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와 12일 기독교회관에서 신년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해 11월, 금강산에서 7대종단 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남북 종교인모임을 결산하는 인터뷰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인 김영주 목사에게 요청해 내락받았다. 그러나 주변의 분위기는 김 총무가 너무 나서는 모양새는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유인즉 김 총무가 지난해 10월말 평양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주관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발전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칼 포럼’(EFK) 운영위원회에 참석했고, 거기서 채택한 ‘평양 호소문’이 정부의 심기를 건드려 금강산 남북 종교인모임 참석 승인도 간신히 받았다는 것.

김영주 총무는 12일 <통일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WCC 총회가 권고하는 수준에서 호소문을 작성했는데, 그게 아마 평양에서 발표를 하다 보니까 우리 정부가 조금 긴장을 한 것 같다”며 “내용은 다들 이때까지 우리가 세계교회 차원에서 평화통일을 위해서 제기했던 문제고, 형식도 협정문이 아니고 일종의 호소문”이라고 밝혔다.

‘평양 호소문’은 △6.15, 10.4선언 이행 △합동군사훈련 중단 △대북 경제제재 해제 △북에 대한 적대화 작업 중단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대체 △지속적인 남북대화 △교류와 방문 증진 등이 담겼다. [관련기사 보기]

▲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개최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발전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칼 포럼’(EFK) 운영위원회 모습. 이 회의에서 '평양 호소문'이 채택됐다. [사진제공 - NCCK]

김영주 총무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핵이 선한 핵이 있고 악한 핵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한반도 내에 핵을 둘러싼 긴장이 자꾸 높아지는 것도, 남한 정부의 대응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통해서 동북아의 비핵화지대화를 만들어 가는데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비핵지대화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왔나? 비핵지대화에 동참하기 위해 북쪽을 얼마나 설득해 왔고, 수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잠재적 핵보유국인 일본과 함께 한반도 주변의 비핵지대화를 어떻게 이룰지 얼마나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왔나?”라고 물었다.

나아가 “북쪽을 언젠가 통일해야 할 대상이라고 하면 직접 대화해야 한다”며 “그보다는 한.미.일 공조, 그리고 오히려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다시 말하면 “쟤 나쁜 애니까 혼내주자” 그런 방식이 결코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 총무는 “제일 우선순위가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 다른 말로 평화조약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정부에 2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고, 올해는 미국에서 10만 명 이상, 내년에는 유럽, 그 다음 해는 아시아에서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서명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남북 간에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면서 “남북 정부가 상황을 이유로 남북 민간인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을까 지극히 염려가 된다”고 우려를 표하고 “남북 정부 공히 이런 민간들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도 해주고 협력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인터뷰에서 ‘예언자적 역할’과 ‘제사장적 역할’,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 등의 기독교 개념을 설명하고 “NCCK가 사회 구조악을 지적하고 당연히 그런(비판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이런 소리를 끝까지 내야 되는 것이 우리 기독교인의 당연한 사명”이라고 못박았다.

오늘의 기독교가 우리 사회에서 ‘보수세력의 근거지’로 지목받는 데 대해서는 “기독교가 그 당시(일제시기) 권력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도 그것이 체질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고 솔직히 인정하면서 “대안이 딱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다. 우리는 꾸준히 예수께서 걸어가셨던 길을 걸어간다. 예수께서 걸어간 길은 뻔하다. 십자가 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부활을 믿는 신앙인으로서는 오늘의 소수, 오늘의 약함, 오늘의 탄압, 오늘의 비난, 이것은 우리에게 큰 걸림돌이 아니다”는 것.

2014년 11월, 임기의 4년의 NCCK 총무에 연임된 김 총무는 “한국교회가 평화통일운동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나 우리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으로서 평화통일문제 만큼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겠느냐”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주 총무는 자신을 문익환 목사와 같은 예언자나 선구자가 아닌 '코디네이터'에 불과하다고 겸손해 했지만 평화통일, 특히 평화조약에 대한 남다른 신념을 가진 선구자임을 인터뷰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1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NCCK 총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EFK 평양선언, “정부가 조금 긴장을 한 것 같다”

▲ 지난해 한 차례 미뤄진 김영주 총무와의 인터뷰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기독교계 통일운동 전반에 걸친 주제들을 다뤘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통일뉴스 : 지난 연말, 금강산 종교인모임 결산 인터뷰를 하려다 취소한 적이 있는데, 신년 인터뷰를 갖게 됐다.

