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전경. [사진 - 구글지도 편집]

지난달 28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이 포착됐다는 긴박한 소식이 <교도통신>을 통해 타전됐다.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교도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점도 일주일 전후로 특정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공조의 전열를 채 갖추기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출렁거렸다.

국방부는 북한이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주일내 발사’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중국·미국 정부도 ‘사태발전’과 ‘한반도 평화·안전 위협’을 우려했다.

지난달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 몰고 온 충격에 이어 실제 실행되지도 않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임박 징후만으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긴장이 고조된 이유는 무엇일까?

운반로켓이냐 탄도미사일이냐

▲ 왼쪽부터 광명성1호, 광명성2호, 광명성3호 인공위성을 발사한 백두산1호, 은하2호, 은하3호. [출처-구글]

1998년 8월 31일-‘광명성1호’, 2009년 4월 5일-‘광명성2호’, 2012년 4월 13일-‘광명성3호’, 2012년 12월 12일-‘광명성3’호 2호기. 지금까지 북한이 인공위성 시험 발사라고 주장한 날짜와 위성의 이름이다.

광명성1호를 탑재한 발사체인 ‘대포동1호’부터 대포동2호(광명성2호), 은하3호(광명성3호 1호기), 은하3호(광명성3호 2호기)를 북한은 위성‘운반로켓’이라고 부르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위성발사체로 위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위성탑재 여부가 불분명한 2006년 7월 5일 대포동 2호 발사까지 북한은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위성발사(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진행했다.

특히 이 시험들은 2006년 10월 9일-제1차 핵실험, 2009년 5월 25일-제2차 핵실험, 2013년 2월 12일-제3차 핵실험과 각각 40여일에서 석 달여의 시간차를 두고 진행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지난달 6일 풍계리에서 실시된 제4차 핵실험에 이어 탄두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를 앞세운 로켓(미사일) 시험이 곧 있을 것이라고 보는 주요 근거 중의 하나이다.

이렇듯 북한의 주장과 주변국들의 판단이 180도 다른 가운데, 북한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주권국가의 권한이라며, 위성과 로켓 발사 기술 개발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2012년 12월 12일 북한은 ‘운반로켓’ ‘은하-3’을 통해 실용위성인 ‘광명성-3’호 2호기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해 4월 외신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광명성-3’호 1호기를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지만 해를 넘기지 않고 불과 8개월 만에 다시 발사해 성공한 것은 실패 원인을 바로 파악해 신속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0년의 시작을 만방에 선포하겠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관철한 산 모범이며, 북한의 국가발전계획이 자체의 시간표에 따라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지만, 2012년 4월 서해 위성발사장에 초청된 외신 기자들의 질문은 ‘은하-3’이 ‘탄도 미사일이냐 운반로켓이냐’하는 것에 집중됐다.

재일 <조선신보>는 당시 장명진 서해위성발사장 총책임자가 기자들에게 “미사일발사론은 조선의 위성개발을 달가워하지 않는 나라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 “위성의 궤도진입을 위해서는 로켓발사가 필수적인데 위성을 손으로 던지겠느냐”고 야유했다고 전했다.

또 ‘은하-3’은 수직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발사할 수밖에 없어 발사체가 노출된 시점에서는 쉽게 요격당할 수 있는데, 공격 수단인 탄도 미사일로서의 가치는 없는 것이라는 주장도 소개했다.

아무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임박 징후 보도는 급기야 지난 1일 재미 <민족통신>이 “2016년 ‘광명성4호’(은하4호)의 위성발사 시간과 장소는 ‘당과 인민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제1비서의 명령’만이 결정 한다”고 한 보도 이후 더욱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항행금지구역 선포없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무리’

▲ 북한 미사일 개발 및 발사경과. [출처 - 언론종합, 2014년 국방백서]
*강조는 장거리 미사일(북은 위성 운송을 위한 ‘우주발사체’ 시험으로 발표)이며, 북에서는 2012년 4월 은하-3호만 실패로 인정하고 나머지 4차례 발사는 모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은 채 로켓(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까? 또 탄두에는 무엇이 탑재될까? 인공위성(광명성4호)이라면 성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먼저, 항행금지구역 선포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이 여러 나라의 영공과 영해를 통과하는 군사 훈련 등을 실시할 때 주변을 지나는 민간 선박과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정해진 기간 동안 해당 구역의 항행을 금지하는 사전 조치이다.

당사국은 관련 계획이 있을 경우 해운과 조선에 관한 국제적인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유엔 산하로 설립된 국제 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해야 하며, 국제해사기구는 이 사실을 회원국에게 알리게 된다.

지난 1986년에 IMO에 가입한 북한은 항행금지구역 설정을 통보해야 하는 의무를 지지만 이를 어긴다고 해서 특별한 제재가 가해지지는 않는다.

