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북한정치학 박사/수령국가의 저자/부산가톨릭대 외래교수/전 민주공원 관장)

 

북한은 2016년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 10일을 앞두고 2월 7일 은하4호(1)를 발사하였다. 2012년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발사한 뒤 약 3년 만에 일어난 일이고, 2016년 1월 6일 스스로 수소폭탄이라고 네이밍(naming)한 ‘핵 시험’한지 약 한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또한 통상 북한의 ‘도발’ 뒤에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다시 북한의 압박수단으로 ‘재도발’하는 패턴방식이 아닌, 중국과 미국의 입장차이로 인해 대북제재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도발’이기도 하다.

이른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의 패턴(협박과 도발→제재→협상→보상)에서 벗어난 북한의 도발인 셈이다. 수소폭탄이라는 핵 시험에 따른 유엔결의(제재)가 나오기도 전에 북한은 연타석으로 그 제재가 부당-수소폭탄 핵 시험이 정당하다는 뜻-하다는 항의(은하4호 로켓 발사로 도발) 표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한 것이다.

이는 메카니즘(mechanism)적으로는 ‘벼랑끝 전술’의 패턴을 따르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런 변종 전술을 선 보였을까? 아니, 애초에 북한은 그런 패턴을 인정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북한과는 상관없이 그 패턴의 프레임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북한은 대한민국 정부,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와의 제재와는 하등 상관없이 자기(북한)들만의 방식과 시간표대로 대응해 왔다고 볼 수 있으니까. 다만, 은하4호 발사 이전과 이후의 차이가 있다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절대 포기하지 못하며 이번 은하4호 발사를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소형화한 수폭을 장착해 1만 km 이상 날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 확실하게 비대칭적 핵 억제력을 확보하여 인민생활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이것이 이번 은하4호 발사를 통한 북한이 국제사회에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가 된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이번 5월에 개최되는 당 대회에서 ‘김정은시대’를 확실하게 선포하기 위한 사전포석이겠지만, 이것보다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로는 북한은 자신들의 신년사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로 경제강국을 건설해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듯이 그 어떤 제재도 인정하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식’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확고한 정치적 좌표가 서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2003년 4월 백남순 당시 외무상이 “우리는 미국에 의해 소집된 유엔안보리가 채택하는 어떤 결의안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을 보다 명확히 한 셈이다.

둘째, 박근혜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 아무리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은 실패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하더라도 여기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인민생활 향상을 반드시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통해 이뤄내겠다는 대내외적인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는 북한도 체제와 상관없이 한 국가이다. 국가라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들이 다 그러하듯이 외부국가(외세)로부터의 국토방위와 자주권 확립을 제 1차적 요인으로 뽑는다. 그러하기에 국방에서만큼은 그 가능성이 0.0000001%만 존재하더라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이 표현은 대한민국의 보수층과 현 박근혜 정부에서도 즐겨 쓰는 표현법이기도 하다).

이를 북한에 적용하여 한국은행과 정부자료에 의거하더라도 북한과 대한민국은 국민총소득(GNI)에서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43.7배 많고(2014년 기준 남 1496조6천억 원, 북 34조2천억 원), 국방비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의 한 해 예산이 북한 전체 예산보다 무려 4배보다 훨씬 많다(2014년 북 정부예산 71억2천만 달러, 2016년 남쪽 국방예산 38조8천억 원). 이러한 상황은 재래식 무기로는 절대로 북한의 국방력이 대한민국을 따라잡을 수 없음을 반증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일까?

대한민국도 이러한 상황-경제력과 국방비의 현저한 차이가 발생했을 때-에서 정상적인 국가라면 ‘비대칭’억제전략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 국가니까. 해서 북한도 국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의미에서 핵을 통한 국방력을 세워 나가는 것이다(이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사회가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렇게 비대칭 핵 억제전략을 통한 군사적 균형을 맞춰놓고 나서 그 과학 기술력으로 인민생활 향상에 보탬이 되는 전략을 쓰겠다는 것이 현재 북한이 채택하고 있는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인 것이다. 은하4호의 발사가 그런 정치적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셋째, 연타석으로 초강수를 둔 북한의 또 다른 정치적 메시지는 미국을 향한다. 이른바, 타이밍의 정치학이랄까. 북한은 지난 은하2호 발사와 제2차 핵 시험 시기와 관련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타이밍을 잡음으로써 새로 시작되는 미대통령과 큰 담판-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 한반도평화체제 확립이라는 정치·군사적 해결을 시도했으나, 오바마로 하여금 오히려 ‘전략적 인내’라는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게 하는 결과를 낳은 학습효과가 있다. 하여 이번 ‘수소폭탄’ 핵 시험과 은하4호 로켓 발사는 2016년 11월 8일에 치러지는 미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는 미 대통령에게 판(frame)이 짜여지기 전에 (북핵) 일괄타결을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정책을 머릿속에 넣어두라는 정치.군사적 메시지를 분명히 보낸 것으로 된다. 즉, 지루한 협상전략에서 일괄타결 완전전략으로 북.미관계를 정상화시켜 나가겠다는 정치.군사적 의사표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렇듯 북한은 연타석 도발을 통해 국제사회에, 특히 미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또한 수폭보유를 통한 핵 억제력을 확실하게 확보하고, 이 바탕위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로 인민생활 향상을 이뤄내겠다는 북한의 의도도 확실하게 엿보인다.

그 배경에는 1993년 3월 북한이 NPT를 탈퇴한 이후부터 시작된 북핵 문제가 20여년 훌쩍 넘겨버렸지만 <협박과 도발→제재→협상→보상>이라는 메카니즘으로는 풀 수 없다는 학습효과가 있다. 아니, 북한의 핵 억제력만 더 높아졌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은 발상의 전환을 해내어야 한다. 즉, 북핵 해결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말이다. 그 중심에 전략적 인내와 같은 무시전략이거나, 협박과 도발이 일어나면 거의 반사적으로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한다거나가 아닌,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방식으로의 일괄타결방식을 통한 북핵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북한도 우리가 좋든 싫든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이다. 국가라면 자국의 존립을 최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면, 그러한 기준으로 봤을 때-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자국의 국가적 안전과 안녕이 보장될 때만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니 당연히 그 어떤 제재가 뒤따라 온다하더라도 전략적인 개념일 수밖에 없고, 전략적인 개념이니까 미국의 적대정책이 포기되지 않으면 핵은 포기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핵을 포기시키려면 일괄타결 방식, 즉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그러한 방향에서 북핵 문제가 풀려질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당사국-지렛대 역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북핵 문제가 풀려질 수가 있다. 관성대로 ‘압박’, ‘제재’, ‘응징’의 개념만으로 북핵 문제를 절대 풀 수 없으며, 박근혜식 통일대박은 절대 오지 않는다. 해서 결론은 분명하다. 발상의 전환을 담대하게 해내어야 한다. 그래야만 19세기 구한말과 같은 비운의 조선반도가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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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아직 북한과 국제사회가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정확한 명칭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편의상 필자의 생각으로 붙인 이름이 ‘은하4호’임을 밝혀둔다. 또한, 만약 은하4호가 다른 명칭으로 네이밍되더라도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가 갖는 정치적 메시지는 변하지 않음도 미리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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