□ 김영주 총무 : 먼저 전제로, 나는 늘 통일문제에 세 가지를 신경쓴다. 하나는 남한, 그 다음 북쪽, 그다음 우리 기독교계다.

나는 문익환 목사님과 같은 선각, 선구자가 아니고,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코디네이터라고 생각한다.

우리 기독교에도 예언자적 역할과 제사장적 역할이라는 게 있다. 예언자는 잘못된 걸 지적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고, 제사장은 서로 끌어안고 품고 용서하고, 함께 도모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남북이 서로 어울리는, 함께하는 길을 찾아 봤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인터뷰 질문지에도 우리 한국 교회가 ‘보수적’이라고 썼는데, 우리는 어쨌든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을까를 설득하고 이끌어가야 하고 또 방향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통일운동을 고민하고 있다.

□ 지난해부터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지난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가 사실 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남북관계가 잘 풀리지 않았고 민간교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했다. 기독교계 대표로서 지난해 교류에 대해 간략히 요약해 달라.

■ 지난해는 기대를 갖고 출발했다. 일단 남북한 교회 지도자들이 중국 심양(선양)에서 만나서 당시 ‘금년에 남북 간에 협력.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좋겠다’고 근본적으로 합의했다.

또 진정한 해방.광복은 남북통일이라고 설정한다면, 70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진정한 광복.해방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8월 15일 전후에 남북교회가 만나 서로 격려하고 다짐하자고 상당부분 합의가 됐다.

그래서 우리들 기대로는 8.15 전후로 세계교회협의회(WCC)가 합의한 ‘남북공동기도주일’을 평양 봉수교회나 아니면 한반도 내 다른 교회에서 함께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계획대로 안 됐다.

이후 WCC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그 조직 일원으로 북쪽에 가서 남북교회 간의 협력과 연대를 위한 형제자매애를 재확인하고 향후 남북교회가 평화통일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견인차 역할을 하자는 합의를 했다. 아쉬움 속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낸 거다.

나는 민간단체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차치하고, ‘남북 정부 간에 교류가 원활하게 돼서 중요한 회담들이 성사되고 상징적인 합의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기대를 잔뜩했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는 DMZ(비무장지대) 내의 평화공원도 이야기하고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남북열차도 이야기했다. 대통령이 선언했기 때문에 실천하는 단계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충족 못 돼 유감이고, 새해를 한번 기대해 본다.

□ 방금 언급했지만, 지난해 활동 중 ‘한반도 평화와 통일, 발전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칼 포럼’(EFK) 운영위원회 평양 모임(10.23-29)에서 ‘평양 호소문’을 채택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자세히 소개해 달라.

■ 본래 세계교회 에큐메니컬(교회일치주의) 진영이라고, 세계교회가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서 기도하는 연대조직이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84년 도잔소회의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똑같은 문제다’, 그렇게 해서 평화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코어 멤버들이 많았다.

그런데 세월이 가다보니 조직이 조금 느슨해지고, 열심도 조금 작아졌다. 그 이후 8년 전부터 다시금 ‘한반도 평화통일, 발전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컬 포럼’ 조직을 만들었다. 여러 나라 7개 단체에서 실행위원회를 조직해서 함께하고 있다.

지난 남경(난징) 회의에서 ‘평양에서도 한번 실행위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결의했고, 2013년 WCC 제10차 부산총회에 북쪽 대표들을 초대했지만 유감스럽게 참여를 못했다. 그래서 WCC 총회 이후에 EFK 실행위원회 겸 WCC의 주요한 결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논의하는 첫 번째 모임을 평양에서 갖기로 한 것이다.

의장을 맡고 있는 WCC의 국제위원회가 포럼을 조직하고, 나와 (NCCK) 통일담당 국장 신승민 목사는 EFK 실행위원 자격으로 갔고, 한국 장상 목사와 박경서 박사는 의전상 ‘리소스 퍼슨’(resource person)으로 갔다.