북한은 지난 2012년 4월과 12월 광명성 3호 위성을 실은 ‘운반로켓’이라고 주장하는 ‘은하-3’를 발사하기 전 IMO에 발사 예정기간과 시간, 1·2단 추진체의 낙하지점 등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초 탄도미사일 2발을 서해 남포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할 때, 그리고 지난 2013년 초 동해상에 100여발의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하면서는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기도 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주권국가의 권리를 주장하는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발사로 오해하는 주변국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IMO에 관련계획을 적극적으로 통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항행금지구역 선포없이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 위성 및 발사체 기술...아직 초급이지만 계속 성숙

북한의 위성 및 발사체 등 기술 수준과 관련해서는 아직 신뢰하기는 어려운 초급단계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탄도미사일 개발 경험을 통해 일부 기술을 제외하고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개발과 핵 탄두의 소형화 등을 포함해 대부분 성숙된 단계에 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09년 4월 광명성2호 발사를 위한 장거리 로켓 발사 당시 3단계 추진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로켓이 자세 제어장치(DACS:Divert Attitude Control System)을 갖추었을 가능성을 보여주어 로켓 기술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북한은 그동안 광명성1호(무게 30kg), 광명성2호(무게 100kg), 광명성3호(무게 100kg) 3종류를 개발했으며, 2012년 4월 광명성3호 1호기의 실패를 제외하곤 모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체로 1,2호는 발사에 실패했고 3호 2호기는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2012년 12월 ‘광명성-3’호 2호기의 궤도 진입 성공에 대해 그해부터 시작된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의 첫 과제를 수행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 위성의 해상도를 높이고 정지위성을 개발·운영하며, ‘은하-3’호보다 더 큰 대형운반 로켓의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지구 궤도에 진입한 ‘광명성-3’호 2호기에서는 ‘김일성장군의 노래’와 ‘김정일장군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으며, 최소 2년의 수명이 다하는 동안 필요한 위성자료를 송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측에서 이후 지상과의 통신이나 사진 촬영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언급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위성 활용에는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또 위성발사를 통해 새로운 미사일의 비행시험도 간접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서해위성발사장에 발사지휘소와 외국 VIP를 위한 숙소로 보이는 신축건물 등을 신축하고 평양에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건설한 것도 좀 더 자주 위성 발사체를 발사하기 위해 외국 인공위성의 상용발사를 추진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운반로켓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확보 및 개발한 미사일의 비행시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운반로켓 발사와 미사일 시험, 기술적으로 유사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것을 목적으로 하는 운반로켓(carrier rocket)은 탄두 설계 및 장착, 항법 유도장치 기술, 대기권 재진입시 마찰열 감소를 위한 설계 기술 등을 보완하면 탄두를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군사적 목적을 갖는 탄도 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유사하다.

대량파괴무기의 운반수단으로 사용가능한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은 자체 추진으로 발사지점에서 목표지점까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유도탄으로, 대부분의 비행시간을 대기권 밖에서 초고속으로 비행하고 특이한 비행운동의 특성을 보여 종말단계 비행궤적의 추적 및 예측이 어려워 방어 측면에서 위협이 크다.

한·미·일 3국이 사정거리 10,000km가 넘는 북한의 운반로켓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유엔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모든 발사체 시험을 제재대상으로 결정한 이유이다.

▲ 북한 미사일 제원. [출처 - 2014년 국방백서]
*개발중이라고 평가한 대포동2호를 시험발사로 수정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스커드, 노동 미사일 등은 사정거리 1,000km 이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사정거리 5,500km 이상의 대포동 2호 이상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분류한다.

이밖에 사정거리 5,500~8,000km의 장거리 미사일(LRBM, LRICBM)과 8,000~12,000km의 최장거리 대륙간탄도탄(FRICBM) 등이 있으며, 별도로 분류되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이 있다.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구 소련의 스커드 미사일을 기본으로 개발한 액체 추진제 미사일인 스커드-B, C와 스커드 미사일의 엔진추력(13톤)을 30톤급으로 확장시켜 사용하는 노동미사일 등이 있다.

그리고 구 소련에서 기술 도입한 잠수함 발사용 미사일 R-27의 4D10엔진을 이용해서 개발한 무수단과 잠수함 발사용 미사일인 북극성-1 미사일이 있으며, 아직 실체가 불분명한 NK-02(화성13호)가 있다.

북한의 대포동-1, 은하2,3도 스커드 미사일 엔진과 노동엔진, 무수단의 4D10 엔진 등 3종류의 엔진을 조합해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인데, 채 교수는 기술적인 수준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 북한 보유 미사일의 구체적 제원. [출처 - 북한미사일의 개발동향,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2015 세계 북한학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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