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선교사들과 구호단체를 대북 첩보활동의 첨병으로 활용해왔다고 탐사보도 온라인매체 <더 인터셉트>가 2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펜타곤(미 국방부)의 선교사 스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 국방부가 2004년 12월부터 2012년까지 일본계 미국인 선교사 케이 히라미네가 운영하는 구호단체 국제인도주의지원그룹(HISG)을 통해 대북 첩보를 수집해왔다고 폭로했다. 

▲ <더 인터셉트> 기사 캡쳐. 2007년 5월 백악관 행사에서 부시 대통령과 케이 히라미네.

이 사업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정보담당 부차관을 지낸 윌리엄 제리 보이킨 예비역 중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기밀 첩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히라미네는 2007년 5월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주최한 '미국 최고 사회봉사지도자 치하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더 인터셉트>에 따르면, HISG는 2004~2006년 최소 1차례 이상 의료장비나 옷, 구호용 보급품 속에 성경을 숨겨 북한으로 들여보냈다. 향후 군사용 센서나 장비 등을 들키지 않고 북한에 보낼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시험발송(test run)이었다. 

이 성경 반입이 성공하자, 히라미네는 미 국방부의 지시에 따라 선교사들과 HISG 직원, 중국 밀수업자들을 활용해 장비를 북한으로 들여보냈다. 미 국방부는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감지장치와 소형 무선표지 등의 장비를 이동시켰다. 

전직 미 군사 관계자는 북한군의 군사장비와 통신을 교란시키기 위한 목적의 스푸퍼(spoofer)와 수집장치, 핵활동에서의 이상 징후를 감지할 장비를 비롯해 다양한 장비가 북한으로 반입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 내에 아무 것도 없다"고 대북 정보수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히라미네의 구호단체는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13년 HISG가 해체되기까지 히라미네는 국방부로부터 수백만달러의 재정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더 인터셉트>의 보도와 관련해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내 200여개 NGO 연합인 '인터액션' 샘 워딩턴 회장은 "국방부는 물론 어떤 정부 기관이든 정보수집을 위해 NGO를 이용한 사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와 민간 사이의 기본적 신뢰를 위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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