그래서 WCC 중심으로 진행됐고, 우리도 NCCK가 주도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멤버십의 한 사람으로 갔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평양 호소문’은 ‘어쨌든 국제 EFK 중요지도자들이 왔으니까 흔적은 좀 남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논의를 하다가 WCC 총회가 권고하는 수준에서 호소문을 작성했는데, 그게 아마 평양에서 발표를 하다 보니까 우리 정부가 조금 긴장을 한 것 같다.(하하)

내용은 다들 이때까지 우리가 세계교회 차원에서 평화통일을 위해서 제기했던 문제고, 형식도 협정문이 아니고 일종의 호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긴장을 안 해도 될 걸 조금 지나친 것 아닌가 아쉬움은 있다.

‘제사장적 사명과 예언자적 사명’

▲ 김영주 총무는 기독교의 예언자적 역할과 제사장적 역할,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지난해 NCCK가 성명이나 논평을 많이 냈다. 특히 탄저균, 미.일 방위협력지침, 사드 배치 등 안보현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안다. 종교계는 순수해야 한다는 일부 시각도 있는데, 주요한 안보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나 배경이 있다면?

■ 우리가 ‘종교가 뭐냐?’ 특히 ‘교회가 뭐냐?’고 이야기할 때, 교회는 이웃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웃은 타자를 위한 교회라는 뜻이다. 교회가 교회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흔히 ‘개인 구원이냐? 사회 구원이냐?’가 갈등을 일으키는데, 개인 구원은 한 개인이 좋은 신앙인이 되면 좋은 품성이 흘러넘쳐서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고, 사회 구원은 한 개인의 착함과 선함이 사회 구조악을 이길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구조를 선한 제도로 바꿔야 한다, 선한 의지가 작용해야 된다는 거다. 그래서 기독교는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이 동시적 과제지 배타적 과제가 아니다.

그걸 기독교적 용어로 말하면 제사장적 사명과 예언자적 사명이다. 제사장적 사명은 배고프고 힘들고 고달프고 죄많은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와 꿈을 심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고, 예언자적 사명은 당시의 권력자들이나 힘있는 사람들이나 그 당시 세상을 잘못 운용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거다.

그렇게 본다면, NCCK가 사회 구조악을 지적하고 당연히 그런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독교는 특히 ‘총으로 평화를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안보문제를 기독교적 시각에서 지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소리를 듣는 당사자들은 조금 마음이 안 좋을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반응하는 거다. 그렇지만 이런 소리를 끝까지 내야 되는 것이 우리 기독교인의 당연한 사명이다.

□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가 ‘보수세력의 근거지’ 식으로 오랫동안 인식돼 온 것도 사실이다. 기독교계 수장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 나는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보수는 그런 부분에서 좀 건강해져야겠고 좀 열린 보수가 됐으면 좋겠다. 진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황폐한 이념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되고 좀 열려서 탄력성과 여유가 있어야 되는데, 너무 경직돼 있다.

그런데 우리 한국사회가 한국전쟁을 경험했지 않나? 내가 이번에 북쪽에 가서 휴전회담을 했던 장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서 휴전회담이 51년부터 시작됐더라. 53년도에 휴전이 성립됐다. 그러면 휴전회담을 하는 중에 ‘곧 휴전이 될 수 있다’라는 가능성 때문에 최고의 화력을 퍼붓는 거다. 휴전회담의 우위를 장악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우리 전쟁이 일반 전쟁사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잔인한 전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전쟁의 긴 터널을 넘어오고 난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가, 분단 개념이 우리를 지배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기독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보수화 된 경향이 굉장히 있는 것 같고, 거기에 우리 기독교도 굉장히 한 몫을 하고 있다.(웃음)

우리 기독교가 왕성했던 때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선 말기 일본제국주의가 우리를 점령하고 있을 때다. 기독교가 활발하게 선교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잡고 있던 일본제국과의 충돌을 상당부분 피해야 되는 그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유명한, (조선총독) 이토 히로부미가 했던 말, ‘이 땅의 일은 일본이 책임지고, 천국의 일은 기독교가 책임져라’가 상징하듯이 기독교가 그 당시에 선교를 하고 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일본 제국주의와 충돌하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세상의 일에 가치중립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충돌하지 않으려면 가치중립적으로 접근하거나 아니면 그 당시의 권력에 대해서 순종하는 두 가지 길 뿐이다.

