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에 서로 꿰어 있는 구슬들이 있는데 하나가 울면 모두 운다(석가)


 코코아 한 잔
 - 이시카와 타쿠보쿠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픈 마음을 -
 말과 행동으로 나누기 어려운
 단 하나의 그 마음을
 빼앗긴 말 대신에
 행동으로 말하려는 심정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적에게 내던지는 심정을 -
 그것은 성실하고 열심한 사람이 늘 갖는 슬픔인 것을.

 끝없는 논쟁 후의
 차갑게 식어버린 코코아 한 모금을 홀짝이며
 혀끝에 닿는 그 씁쓸한 맛깔로,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프고도 슬픈 마음을.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의 극장, 축구장, 식당, 카페 등 7곳에서 동시다발 총격 테러가 발생해 15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는 몸의 어느 한 부위가 아파도 그 부위가 아프다고 하지 않고 ‘몸’이 아프다고 한다.

 지금 지구가 아프다. 인류가 아프다. 

 나는 테러의 징조를 길거리에서 본다. 사람들의 번득이는 눈빛, 굳은 표정...... 나는 그들이 낯설다.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나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것 같다.

 마치 숲 속을 걸어가는 한 마리 연약한 생명체처럼.

 그들이 나와 같은 종족이라는 게 도저히 느껴지지 않는다.

 지구 위의 어떤 생명체가 같은 종족을 이리도 무심하게 지나쳐갈까?     

 우리는 이미 테러리스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프고도 슬픈 마음을.’

 프랑스 발스 총리는 “프랑스가 테러 집단에 생화학 무기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단다.

 몸의 아픈 부위를 치유하지 않으면 그 부위가 몸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인류가 서로에게 잔혹하게 된 건 지금부터 약 2500여 년 전이라고 한다.

 철기 문명이 도래하면서 인류는 철기가 가져다주는 물욕에 빠져 같은 종족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 같은 종족을 사랑하는 법을 다시 알게 될까?

 오랫동안 서로 사랑해온 희미해진 기억을 다시 되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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