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시한과 조건을 걸고 군사행동을 예고하는 동시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제의하는, 8.25합의를 전후로 한 북의 화전양면 행동양식이 이번에는 태평양 건너 미국을 향해 전개되는 양상이다.

북의 9월 14,15일 인공위성 발사와 핵실험 연속 시사로 발단된 이번 상황은 “인공위성 발사라 해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미국의 거듭 경고와 “미 본토와 태평양, 남조선의 미군 기지들은 이미 우리의 첫째 타격목표”라는 북의 위협을 교차하며 한층 뜨겁게 전개되었다. 그럼 절정은? 10월 2일 리수용 북 외무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절정국면의 시작쯤 된다.

리수용 북 외무상은 말했다.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데 동의해 나선다면 공화국 정부는 조선반도에서 전쟁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점들도 해소되게 될 것이다... 평화적 위성 발사를 문제시하는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자위적 조치들로 끝까지 강경 대응하여 존엄을 수호할 것이다”

8.25에 대입하면, 시한과 조건을 걸고 군사행동을 통보(인공위성 발사에 제재로 대응하는 등 대북 적대시정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4차 핵실험 등 대응행동에 들어간다)하는 동시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북미평화협정 체결과 미국의 안보상 우려점 해소를 위한 대화)를 제의한 거다.

국내정치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공언한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북핵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미 “북 핵포기하도록 중국이 영향 끼쳐야” 동아일보 9월 23일)>. 그랬다. 북의 도전에 미국이 어떻게 돌을 놓아 나갈 것인가. 화인가, 전인가. 꼴깍, 침까지 삼켜가며 지켜봤다.

먼저 미중 정상회담을 보자.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주요 의제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양쪽의 합의문에서 북핵문제는 포함되지 않았고. (협력 강조한 미국과 중국, 북한은 '나 몰라라' 오마이뉴스 10월 2일)>. 외교부 노릇 부서를 국무부로 부를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정치판의 꼭대기가 G2와의 핵심 흥정거리에서 북을 제외한 거다. 흥정 붙을 마땅 대안이 없었거나 중국이 흥정을 사뭇 꺼렸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둘 다 미국의 무능이 바깥으로 비친다. 하여 미국은 바둑판의 기사가 아니라 중계방송 앵커로 슬쩍 자리를 옮긴다. 철저히 국내정치용으로 대응하는 거다.

사례 하나. <시 주석 방미 전날인 21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는 중국이 기존의 대북 원칙론을 넘어 북한이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 노선’을 포기할 만큼의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내놓으라는 공개 압박이어서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미 “북 핵포기하도록 중국이 영향 끼쳐야” 동아일보 9월 23일)>. 핵실험 3회, 인공위성 4회 등 북 군사력 증강이 사실은 중국 책임이라는 여론을 유도하려는 전형적인 국내정치다.

사례 둘. <“전에도 말했듯이, 북한처럼 경제적으로 고립된 나라에는 오로지 제재만으로, 특히 미국의 양자 제재만으로 압력을 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합법적 경제가 거의 없으므로 제재보다 더한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날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질문을 받고 이같이 해명했다. (미 국무부, "북한처럼 고립된 나라엔 경제 제재 한계" 통일뉴스 9월 18일)>. 그동안 열심히 슛을 날렸으나 북의 골대가 너무 작아 한골도 넣지 못했다는 거다. 이 역시 면피성 여론작업, 국내정치다.

정파정치

청와대 하는 바는 국내정치보다 협량하다. 장면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앞으로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협력해 나가기로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야기가 됐으며,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나갈 건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평화통일 위해 다양한 논의 시작할 것” 동아일보 9월 5일)>. 귀국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중국까지 끌어들여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말 밖에, 더 무엇으로 들리겠는가. 한국전쟁에서 우리와 싸운 중국 공산당 군대 힘자랑대회에 왜 가는가, 반발한 일부 수구보수에게 방중의 정당성을 각인하려는 발언 아닌가. 8.25합의가 엎어지건 말건, 국익이 깨지건 말건, 정파적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거 아닌가.

장면 둘. <박근혜 대통령이 3박 4일의 짧은 유엔 방문 기간 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모두 7차례 만났다... 잦은 유엔 회동을 바라보며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는 친박 측과 반 총장을 연결하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한 억측은 아니다...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신경 쓰느라 나라의 존립이 달린 안보 외교에 소홀함이 없기를 바란다. (유엔 북핵외교 와중에 ‘반기문 띄우기’ 나선 박대통령. 동아일보 9월 30일 사설)>. 수구보수 신문조차 걱정하는 그 ‘국내정치’는 친박을 위한 정치, 즉 국내정치보다 좁은 정파정치다.

평화는 우리 스스로

<(중국이)원유 공급 밸브를 잠그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북한이 원유 공급 라인을 다변화해 2013년 러시아로부터 3689만 달러(약 377억원) 규모의 석유를 수입한 것이다(『북중관계 다이제스트』, 성균중국연구소 편). 북한은 철광석 등을 팔아 필요한 원유를 조달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중국이 갖고 있는 자산으론 북핵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세상읽기] 중국은 북핵을 못 막나 안 막나. 중앙일보 10월 2일)>.

북의 국제정치적 도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지금에 머문다면 북의 인공위성 발사와 미국의 제재, 거기 반발하는 북의 핵실험과 미국의 군사적 위협 강화 등 기왕의 공식이 상승 가열될 것인 바, 그 끝 어딘가에 또다시 핵전쟁이 어슬렁거린다. 전화위복에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 우리 국민 스스로가 아니면 아무도 해결할 수 없다.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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