그런 부분에서 기독교가 그 당시 권력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도 그것이 체질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사회 전반으로도 보수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아직까지도 청산되지 않은 친일문제라든지, 이런 것들도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보수화의 영향이라고 본다면 우리 기독교도 거기에서 비켜나 있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대안은, 좀 가르켜 달라. 내가 아는 신앙의 진리는, 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다. 다시 말하면 양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고백하는 신앙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야겠고 성실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자꾸 많아졌으면 좋겠다.

또 설사 그 길이 좁은 길이라도 가야 되고, 그래서 신앙적인, 교회적인 이야기로 하면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런 거다.

그래서 우리가 대안이 딱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다. 우리는 꾸준히 예수께서 걸어가셨던 길을 걸어간다. 예수께서 걸어간 길은 뻔하다. 십자가 지는 길이다. 십자가는 그 당시의 고난과 고통, 눈물, 실패, 좌절, 이런 게 십자가다.

그런데 다행히 예수의 교훈으로 보면 실패인 것 같으나 실패가 아니고, 절망인 것 같으나 절망이 아니고, 좌절인 것 같지만 좌절이 아니고, 약한 것 같지만 약한 것이 아닌 것, 우리는 그걸 부활이라고 표현한다.

부활을 믿는 신앙인으로서는 오늘의 소수, 오늘의 약함, 오늘의 탄압, 오늘의 비난, 이것은 우리에게 큰 걸림돌이 아니다. 이 길을 가야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대안이라면 대안이다.(웃음)

“핵이 선한 핵이 있고 악한 핵이 있나?”

▲ 김영주 총무가 지난해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종교인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지난해 11월 금강산 종교인모임에서 남북 종교인들이 모였는데, 기독교계에서는 어떤 논의들이 이루어졌나?

■ ‘일단 우리 기독교인들이 평화통일을 위해서 좀 잘하자. 금년에는 좀 열심히 하자’고 했다.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주로 남쪽에서는 여러 가지 제안을 많이 했다.

금년에는 남북 간에 대규모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고, 이건 우리 일은 아니지만 WCC가 부산총회에서 남북.세계교회가 모이는 국제협의회를 한반도에서 개최하자고 했다.

조심스럽게 제안한 것 중의 하나가 ‘남북 교회가 공동으로 위원회를 조직해서 3.1운동 100주년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남북공동기도주일이라든지 여러 가지 교류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논의했다. 열심히 서로들 협력하자고 합의는 했다.

□ 신년 벽두부터 핵문제가 발생해 민간교류도 어려워질 것을 누구나 느끼고 있다. 올해 사업계획과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 난감한데, 북쪽은 ‘수소탄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는데, 북쪽은 북쪽 나름대로 전략적 판단이 있을 것 아니겠나. 그런데 우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반도가 비핵지대화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1991년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선언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권호경)는 1991년 8월 12~14일 라마다올림피아호텔에서 ‘1995희년을 향한 기독교평화협의회’를 개최, ‘한반도에 배치했거나 이를 겨냥한 핵무기 철수와 남북의 동시 핵사찰.비핵지대화 선언’이 포함된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래서 남북 공히 비핵화가 아니라 비핵지대화가 됐으면 좋겠다. 성서적으로 말하면 ‘칼로 일어난 자는 칼로 망한다’ 했는데. 평화는 무력으로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남북 공히 자중자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우리들은 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는데, 어떻게 봤나?

■ 먼저, 북쪽은 수소탄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확성기로 대응하는 것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지 잘 모르겠다.

두 번째는 북쪽을 언젠가 통일해야 할 대상이라고 하면 직접 대화해야 한다. 북쪽이 왜 수소폭탄을 만들었는지, 핵이라는 게 우리민족의 운명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건지, 그런 것들을 설득하고 해법을 찾아가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한.미.일 공조, 그리고 오히려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다시 말하면 “쟤 나쁜 애니까 혼내주자” 그런 방식이 결코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

더군다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거론하는 것 자체는 뭘 위해서 어떻게 하자는 건지 의문이다. 결국 남북 간에 군비경쟁, 나아가서 중국 대상으로 동북아에 긴장의 도를 더 높이는 것이다.

