇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국면 전환의 시기와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북한이 협상을 언급한데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변화를 거부하는 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와 국제사회는 한 목소리로 북한에 대해 모든 도발과 위협을 즉각 증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국제 의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은 도발과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가 유일한 선택지임을 깨달아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 같은 내용은 “협상을 언급한데 대한 정부 입장일 뿐 실제 협상은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은 지난 3일 담화에서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부질없는 ‘제도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는 여론이 크게 조성”되고 있다며 현재 조성된 사태의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면서도 미국이 대화를 마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애나 리치-앨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4일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도발을 자제할 책임이 있다”면서, “미국이 동맹, 동반국들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신뢰할만한 협상에 복귀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고 비핵화 의무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최근 워싱턴의 한 토론회에서 한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VOA에 따르면, 러셀 차관보는 “북한의 핵·경제개발 병진노선은 실패한 노선이며, 미국 정부가 북한의 병진노선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6자회담 재개의 조건으로는 △북한이 모든 핵 활동을 중단하고, △과거의 모든 행동에 대한 믿을 수 있는 신고 절차를 밟으며,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을 받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절차는 “기본적인 국제사회 의무”라면서, 이 과정을 거친 후 2005년 9.19공동성명에 근거해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최근 북한은 2005년 9.19공동성명에 입각하여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6자회담은 유효하지 않으며, 앞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의제로 다룰 때만 회담 참가를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미 양측의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정,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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