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초,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 노동당 제7차대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결정서를 발표, 내년 5월 초에 당 제7차대회를 소집하겠다고 발표했다.

당 정치국은 이날 발표한 결정서에서 “주체혁명위업,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위업 수행에서 세기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주체105(2016)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사실 제7차 당대회는 당 창건 70돌이 되는 올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사이에 두루 제기된 바 있다.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치를 해 온 전임 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정은 제1비서는 당의 기능과 역할을 정상화해 당 정치국이 정책 결정의 핵심기관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뚜렷한 흐름을 보이면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 1980년 10월에 열린 제6차 당 대회. 여기서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공식화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그렇다면 안팎의 관심이 제7차 당대회에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년 5월 초에 열리게 되는 제7차 당대회는 김정은 체제 이후 처음 열리는 당대회이기도 하지만 1980년 10월 10일 열린 제6차 당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6차 당대회가 개최된 1980년 10월 이후 북은 1990년대 중·후반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자연재해 등이 중첩되어 심각한 위기를 겪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도 경제위기와 국제적 고립을 극복하지 못했다.

임시 당대회에 해당하는 당대표자회가 앞서 두 차례 열리긴 했지만 당이 국가의 우위에 있는 당국가체제인 북에서 이를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에서 36년 만에 당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그동안 당대회가 열리지 못할 만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당의 정상화가 임박했다는 징후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국가운영의 정상화로 이어지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7차 당대회는 36년 만에 북한 사회의 장기적 전망이 발표되는 자리가 될 것이며, 이는 곧 내년이면 집권 5년차에 접어드는 김정은 제1비서가 어떤 인물들과 무슨 지향을 함께 하면서 자신의 시대를 만들어갈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물론 2000년대 들어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당의 노선과 정책 또는 전략·전술에 관한 긴급한 문제를 토의·결정하기 위해 임시 당대회 격인 당대표자회가 두 차례 소집됐지만 이때는 주로 당 조직 정비에 초점이 맞추어진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2010년 9월에 열린 제3차 당대표자회는 1966년 10월에 있었던 제2차 당대표자회 이후 44년, 제6차 당대회 이후에는 30년 만에 열린 것이며, 이때 김정일 총비서를 재추대하고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 후계자로 공식화했다. 이때 공석이었던 당 중앙위원회 위원을 60여명 이상 충원해 총 124명을 선출했다.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앞두고 2012년 4월 개최된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는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을 ‘영원한 수령’,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고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유일지도사상으로 명문화했다.

이 때 당 제1비서직을 신설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당 제1비서, 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에 추대했다.

일각에서 내년 5월 제7차 당대회가 소집되면 김정은 제1비서가 당 총비서로 추대될 것을 점치기도 하지만 이미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김 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2012년 4월 조선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에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제1비서로 추대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당대회는 △중앙위원회·당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총화 △당의 강령과 규약의 채택 또는 수정·보충 △당의 노선과 정책·전략·전술의 기본문제 토의 결정 △당 총비서 추대 △당중앙위원회 및 당중앙검사위원회 선거 등을 진행한다.

먼저, 제7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시대를 특징짓는 당의 총노선이 새롭게 정립되고 김정은 제1비서와 함께 할 새로운 인물들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전문가들의 관심은 과연 북이 장기적 경제개발 방향으로 개혁·개방의 길을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 몇 차례 실패로 귀결된 발전노선을 보완, 복귀하는 길을 선택할지에 쏠려있다.

개혁·개방·시장화는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진척되었기 때문에 시장이 아니라 권력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새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반면, 돈주 등 신흥 시장에 의해 주도되는 변화 흐름에 권력은 소극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과거 당대회의 전례로 볼 때 새로운 통일방안이 제시될 수도 있고 정상회담을 비롯한 중대제안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북한이 미국을 향해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하고 있는 대목도 주목거리다.

한편에서는 지난 5, 6차 당대회가 모두 10월 10일 당창건일을 계기로 개최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당창건 70돌을 넘겨가면서 굳이 특별한 계기도 불분명한 내년 5월 초로 제7차 당대회 일정을 예고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또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이 내년 1월에 하기로 했던 9차대회를 당대회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도 ‘혼선’에 가까운 일이라며 당대회 준비 상황을 미심쩍어 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북은 이미 제7차 당대회를 통해 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당으로 더욱 발전시켜서 혁명위업을 앞당기자며 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7차 당대회 소집을 결정한 당 중앙위 정치국은 결정서에서 “오늘 우리 앞에는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영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위대한 수령님들의 유훈을 영원한 지도적 지침으로 틀어쥐고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키며 우리 당을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당으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고 그 영도적 역할을 높여 주체혁명위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나가야 할 무겁고도 성스러운 혁명임무가 나서고 있다”며 당대회 소집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달 31일자 사설에서 반년 남짓 남아있는 제7차 당대회를 위해 당원·인민군장병·청년들과 당조직들의 분발과 성과를 촉구했다. 실제로 북한은 각 부문별로 내년 5월 당대회 이전까지 구체적 성과물을 제출하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북의 지방 당대회 모습. [자료사진-통일뉴스]

당대회, 당의 최고지도기관

북한 노동당규약에 따르면, 당대회는 당의 최고지도기관으로서 당 중앙위원회가 소집하며, 여섯달 전에 소집 발표가 되어야 한다.

당대회는 지금까지 여섯 차례 개최되었으나 당 규약상 4년에 1회씩 개최하기로 되어 있는 정기대회를 필요에 따라 불규칙하게 운영해 왔다.

지금까지 1946년 8월, 1948년 3월에 제1, 2차 당대회가 열렸으며, 3차 당대회는 8년 후 정권 창건 이후인 1956년 4월에 진행됐다. 1961년 9월과 1970년 11월에 각각 4, 5차 당대회가 열리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1980년 10월 6차 당대회가 개최됐다.

당대회 초기에는 건국문제와 노동당의 강령 및 규약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개최되었으며, 이후에는 당중앙위원회·당중앙검사위원회의 사업 총화 보고 등 정규 의제외에도 해당시기 총노선에 해당하는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열렸다.

1946년 8월 28일 처음 열린 제1차 당대회는 북조선공산당과 신민당의 합당문제, 북조선노동당 강령 및 규약 채택 등을 의제로 다뤘으며, 1948년 3월 27일 개최된 제2차 당대회 의제는 북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이었다.

정권이 창건되고 난 뒤인 1956년 4월 23일 진행된 제3차 당대회에서는 평양통일선언문이 채택되고 신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1961년 9월 11일 제4차 당대회는 인민경제발전 7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1970년 11월 2일 열린 제5차 당대회에서는 김일성 총비서를 추대하고 당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 등을 선출했다.

10년 후인 1980년 10월 10일 개최된 제6차 당대회에서는 김정일 비서를 당대회 집행위원회 29명 중 5위로 선출하는 등 후계지위를 공식화하고 사회주의 건설 10대 전망 목표를 제시했으며, 고려연방제통일방안을 제안했었다.

<역대 노동당 대회 현황>

(출처 - 통일교육원 북한지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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