동북아의 무장이라든지 긴장을 낮추고 서로 평화를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 서로 자중자애를 이야기해야 할 우리 정부가 방법이 꼭 그거 밖에 없는지... 미국의 B-52 폭격기 이런 대응이 아쉽다.

핵이 선한 핵이 있고 악한 핵이 있나? 우리 기독교는 핵은 인류 공동 평화의 장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통해서 동북아의 비핵화지대화를 만들어 가는데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핵으로 핵을 막는다’, 나는 그런 방식이 맞지 않다고 본다.

NCCK는 비핵화도 아니고 비핵지대화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는데, 우리 정부가 비핵지대화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왔나? 비핵지대화에 동참하기 위해 북쪽을 얼마나 설득해 왔고, 수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잠재적 핵보유국인 일본과 함께 한반도 주변의 비핵지대화를 어떻게 이룰지 얼마나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왔나? 그러한 노력 없는 즉자적 반응은 절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

어쨌든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집단으로서 한반도 내에 핵을 둘러싼 긴장이 자꾸 높아지는 것도, 남한 정부의 대응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다.

“평화조약을 맺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 김영주 총무는 평화통일을 개인의 소명이자 한구구 기독교계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이런 상황에서도 남북 기독교 간에는 올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건지?

■ 우리는 제일 우선순위가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 다른 말로 평화조약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화조약 당사자는 미국, 북쪽 그리고 남쪽 정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중국 정부까지 끼어서 할 수 있다. 남북 정상 간의 합의를 굉장히 존중하고, 그런 합의의 바탕위에서 평화조약을 맺기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첫째 우리 정부, 박근혜 대통령에게 평화조약을 맺는 일에 앞장을 서달라고 YMCA와 YWCA 등 여러 단체들이 협력해서 약 2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제출한 적이 있다.

또 하나의 당사자인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NCCK 차원에서 보내기도 하겠지만, 미국의 시민들이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평화조약을 해야 된다는 제안서를 보내려고 한다. 미국 법에 10만명이 서명해야 한다. 그래서 금년 7,8월경 미국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유럽에서 우리를 초대했다. 유럽에서도 서명운동을 하고, 그 다음해에는 아시아에서 하고. 이렇게 평화조약을 맺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통일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그리고 미루어 짐작하지 말고 형편과 처지를 서로 살펴보면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남북 간에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남북 정부가 상황을 이유로 남북 민간인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을까 지극히 염려가 된다. 이런 자리를 빌어서 남북 정부 공히 이런 민간들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도 해주고 협력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

□ 구체적인 올해 사업, 특히 상반기 사업을 소개해 달라.

■ 남쪽에서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남북 간에 공동사업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남북교회가 상반기에 만나서 금년 내에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뭔지 깊이 연구하고 합의를 해서 실천했으면 좋겠다.

지금 남쪽의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통일문제가 식어가고 있지 않나. 그래서 3월부터 7주간 청년들을 위한 평화교육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평화조약 확산을 위해서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역교회에 다니면서 지역교회 내에 통일위원회를 한번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지역기반을 강화하고 지역과 함께하는 그런 조직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

그 다음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서 세계교회와 시민사회와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심화하려고 한다. 4월에 미국 LA부터 워싱턴까지 각 지역을 2주간 순례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해외의 사람들이 온다. 그들을 2주간 교육하는 일을 하려고 하고 있다.

□ 실제로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내부 인력이나 조직이 있나?

■ 조직은 통일위원회가 있고 상당히 활성화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평화협정을 위한 본부’가 있어서 본부장과 실무자가 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우리가 NCCK 자체로 통일문제를 적극적으로 도우는 교회들이 많다. 혼자서 어떻게 다 하겠나?

□ NCCK 총무에 재임됐는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일할 계획인가?

■ 나는 NCCK 총무 직임을 맡으면서 한국교회가 평화통일운동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내 스스로도 평화통일운동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내가 한 교회의 목사로서 또 NCCK 총무로서 우리 교회 역량이 어떻게 묶어져서 통일문제, 평화문제 여기에 좀 집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사실상 많이 하고 있고 기도제목이다.

내가 부족해서 잘 안 되는데, 어쨌든 내 개인적으로나 우리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으로서 평화통일문제 만큼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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